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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3일 월요일

요리블로거 소개.

예전에는 나물이, 베비로즈, 둥이맘 님 블로그에 자주 갔었더랬다. 이 분들 시작은 참 소박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래저래 협찬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더라. 스스로에게 그리 익숙하지 않은 듯한 제과나 제빵, 좋게 말하자면 퓨전음식이지만 사실은 원본에서 너무 멀어진 것 뿐인 서양식 요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걸 계속하는 편이 좋을 텐데, 블로그 독자가 많아지니 자꾸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는 모양이다. 게다가 몇 번 쓰지도 않고 찬장에 처박힐 것이 분명한 제빵기며 튀김기 따위의 가전제품을 소개하는 포스팅이 줄지어 나오고 공동구매까지... 그 뒤로는 발길을 끊었다.

이후로 알게 된 훌륭한 요리블로거가 몇 있다. 소개하고 싶은 두 분이 있는데 에이프런, 로마병정 님. 기본적으로 인터넷 세대가 아니고 평생 살림을 해온 아주머니들이라 블로그 활용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검색엔진에서 상위에 노출되지도 않고 어떻게 해야 유입이 많아지는가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다. 블로그에 업로드하는 요리사진도 예쁘게 찍기 위한 노력이나 후보정 따위는 없다. 다만 요리의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사진일뿐이다. 그런데 그 내용이 정말로 충실하다.


1. 에이프런, 에이프런네 부엌

http://apronsdays.egloos.com/

http://cafe.daum.net/apronsday


'에이프런'님은 전통식품, 발효식품에 대한 연구가 돋보이는 블로거. 또한 식재료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채소의 모든 부분을 버리지 않고 음식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적절한 활용법을 일러준다. 그리고 생태환경에 대한 의식도 대단히 높다. 음식물 조리 시 열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저염식, 특히 전통음식의 저장방법으로 최적화된 수준의 저염식에 대한 연구도 돋보인다.

예를 들어 무청시래기와 배추우거지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할 때, 보통의 요리블로거나 요리연구가의 책에서라면 순서에 따라 데치고 말리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나 에이프런 님의 블로그는 다르다. 압력솥을 이용해서 찌는 것이 데치는 것보다 열효율이 좋다는 내용을 설명하고, 배춧잎이나 무청을 미리 한 잎 크기로 잘라서 말리는 편이 건조속도도 빨라지고 보관에도 용이하다고 기술하는 식이다. 이런 내용은 다른 데서 찾아볼 수 없는 깨알 같은 살림지식이다.

에이프런의 블로그 내용은 여기저기 많이 퍼지고 있는데 이렇게 유명세가 생기면 자기의 재주를 미화시키고 싶은 욕망이 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분은 철저하게 연구자의 자세로 남아있다. 직접 메주를 빚어 띄우고 장을 담그는 과정을 모두 보여주는데, 때로 새로운 방식으로 메주를 빚었다가 곰팡이가 제대로 피지 않아 실패했을 지라도, 그 결과와 나름의 원인분석을 아무 가감 없이 보여준다.

에이프런이 연구하고 있는 발효식품 영역은 매우 심오해서 일반인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 보통 사람들이 따라 만들기 불가능한 영역에 있는 음식도 꽤 자주 선보인다. (대체 무슨 재주로 현미등겨를 가지고 메주를 빚을 것인가;;; 털썩;;;) 그래도 한반도 남쪽에 이런 연구를 계속하는 민간인이 계시다는 것만으로 응원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살림에 대해서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하는 분이 또 있을까? 블로그를 통해서 단순한 요리, 조리법을 넘어서 우리의 삶과 살림에 대한 사유와 철학을 엿볼 수 있다.

2. 로마병정, 슬프지 않은 곳..

http://blog.daum.net/haingja1228

'로마병정'님은 대가족의 어머니, 지금은 분가한 자식이 살고 있는 곳은 다세대주택의 아랫집이다. 아랫집 사는 손자의 이름은 은찬이, 얼마 전에 동생이 태어났다. 손 큰 시어머니 느낌이랄까, 음식을 할 때 굉장히 넉넉한 양을 만드는 것 같은데 아마 가족들이 모두 잘 나눠서 자시겠지. 옥상에는 작은 텃밭도 꾸미고 있어서 제철채소를 활용한 음식이 자주 올라온다.

이분은 영감님이 항암치료 중이라 환자를 위한 건강식을 계속 연구하는 중이다. 암에는 블루베리가 좋다더라, 상황버섯이 좋다더라 이런 정보는 인터넷에 널리고 널렸다. 하지만 냉동실에 블루베리를 저장하는 방법이나 영감님이 물리지 않도록 내놓는 방법에 대한 정보는 이 블로그에서 찾아보는 것이 가장 쉬울 것이다.

로마병정 님의 블로그 중에 냉장고에 쟁여놓은 재료로 하루 세 끼 '다른' 죽을 끓여 내는 테크닉에 대한 글이 기억에 남는다. 죽을 끓일 쌀이나 잡곡은 물에 불렸다가 수분을 머금은 채로 냉동실에 두어 얼리다가 너무 꽝꽝 얼어버리기 전에 꺼내 방망이로 두들겨서 알곡을 부숴주고 또 다시 얼리고 하는 방법으로 저장해둔다고 했던가.

아무래도 연세가 있는 어른이다 보니 블로깅에 익숙하진 않고 컴퓨터를 잘 다루지도 못해서 접속이 꾸준하지 않은 상황인 듯 싶다. 그래도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일을 무척 즐기는 것 같다. 방문자가 댓글을 남기면 아주 정성스럽게 답댓글을 달아주더라. 상황이 비슷하게 가족 중에 암환자가 있는 방문자들은 자주 댓글을 통해 항암음식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근황도 묻고 하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고 있으면 참 애잔하다.

로마병정님 고향이 어딘지 참 궁금한데, 주방에서 사용하는 어휘가 굉장히 재미있다. 이런 문장을 읽다 보면 절로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시날 고날 끓이다가 흐물 흐물 익으면 불을 끕니다.
국물이 자작할 때 섞으면 끄니를 때우기 좋습니다.
볼품 없게 툭 툭 잘라서 대강 버므리고 둡니다.
완전히 마르기 전 녹신 녹신 할 때 얼립니다.


채식 만두.



고기가 안 들어간 만두를 찾아보았다. 그러나 채식 만두로 판매되는 것들은 대부분 콩고기나 밀고기 같은 글루텐이 포함된 제품이었다. 일단 밀고기나 콩고기는 맛이 없고; 그렇게 인위적으로 단백질을 추출해 먹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하여 결국 채식만두를 직접 만들어 보겠다며 한밤에 만두를 빚었다. 

만두피 반죽은 엄두가 나지 않아 시판되는 제품을 사다 썼다. 25개 들이 2팩이면 충분하겠거니 했다. 그런데 만두소와 만두피의 양을 적절하게 맞추기는 참 어렵더라. 피가 모자라...;서  다음 날 추가로 만두피 4팩을 더 사와서 마무리했다. 결국 냉동실에는 100개의 만두가 가득...;






만두소는 완전채식으로 버섯+깻잎 만두와 당면+배추 만두, 호모 고기고기를 배려한 새우+부추 만두로 나누어 만들었다. 수많은 레시피를 살펴 보니 만두 속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쫀득이: 당면이나 고기 생선 류의 씹을거리. 이번엔 버섯을 고기 느낌으로 졸여 보았는데 썩 괜찮다. 느타리버섯을 쫑쫑 썰어서 기름 두르지 않은 팬에 볶다가 버섯채수가 나오면 간장 매실액 사과즙 등으로 불고기 양념하는 느낌으로 물기 없게 졸였다. 약간 짭짤하다 싶을 정도로 간을 해야 한다. 






2.아삭이: 잘게 다진 단무지나 배추절임, 숙주, 김치 등 아삭하게 어울리는 채소 류. 집에 담아놓고 잘 안 먹는 무 피클이 있어서 건져 써 보았다. 가열하면 신맛이 많이 빠져서 그럭저럭 어울리는 듯. 동치미 무 같은 걸 넣어도 좋겠다. 부추나 깻잎 같이 향이 강한 채소는 취향에 따라 더해준다. 그런데 채식만두에는 향채나 오신채를 굳이 넣지 않아도 될 것 같다. 








3.끈끈이: 쫀득이와 아삭이가 겉돌지 않고 한 덩어리가 되도록 만들어 줄 재료. 흔히 두부를 으깨어서 쓴다. 돼지고기나 새우 같은 재료를 완전히 갈아서 넣어도 비슷한 역할. 더 끈끈해지라고 날달걀을 넣어 반죽하기도 하더라. 




이번 설에 떡국에 곁들여 열심히 내놓았다. 새우가 들어간 만두는 내 입맛엔 조금 거슬렸지만, 버섯으로 만든 만두는 정말 최고! 와구와구 먹었다.



과자를 구웠다.

과자를 구웠다. 바나나와 건포도를 넣은 시나몬 쿠키, 참깨 들깨 흑임자 튀일, 아몬드 튀일까지 바삭바삭 맛있다. 모두 달걀과 유제품을 넣지 않은 비건채식 레시피.




한밤중에 갓 구운 과자를 먹어치운 동생의 회고.

"누나는 자고 있던 나를 깨워 쿠키와 우유를 먹였다. 나는 잠결에 쿠키와 우유를 모두 받아먹고 다시 잠에 들었다. 누나는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마녀인가보다."

아니, 어떻게 알았지!

"아무리 먹여봐라. 나는 헨델같은 잔꾀를 부리디 않아. 오븐에 들어가지 않게 몸을 더 불리겠다. 날 구우려면 더 큰 오븐과 더 많은 연료와 더 큰 오븐이 들어갈 더 큰 집이 필요할거다. 그럼 토목공사를 해야하지."

탈토건 탈성장, 녹색이념 덕분에 헨델은 무사히 살아 남아 무럭무럭 살이 쪘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