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7일 화요일

밀린일기메모- 선거운동일기

5월 12일

오늘 아침에는 의왕시 시의원후보 안명균 위원장님과 함께 의왕역 앞에 갔다. 출근길 의왕시민들께 명함을 건네며 인사를 드렸다. 세월호 참사 이후 처음이다. 예비후보 등록 후 선거운동을 막 시작하셨을 때 같이 조금은 긴장되고 떨렸다.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있으면서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해도 되는가 싶어서 머뭇머뭇 망설이기도 했다. 그래도 아침이니까 기운 차게 북돋우는 말을 나누었다.

부곡동 쪽은 여러번 가서 그런지 눈에 익은 분이 몇몇 있었다. 지난 달에 분명히 만났던 기억이 나는 아주머니에게 명함을 드리며 말을 걸었다. "전에도 뵈었었죠. 녹색당 안명균 후보 명함, 이번엔 세로로 만들었어요."

나는 반가워서 말을 걸었지만 아주머니는 조금 당황하신 것 같았다. 하기사 길에서 명함 나눠주는 사람 얼굴을 기억할 리가 없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가움에 반가움으로 맞아주셨다. 세로형 명함을 받아들곤 신호등이 녹색불로 바뀔 때까지 명함을 앞뒤로 꼼꼼하게 살펴 보시는데 참 고마웠다. 길에서 만난 사람, 명함을 건네며 손끝이 살짝 스친 인연인데 이렇게 반갑고 기쁘다니 신기한 일이다.

5월 18일
한밤중에 집에 와서 아부지와 밀양 송전탑과 중앙집중 전력공급 문제와 핵발전소 노후에 관해 토론. 헉헉 기운이 쭉 빠진다. 아버지는 보수적인 입장을 대변했고 나는 녹색당과 탈핵운동 입장에서 말하니까 대화는 끝이 안 보이는 평행선을 그렸지만 그래도 아빠 얘기 해주고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요 이렇게 자꾸 이야기하다 보면 아빠를 설득할 수도 있을 것만 같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옛말에 용기충전.

5월 18일
정치적으로 올바르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욕망을 부질없는 것이라고 치부하는 태도는 비겁했다. 똑바로 들여다 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아마도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왜곡된 욕망에 집착하는 사람을 가엽게 여길 수는 있겠지만, 그건 또 다른 문제.

5월 19일
조직구성의 형태가 아니라 내용이 문제.

http://kgreens.org/93424

5월 20일
고양녹색당 여성당원(이라고 하면 아는 사람은 다 아실 그 분)의 노트를 보았다. 석유 없이 보낸 일박 이일의 기록, 진지한 성찰과 따듯한 시선을 따라가며 그 자리에 있는 듯한 생생한 감동을 느꼈다. 아득하게 멀리 있는 미래를 보았다.

임진강에 가고 싶다. 파괴되기 전에 보고 싶다. 지켜내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ㅡㅡ 그런데 고양에서 성남은 참 멀구나…

5월 20일

자기확신이 강한 사람과 자기연민이 강한 사람은 상대하기 어렵지만 관찰해보면 재미있다. 인간성의 어떤 극단이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외계인이라면, 큭큭 역시 사람은 재미있어, 하고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을 텐데, 나도 사람이라 자꾸 반성하게 된다.

5월 20일

광역버스를 타고 한 시간 넘게 오는 동안 뒷자리 아가씨가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다. 아가씨는 이십대 초중반 정도의 나이로 미용사인데 일이 너무 힘들고 원장이 짜증나게 군다고 했다. 며칠 전 어느 신흥종교를 접하게 되었고 21일동안 매일 절을 하러 오라는 제안이 짜증나지만 그래도 꼬박꼬박 나가는 것 같다. 어떤 남자와 썸타는 중인데 남자가 짜증스러운 면도 있지만 괜찮은 부분도 있어서 계속 만난다고 했다. 아가씨 이야기를 듣다가 버스 정류장을 하나 지나쳤다. 쩝;;

감정을 많이 소모한 채로 감정이 과잉된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니 어쩐지 충전되는 느낌이었어요. 묘하게.

5월 20일

"가만히 있으라!"
세월호 참사현장에 해경을 버려두고 대통령은 UAE로 탈출.
http://t.co/db4qcEAF8m

녹색당, 박근혜 대통령 UAE 방문 항의 동시다발 1인 시위
“핵발전 수출은 재난 수출”

일시 : 2014년 5월 20일/21일 오전 11시~12시
장소 : 광화문 이순신장군 동상 앞 외 전국 곳곳

녹색당은 5월 20일과 21일, 박근혜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이하 UAE) 방문에 항의하는 동시다발 1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녹색당은 “핵발전 수출은 재난 수출”로 세월호와 같은 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불안한 고리1호기·월성1호기를 즉각 폐쇄하고, 핵발전 수출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UAE 계약서 공개, 덤핑의혹 진상규명, 핵발전 수출 즉각 중단을 촉구한다.

대통령은 세월호 관련 대국민 담화문 발표 직후 아랍에미리트로 출국했다. 원전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행보인 것이다. 우리나라 23개의 핵발전소에서는 투명하지 못한 운영, 각종 고장과 비리가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가 한국사회에 던진 메시지를 이해한다면 대통령의 UAE 행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녹색당은 박근혜 대통령 UAE방문에 항의하는 동시다발 1인 시위를 대표해 20일 11시에는 이동현 경기도 광역비례후보가, 21일 11시에는 이유진 서울시 광역비례후보가 진행한다. 전국 곳곳의 녹색당원들은 20일과 21일 11시를 기해 1인 시위를 펼치며, 활동내용은 SNS를 통해 공유할 예정이다.

2014년 5월 19일
녹 색 당


광화문에서 원전수출 반대 일인시위 중 만난 아저씨와의 대화. 

"UAE 계약서는 공개를 안 했는가?"
"네."
"숨기는 것이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뒤가 구리구먼."
"그렇죠."
"발전소를 덤핑했는가?"
"네."
"덤핑할 것이 따로 있지 그만한 것을?"
"이상하죠."
"그렇구만… 자네는 녹색당인가?"
"네."
"녹색당이란 정당도 있는가?"
"네. 창당한지 삼년차 되었어요."
"그렇구만. 거 다음부턴 혼자 나오지 말고 백 명이든 이백 명이든 모아서 나오게."
"아… 저… 일인시위 중이라…"
"아가씨 혼자 있으니 안 돼 보여."
"넵. 감사합니다."

사실 혼자는 아니었고 고이지선님과 최문주 당원님이 몇 미터 옆에 함께 계셨지만 굳이 알리지는 않았다. 친절한 아저씨 말씀 대로 다음에는 백 명이든 이백 명이든 모아서…;



5월 20일



"딴지일보 필진이신 이동현 님이 경기도 광역의회 비례대표 의원 녹색당 후보로 등록하셨네요. 

도의회에 녹색의 기운이 전파될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참고로 저는 녹색당원은 아니지만, 녹색당이 추구하는 목표에는 매우 공감하고 있습니다."

-물뚝심송님의 말씀

경기도의회에 녹색당 의원을 심어 주세요. 작은 시작으로 큰 변화를 만들겠습니다.

"녹색당은 말한다. 
경제성장을 줄이고 다 같이 행복하게 살자고,
약자들의 말을 들어보자고,
청소년과 청년에게 권리를 주자고,
미래의 아이들에게 살아 있는 자연을 돌려주자고,
생활 속에 숨어있는 정치를 생활을 꾸리고 살아 가는 우리가 바꾸자고 말한다.

나는 그런 희망을 꿈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꿈꾸면 이루어 진다는 것도 믿는다.
당신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전남녹색당 박정신 당원님의 글. 읽다가 눈물이 찔끔.

http://kgreens.org/index.php?mid=district&document_srl=93439


5월 21일

오늘의 일인시위는 의왕시 안명균 시의원 후보 선거사무소가 있는 오전동 사거리 앞에서. 도심 한복판과 달리 한적한 거리, 시민들 발걸음도 빠르지 않고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요란하지 않은 손피켓에 관심 주는 시민들도 많았다. 눈을 마주치며 인사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바쁘게 지나가던 아저씨가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발전소를 폐쇄하면 전기는 어디서 만드나? 응? 전기는 사방에서 펑펑 쓰면서 발전소는 안 된다고 그러는 건 그냥 이기주의지."
"전력생산량을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 소비를…"
답을 하려는데 아저씨가 자기 할 말을 마치고는 후다닥 가버려서 꽤나 뻘쭘해졌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청년이 나를 향해 말했다. 
"저런 사람은 원래 자기 할 말만 해요. 자기 집 앞에서 핵발전소가 터져야 정신을 차리지… 너무 신경쓰지 말고 수고하세요."
으앙 고마와서 눈물날 뻔.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 한 분이 나를 향해 다가오셨다. 내가 들고 있는 피켓의 글씨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듯 연신 이맛살을 찌푸리며 보시길래 읽어 드렸다. 
"고리원전 1호기는 원래 만들 때 30년 쓰려고 설계한 건데 지금 37년이 되도록 계속 쓰고있어요. 고장도 백 번 넘게 났고요. 후쿠시마처럼 핵발전소 폭발하기 전에 폐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월성원전에 대해서도 물으셨다. 간단하게 말씀드리고 나니 이런 총평을 던지셨다. 
"말이 어렵네. 좋은 말이… 말이 어려워."

다시 생각해보니 고리1호기 월성1호기 이렇게 써 있는 고유명사는 암호 같이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시민들과 눈을 마주치고 큰 소리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똑같은 내용이지만 풀어서 말로 하니 반응이 더 좋았다. 

특히 아주머니들의 관심이 높았다. 그동안 안명균 후보가 부지런히 발로 뛴 덕분인지 녹색당을 알고 계신 분도 많았다. 수고하네, 더운데 고생이 많네,하는 일상적인 격려도 많이 받았고 노후원전 폐쇄와 방사능 없는 급식 문제에 대해서도 공감하는 말씀 들으면서 엄청 힘이 났다. 

어린 딸과 함께 횡단보도로 다가오던 내 또래의 여자분은 환하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 
"어머 녹색당이네요. 우리 나라에도 녹색당이 있구나!"
"네. 삼년전에 창당했어요. 여기 바로 위가 녹색당 시의원 후보 안명균 사무실이에요."
여자분은 건물 위를 살피더니 반가워했다. 아쉽게도 지금은 의왕시민이 아니라 친정에 다니러 온 거라 안명균 후보에게 한 표를 주실 수는 없지만, 부모님과 근처 사는 친구들에게 얘기해주기로 했다.

헤헤헤~ 보람찬 하루!



5월 22일

분당 서현역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일인시위를 했습니다. 

낡은 핵발전소는 핵폭탄입니다. 
수명 다한 고리 1호기 폐쇄!

선거운동 본격 시작하는 첫번째 날, 간밤에 라면을 먹고 잤던 것이 무척 후회가 됩니다. 털썩.



5월 23일

딴지일보 이너뷰를 했습니다. 녹색당 정책 공약이 워낙 탄탄하고 생활밀착형이라서 할 이야기 많았어요. 공약의 취지나 실효성에 관해서는 의심할 바가 없지만 이너뷰어가 계속 질문한 부분은 실현가능성의 문제였어요. 좋은 정책인데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특히 탈핵 에너지 전환에 관해서는 전력수요를 관리해서 핵발전소를 전면 폐쇄할 방안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못해서 아쉬워요. (이유진 위원장님과 전화연결 찬스를 쓸 수 있었다면 완벽했을 텐데 ㅠㅠ)

그래도 동물권에 관련한 내용은 차근차근 잘 얘기할 수 있어서 뿌듯했어요. 공장식 축산 문제는 동물복지와 생명권이라는 철학적 측면에서 시작해서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 공급이라는 현실적인 실효로 마무리하면 매끄러운 듯. 채식한단 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았는데 기왕 얘기하는 김에 이 주제도 꺼내볼 걸 그랬나 싶기도 해요.

세 시간이 넘게 이야기를 나누고서 막차 끊어지기 전에 나와서 경기도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급하게 잡힌 인터뷰라 사진기자 일정을 못 맞춰서 카메라 들고 동행해 주신 군포 최은식 당원님 감사해요. 

지방선거 선거운동 첫 날 시작이 좋네요. 내일은 한 걸음 더 녹색입니다. ^^ 전국 각지에서 출마한 녹색당 후보들과 선거운동 함께하는 활동가들, 마음을 모아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당원님들, 사랑해요.


5월 23일

단단한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와 물렁물렁한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목소리와 말투가 달라진다. 확고한 가치가 드러날 때와 부드럽게 어루만질 때의 감정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선을 넘어 삶이 계속되어 왔다. 그리움과 기대, 과거와 미래, 한계와 희망. 어디에서 입을 열어야 좋은가 판단하기 어렵고, 종종 내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빙의된 듯한 기분이 든다.


5월 23일

응원하는 후보, '우리 후보'가 있다는건 좋은 겁니다. 열정도 피로도 함께 하는 것이지요. 당직자였을 땐 지역활동을 잘 하지 못했습니다. 경기도로 이사오면서 지역모임에도 나가고 도당 운영위와 선본에도 참여하고 정책위 활동도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당에서 녹을 받아 생활하던 당직자'였던' 당원으로서 마음의 빚을 갚으려 노력하고 있죠. 총선을 겪으며 당직자들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이미 경험했고, 이제는 직장 다니면서 당 활동을 하는 당원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도 알게되었죠. 후보들은 말할 것도 없구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후보'를 소개합니다~~~ 제가 미는 후보에요. 경기도당 비례대표 이동현후보입니다!! 경기도 사는 페친님들, 정당투표는 6번 녹색당이에요. 그녀가 경기도의원이 된다면.. 아마 뻔한 의정활동은 안할껍니다. 그건 제가 보장하죠. ^^ 더 깊이 고민하고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옳은 일에 대해서는 저돌적인 행동력까지. ㅎㅎ 그러니 기억해주세요. 경기도 정당투표는 녹색당입니다!!

- 주현미 선생님의 말씀. 감사합니다.


5월 23일

안양역 분향소 앞 노란 리본이 바람에 날립니다.
슬픔과 분노를 잊지 않겠습니다.
생명의 정치를 열겠습니다.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 집권 당시에는 누구나 무엇이든 노무현 때문이라 했었지만, 임기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신 뒤에는 재임할 당시보다 더 인기가 많았더랬다. 벌써 5주기 문득 노짱이 그립다.


5월 24일

까치가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걸어간다. 길 건너는 데 날개를 펼치기 귀찮은 모양이다. 나는 까치 날개가 부러운데.

5월 27일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지만 돈이 있으면 시간을 좀 더 길게 쓸 수 있다. 인력을 보강할 수도 있고 일처리를 대행해줄 업체에 맡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쓸 수 있는 돈은 적었고 쓸 수 있는 시간도 그만큼 적어졌다.

하루만 더 있었으면, 한 시간만 더 있었으면, 답답하고 초조할 때가 많았다. 내가 덤벙거려 저지른 실수가 너무 많았고 다들 맘이 급하다 보니 의사소통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때도 많았다. 시간이 없어 생긴 문제를 수습할 시간의 여유는 더구나 없었다. 눈에 빤히 보이는 오타를 수정할 여력도 없을 정도.(나에게는 너무 큰 문제) 그러다 보니 가끔은 어서 이 선거운동 기간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결국 이 과정을 즐기는 수밖에 없다.
4년 뒤를 위해서 우쿠렐레 같은 악기를 배워볼까? 기타연주나 댄스나 마술쇼 같은 것? 뭐라도 남을 즐겁게 해 줄 수 있고 스스로 즐거울 수 있는 일을 찾아내야 선거운동을 즐겁게 치를 수 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사실 나는 몸치에 음치; 그렇다면 사람들과 함께 그림을 그려보는 선거운동도 재미있을 것 같다.

(아침에 버스 잘못타고 경기남부를 빙빙 돌면서 잡념 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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