3월 11일의 밤의 꿈. 어디론가 사는 기차 안, 식사시간이 되어 배식을 받았다. 앞 칸으로 어묵국 국물을 한 그릇 집었다. 기차에는 어묵과 파 쑥갓 같은 것에 있었는데 모두 얼어 있어서 먹을 수 없었다. 흔들리는 기차 안에 서서 어묵 국물을 호르르 먹었다.
새벽의 꿈. 아주 격하게 섹스를 했다. 상대는 내가 현실에서도 알고 있는 실존인물인데 내 남자친구는 아니었다. 그는 등 뒤에서 나를 끌어안고 격하게 몰아쳤다. 몸이 젖혀지며 강렬하게 오르가슴이 밀려왔다. 내가 절정에서 황홀해하는 동안 남자는 자지를 빼고는 바닥에 사정해버렸다. 남자가 큰 손으로 내 아랫배를 어루만지며 위로했지만 무척 허탈하고 슬펐다.
3월 12일 낮에 차로 이동하면서 잠시 낮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다. 오른손 약지 아래로 손바닥이 갈라지면서 굵은 힘줄이 빠져나왔다. 갈라진 틈이 깊어지며 보지가 되었다. 손바닥에 보지가 생겼구나 신기해서 들여다 보았다.
감기몸살로 앓으면서 계속 뭔가 집어먹는 꿈도 꾸었다. 이ㅇㅇ님과 권ㅇㅇ님과 함께 디저트 카페 같은 곳에 갔다. 이ㅇㅇ님과 나는 달콤한 것을 먹고 싶었지만 칼로리가 너무 높아 차마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권선생님이 먹어도 괜찮다고 허가를 내려주었다. 이ㅇㅇ님과 나는 안심하고 신이 나서 달콤한 과자를 마구 먹었다.
3월 24일의 꿈 이야기. 풀밭에 누워 있었다. 양이 한 마리 나에게 다가왔다. 만화처럼 귀여운 양이 아니라 살아 있는 진지한 모습의 양이었다. 얼굴에 주름이 쪼글쪼글 검버섯도 있고 어쩐지 지친 것 같은 표정. 양은 내 옆에 있는 풀을 뜯어 먹었다. 우물우물 부지런히 풀을 씹다가 내 머리카락도 뜯어 먹었다. 아프지는 않았고 그냥 썩뚝 잘라졌다. 양은 풀과 머리카락을 열심히 씹었는데 딱히 맛있다는 느낌은 아니고 그저 먹는다 하는 듯. 잠에서 깨고 나서 머리카락을 만져보았다. 멀쩡해서 다행;; 이 꿈은 양모채취에 대한 것인가… 기분이 이상했다.
2014년 2월 26일 수요일
며칠 동안, 꿈의 기록.
며칠 동안, 꿈의 기록.
방 배치를 바꾸었다. 방 한 가운데로 계곡이 흐르게 되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정면으로 계곡이 보이고 양옆으로 침대와 책상이 있다. 계곡물이 졸졸 흘렀다. 돌에는 초록색 이끼가 끼었다. 해가 드는 계곡 쪽으로 널어 놓은 두꺼운 모직 셔츠에도 이끼가 끼었다. 셔츠에 낀 푸른 이끼는 포근하게 보였다. 그 방에서 밥을 먹었다.
참호에서 남자가 백러시아 군대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내가 보는 바로 옆에서 죽었다. 나는 우리의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남쪽이 아니라 북쪽으로 향하는 길을 택했다. 북쪽으로 향하는 길은 마을에서 1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그 마을에서 보급을 하고 있었는데 원래 그 마을에 주둔하고 있던 덩치 큰 러시아 군인이 말을 타고 지나갔다. 그러면서 총을. 애인이 내 옆에서 내가 보는 앞에서 어깨를 떨면서 죽어갔다.
2014년 1월 29일 수요일
꿈 이야기.
꿈 이야기. 러시아 서예가 협회-이런 단체가 존재할까?-를 취재하러 비행기를 타러 갔다. 공항은 민속촌 같이 생겼다. 꼬불꼬불한 골목 사이로 초가집과 기와집이 있는데 그런 작은 집들이 출국 게이트와 대기실을 겸한 장소였다. 러시아로 가는 비행기가 출항하는 장소는 744 또는 477번 게이트, 그러나 이곳을 찾아 가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그러다 어느 집에서 불이 났다. 불길을 피해서 골목을 누비던 중 김일성을 닮은 남자가 나타나 티켓을 검사했다. 확인만 하고는 게이트 위치가 어디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다 나디아를 닮은 아가씨를 만났다. 검은 피부에 활기차 보이는 아가씨가 나를 도와주려고 했는데 그 아가씨도 게이트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해 여기저기 전화를 걸었다. 불길은 점점 번지고 나는 갈곳을 찾지 못했다. 이런 꿈.
2014년 1월 4일 토요일
2013년 10월 17일 목요일
꿈 일기.
꿈 일기를 쓰기로 결심했다. 꿈은 신이 우리에게 보내는 엽서라는 말을 들었다. 과연 신의 뜻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만약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꿈의 발신인은 아마도 나 자신의 무의식일 것이다. 그렇다면 스스로의 꿈을 돌이켜 보는 것으로 건강이나 성장과정, 심리상태 따위를 추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스스로를 다루고 돌보고 풀어가는 방법을 찾는 데 어떤 실마리가 될 수도 있고 말이다.
그래서 매일 밤 꿈을 기억하고 눈을 뜨자 마자 꿈을 기록해 두겠다고, 지난주 금요일 밤부터 시작했다. 금요일에는 아주 길고 이상한 꿈을 꾼 것 같았다. 토요일 새벽에 어렴풋이 잠에서 깨어 머리맡에 마련해둔 꿈 일기장에 연필로 기억나는 내용을 적었다. 토요일 아침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노트에는 삐뚤대는 글씨로 한 단어가 적혀 있었다.
알리바바
이 단어만으로는 도대체 무슨 꿈을 꾸었던 것인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사십 명의 도둑들과 혈투를 벌였던가 아니면 알리바이라고 쓰려다 손이 미끄러진 것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첫 날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다음부턴 좀 더 자세하게 기록하기로 다짐했다. 그 다음 날, 토요일 밤에 꾼 꿈은 생생하게 기억이 나서 완벽한 문장으로 기록했다.
브래지어를 착용했는데 가슴 앞이 비어 있네.
꿈은 무의식의 발현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브래지어 컵이 비는 상황은 무의식과 별 상관 없는 현실의 재현일 뿐인 것 같다. 이런 꿈이 유방확대수술을 받으라는 신의 계시인 것 같지는 않고 브래지어를 자궁과 연결지어 해석하는 정신분석학이 유용할 것 같지도 않았다. 다만 빈약한 가슴 사이즈에 대해서 꿈 속에서도 개탄하고 있는 자신이 안쓰러웠다.
일요일의 꿈은 이랬다.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아 연결음만 듣다 말았다. 부재중전화를 확인한 아빠가 나에게 회신했으나 이번엔 내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서로 전화가 엇갈려서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런 꿈은 아버지와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가족 내 소통의 부재라든가 아버지에 대한 집착이라든가 이런 상황을 암시하는 꿈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꿈도 역시 현실의 연장선에 있었다. 토요일에 아빠에게 전화를 했는데 아빠가 등산중이라 나중에 얘기하자 하고 넘어간 뒤에 다음날 전화가 온 것을 받지 못했다. 아버지께 다시 전화하려다 깜빡했고 그렇게 실제로 전화가 엇갈린 상황이었다.
월요일 저녁에 꿈에서도 잊지 않았던 일을 해결하기 위해 아빠에게 마침내 전화를 걸었다. 근데 요리강습을 듣고 계신다며 전화를 끊으신다. 동네 여성회관에서 매주 월요일에 6주 동안 진행되는 <나도 쉐프!> 강좌를 신청하여 애호박 된장찌개와 부추 오이 무침을 손수 만들어 보았다는 소식을 다음날 카톡으로 들었다. 환갑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가 요리를 배우겠다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신다는 점, 진심으로 응원한다. 하지만 아빠 우리 통화는 언제 하나요... 오늘도 서로의 전화기에 부재중 전화 기록만을 남겨놓았다. 여튼,
월요일 밤에 꾼 꿈도 굉장히 현실적이었다. 나는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었다. 어쩌다 큰 회의실 같은 곳에 들어갔는데 테이블에 여러 사람들이 둘러 앉아 있었고 모두들 나에게 돈을 빌려 주었다. 빌려준 건지 그냥 준 건지 확실히 모르겠다. 꽤나 진지한 태도로 돈을 받아서 지갑에 넣었다. 그 돈은 중국 돈이었다. 사람들은 한국 사람이었는데 중국어로 말했다. 아침까지 꿈에서 본 숫자가 세 개 기억났다. 2, 3, 23, 이런 숫자가 로또번호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고작 3개 뿐이니 쓸모가 없다. 다른 사람에게 돈을 받는 꿈이라니 이건 무슨 의미란 말인가? 아무래도 모르겠다.
화요일 밤에는 여러 개의 꿈을 꿨다. 모두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중에 하나는 생새우를 손질해서 튀김을 만드는 것이었다. 아마도 전날 칵테일 새우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서 새우튀김을 염원했던 것이 꿈으로 나타난 것 같다. 그리고 아이패드가 배송되는 꿈을 꾸었다. 지난주에 주문했는데 배송이 늦어지고 있었다. 꿈이 현실이 된 것인가 수요일에는 아이패드를 받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쯤 배송이 되겠구나 하는 짐작은 누구나 할 수 있으니 이런 꿈이 예지몽이라고 보기는 한심한 수준이다.
시시콜콜한 이야기지만 꿈에 대해서 생각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꿈에서는 무슨 일을 해도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모험을 하더라도 안전하다. 꿈 속에서 얻는 즐거움은 담배 연기 같이 뭉클대며 곧 사라지고 말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오늘 밤에는 무슨 꿈을 꿀까 궁금하다.
2013년 6월 8일 토요일
팥칼국수를 먹는 꿈을 꾸고 팥칼국수를 먹었다.
꿈 속에서 팥칼국수를 만들고 싶었다. 할아버지는 작년에 수확한 팥을 자루에 나누어 담아 숲의 높은 나무 여기 저기에 매달아 두셨다. 팥을 가지러 숲에 들어서자 너구리가 꼬리를 팔랑팔랑 흔들며 어디론가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펭귄도 빠른 속도로 뒤뚱뒤뚱 달려왔다. 거대한 크기의 사마귀도 뛰어다니고 있었다. 숲에서 솥을 걸고 팥을 삶기 시작하자 너구리랑 펭귄이랑 사마귀가 모여들었다. 너구리 꼬리가 흔들리는 모양이 귀여워서 꺅 ㅋ 랫서 팬더였나? 동물들은 팥이 다 익을 때까지 주변에 모여들었고 팥국물에 칼국수를 넣어서 나누어 먹었다. 따듯하고 기분 좋은 꿈.
결국 점심 때 먹고야 말았다. 팥칼국수! 고소하고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진정 팥팥해서 바닥까지 싹싹 긁어 먹었다.
인덕원에 있는 <봉이네 손칼국시>
031-422-7012 /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2동 1506-15(인덕원 전철역 삼성아파트 후문)
결국 점심 때 먹고야 말았다. 팥칼국수! 고소하고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진정 팥팥해서 바닥까지 싹싹 긁어 먹었다.
인덕원에 있는 <봉이네 손칼국시>
031-422-7012 /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2동 1506-15(인덕원 전철역 삼성아파트 후문)
2013년 6월 6일 목요일
감기가 낫는 꿈.
꿈을 꾸었다. 배경은 도서관 같은 방, 아주 높은 책장이 벽을 둘러 서 있었고 실내에는 허리 높이의 낮은 책장이 있었다. (책장 윗 부분을 책상 같이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멋진 디자인.) 그 공간에서 샤워를 했다. 샤워기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뛰어다녔고, 책을 이것저것 꺼내 보면서 몸을 씻었다. 사방에 물이 흩어졌지만 책이 젖을까 걱정하지 않았다.
상쾌한 기분으로 눈을 떠보니 온몸이 땀 범벅이었다. 지난 주말, 참상을 당한 빈소에 다녀왔다가 술을 조금 마셨고 며칠 우울감에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 근육통에 몸살기운이 더해지면서 기침을 하다가 왼쪽 옆구리에 담이 들렸다. 근육이 있는 모든 곳에 고통이 있었는데 왼쪽 옆구리의 통증이 격해지자 다른 부위의 통증이 덜해지는 것 같아 다행이랄까...
몸을 씻어내는 꿈은 대체로 좋은 징조였다고 기억한다. 근심걱정이 그야말로 "씻은 듯"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암시하는 꿈이겠지. 이전에 몸을 씻는 꿈은 야외를 배경으로 할 때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배경이 해리포터의 도서관 같이 아름답게 꾸며진 공간이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몸이 건강해지고 있나보다. 힘내야지.
상쾌한 기분으로 눈을 떠보니 온몸이 땀 범벅이었다. 지난 주말, 참상을 당한 빈소에 다녀왔다가 술을 조금 마셨고 며칠 우울감에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 근육통에 몸살기운이 더해지면서 기침을 하다가 왼쪽 옆구리에 담이 들렸다. 근육이 있는 모든 곳에 고통이 있었는데 왼쪽 옆구리의 통증이 격해지자 다른 부위의 통증이 덜해지는 것 같아 다행이랄까...
몸을 씻어내는 꿈은 대체로 좋은 징조였다고 기억한다. 근심걱정이 그야말로 "씻은 듯"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암시하는 꿈이겠지. 이전에 몸을 씻는 꿈은 야외를 배경으로 할 때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배경이 해리포터의 도서관 같이 아름답게 꾸며진 공간이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몸이 건강해지고 있나보다. 힘내야지.
2013년 5월 27일 월요일
2013년 4월 10일 수요일
말랑말랑한 달걀에 대한 꿈.
예전에는 꿈에 사람이 자주 나왔다. 가족, 친구, 동료, 이웃, 스쳐 지나가다 만난 사람들이 등장해 무언가 사건이 벌어졌다. 요즘은 꿈에 동물이 자주 나오더니 급기야 무생물이 등장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냉장고 속에서 아주 오래 보관된 달걀. 아니, 달걀이면 무생물은 아니구나, 유정란이라면 확실히 생물의 전단계, 여튼.
그 달걀은 냉장고 속에서 너무 오래 있어서 껍데기가 고무공 같이 말랑말랑해져 있었다. 달걀을 손에 쥐어 보고 싶었지만 그래도 달걀은 달걀인지라 덥썩 만지기가 조심스러웠다. 그 부드러운 껍데기가 깨지거나 찢어질까봐 겁이 났던 것이다.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달걀의 표면을 만져보았는데 아주 차가왔다.
이 꿈은 대체 뭘까 한참 생각하다 떠올랐다. 예전에 저감독님이 페이스북에 냉장고 속 오래된 달걀에 대한 글을 올렸던 것 같다. 다시 찾으려니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전화를 걸었다가 안 받길래 문자를 넣어놓은 상태. 자주 연락하는 사이도 아니면서 냉장고 속 달걀님의 안부를 묻다니 이상한 일이구나...
한글 맞춤법에 따르면 부드러운 재질로 된 가죽 같은 외피를 껍질이라 부르고, 달걀이나 조개 같이 단단한 외피는 껍데기라고 부르는데, 원래 딱딱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서 말랑말랑해진 달걀의 외피는 껍데기인가 껍질인가 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이상한 꿈을 꾸고 글로 기록한 뒤에 저감독의 답장을 받았다. "일하는 중이라서요. 아직 무사하답니다." 어쩐지 다급해져서 물어보았다. "혹시 껍데기가 말랑말랑해지지 않았나요?" 아직 "껍데기는 그대로 딱딱"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행이네요" 라고 답장을 보내고 나서, 대체 뭐가 다행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현실은 여전히 단단한 껍데기 그대로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다행인 걸까...
그 달걀은 냉장고 속에서 너무 오래 있어서 껍데기가 고무공 같이 말랑말랑해져 있었다. 달걀을 손에 쥐어 보고 싶었지만 그래도 달걀은 달걀인지라 덥썩 만지기가 조심스러웠다. 그 부드러운 껍데기가 깨지거나 찢어질까봐 겁이 났던 것이다.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달걀의 표면을 만져보았는데 아주 차가왔다.
이 꿈은 대체 뭘까 한참 생각하다 떠올랐다. 예전에 저감독님이 페이스북에 냉장고 속 오래된 달걀에 대한 글을 올렸던 것 같다. 다시 찾으려니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전화를 걸었다가 안 받길래 문자를 넣어놓은 상태. 자주 연락하는 사이도 아니면서 냉장고 속 달걀님의 안부를 묻다니 이상한 일이구나...
한글 맞춤법에 따르면 부드러운 재질로 된 가죽 같은 외피를 껍질이라 부르고, 달걀이나 조개 같이 단단한 외피는 껍데기라고 부르는데, 원래 딱딱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서 말랑말랑해진 달걀의 외피는 껍데기인가 껍질인가 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이상한 꿈을 꾸고 글로 기록한 뒤에 저감독의 답장을 받았다. "일하는 중이라서요. 아직 무사하답니다." 어쩐지 다급해져서 물어보았다. "혹시 껍데기가 말랑말랑해지지 않았나요?" 아직 "껍데기는 그대로 딱딱"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행이네요" 라고 답장을 보내고 나서, 대체 뭐가 다행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현실은 여전히 단단한 껍데기 그대로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다행인 걸까...
2013년 4월 8일 월요일
일주일의 메모.
1. 이ㅇㅇ선생님이 나온 꿈.
꿈에서 말했다. 어차피 죽잖아요. 그러니 앓다 죽을 걱정은 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너무 아프지 않길. 견딜 수 있는 만큼만. 지켜주세요.
2. 김ㅇㅇ오빠에게 바람.
휴가도 많이 가고 허파에 바람 들어 바보 짓도 좀 하고 그래도 괜찮아. 누구도 오빠의 행복을 책임지지 않으니까. ... 물론 나는 오빠가 안 놀고 열심히 공부하고 생각해서 법체계에 대한 사회계약 통설을 까줬으면 좋겠지만, 이건 내 바람이고.
3. 무례한 자에게 고함.
곤경에 처한 사람에게 위로나 충고를 하고 싶다면 진심으로 위로나 충고를 하면 됩니다. 그리고 자기가 생각해낸 위로나 충고가 너무나 훌륭하기 때문에 굳이 남들에게 전시하고 싶다면 공개하는 글을 하나 쓰면 됩니다. - 글의 목적을 혼동하면 무례해집니다.
4. 버럭.
보지가 그려진 팬티를 벗어 던지고 싶다. 진실이 아닌 것들이 지긋지긋하다. 자지 같이 무거운 걸 달고 사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겠지. 그딴 거 벗어버리면 좋겠어요. 지겨워.
5. 회상.
세상을 떠난 분의 핸드백을 물려 받았다. 닳아서 반들반들해진 가죽울 손으로 쓰다듬으며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오랜 투병기간을 거쳤지만 끝까지 우아하고 꼿꼿했다. 그 마른 몸이 침대를 떠난 뒤에 빈 침대를 둘러싸고 있던 적막한 공기가 생각났다. 확실히 이 세상은 그녀가 떠나고 나서 조금 더 나빠졌다.
6. 어쩐지 섹슈얼한 꿈.
내 품에 안겨 자던 강아지가 고양이가 되었고 다시 코알라가 되었다. 강아지는 단단하고 고양이는 유연하고 코알라는 말랑말랑했다. 코알라가 시츄 크기니 너무 작아서 왜 이렇게 작냐고 물었다. 코알라는 더 작아질 수도 있다며 주먹만한 크기가 되었다. 부드러운 월요일의 꿈.
7. 초대권을 얻기 위한, 회상.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 옆에 공원이 하나 있었는데 육교를 가로질러 건너가면 산으로 바로 올라갈 수 있었어요. 동네 뒷산 등산로에 있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요. 봄이 되면 산에 진달래며 철쭉, 개나리 같은 꽃이 피고 노오란 산수유도 꽃을 보여주는데 거기에 연분홍 벚꽃까지 화사하게 피어올라 버리면 산등성이가 한 폭의 그림이 되어버리지요. 십오년 전 이맘때 쯤, 그 아름다운 봄 산의 유혹을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야간자율학습시간에 선생님 몰래 친구들과 함께 교실을 빠져나갔던 기억이 납니다. 봄이라도 밤이 되면 날이 쌀쌀해지니까 매점에서 따듯한 베지밀 한 병 씩 사들고선 교복 주머니에 품어 넣고 소풍을 갔었지요.
8. 인간의 조건.
지구 상의 수많은 생명 중에 신발끈을 묶는 생물은 인간 밖에 없어. - 동생의 말
꿈에서 말했다. 어차피 죽잖아요. 그러니 앓다 죽을 걱정은 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너무 아프지 않길. 견딜 수 있는 만큼만. 지켜주세요.
2. 김ㅇㅇ오빠에게 바람.
휴가도 많이 가고 허파에 바람 들어 바보 짓도 좀 하고 그래도 괜찮아. 누구도 오빠의 행복을 책임지지 않으니까. ... 물론 나는 오빠가 안 놀고 열심히 공부하고 생각해서 법체계에 대한 사회계약 통설을 까줬으면 좋겠지만, 이건 내 바람이고.
3. 무례한 자에게 고함.
곤경에 처한 사람에게 위로나 충고를 하고 싶다면 진심으로 위로나 충고를 하면 됩니다. 그리고 자기가 생각해낸 위로나 충고가 너무나 훌륭하기 때문에 굳이 남들에게 전시하고 싶다면 공개하는 글을 하나 쓰면 됩니다. - 글의 목적을 혼동하면 무례해집니다.
4. 버럭.
보지가 그려진 팬티를 벗어 던지고 싶다. 진실이 아닌 것들이 지긋지긋하다. 자지 같이 무거운 걸 달고 사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겠지. 그딴 거 벗어버리면 좋겠어요. 지겨워.
5. 회상.
세상을 떠난 분의 핸드백을 물려 받았다. 닳아서 반들반들해진 가죽울 손으로 쓰다듬으며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오랜 투병기간을 거쳤지만 끝까지 우아하고 꼿꼿했다. 그 마른 몸이 침대를 떠난 뒤에 빈 침대를 둘러싸고 있던 적막한 공기가 생각났다. 확실히 이 세상은 그녀가 떠나고 나서 조금 더 나빠졌다.
6. 어쩐지 섹슈얼한 꿈.
내 품에 안겨 자던 강아지가 고양이가 되었고 다시 코알라가 되었다. 강아지는 단단하고 고양이는 유연하고 코알라는 말랑말랑했다. 코알라가 시츄 크기니 너무 작아서 왜 이렇게 작냐고 물었다. 코알라는 더 작아질 수도 있다며 주먹만한 크기가 되었다. 부드러운 월요일의 꿈.
7. 초대권을 얻기 위한, 회상.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 옆에 공원이 하나 있었는데 육교를 가로질러 건너가면 산으로 바로 올라갈 수 있었어요. 동네 뒷산 등산로에 있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요. 봄이 되면 산에 진달래며 철쭉, 개나리 같은 꽃이 피고 노오란 산수유도 꽃을 보여주는데 거기에 연분홍 벚꽃까지 화사하게 피어올라 버리면 산등성이가 한 폭의 그림이 되어버리지요. 십오년 전 이맘때 쯤, 그 아름다운 봄 산의 유혹을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야간자율학습시간에 선생님 몰래 친구들과 함께 교실을 빠져나갔던 기억이 납니다. 봄이라도 밤이 되면 날이 쌀쌀해지니까 매점에서 따듯한 베지밀 한 병 씩 사들고선 교복 주머니에 품어 넣고 소풍을 갔었지요.
8. 인간의 조건.
지구 상의 수많은 생명 중에 신발끈을 묶는 생물은 인간 밖에 없어. - 동생의 말
2013년 2월 27일 수요일
2013년 2월 26일 화요일
꿈.
임신한 여자의 둥근 배 위로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내가 읽을 수 없는 문자였지만 그것은 일종의 낙인 같았다. 그 여자 또는 임신중인 태아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실히 표시하기 위해서 새겨놓은 문신이었다. 나는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그녀를 보았다. 구경거리가 되어버린 여자는 일몸으로 둥글게 부풀어 오른 배를 붙잡고 뒤뚱거리며 힘겹게 움직였다. 그녀가 무릎을 꿇고 앉자 고양이 한 마리가 다가와 가랑이 사이에 앉았다. 그래서 그녀의 음부와 배에 새긴 문신을 가려주었다. 고양이가 가려주어 다행이라 생각하고 텔레비전을 꺼버렸다. 그러나 리모콘이 작동하지 않았고 임신한 여자가 알몸으로 무릎꿇고 앉아있는 모습이 계속 방송됐다.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아도 섬뜩하고 잔혹한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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