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5일 화요일

녹색당에서 일하면서. 짧은 일기들.

지방선거를 준비하면서 경기녹색당 운영위원으로서 이런저런 일을 돕다가 어쩌다 보니 반상근으로 당직자 일을 맡게 되었다. 하는 일은 전화 하고 메일 쓰고 소식지 만들고 지방선거 출마한 후보의 일을 돕기도 하고 그러다가 회의자료도 정리하고 대략 정신 없다.

3월 3일
사람의 목소리, 좋다.

3월 5일
깊이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가장 깊은 곳을 드러낼 수 있다니, 평온하다.
(성남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님들 만나서 지역구 선거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뒤의 느낌이다.)

3월 7일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서 피곤해, 예전에는 이렇게 느낄 때가 많았다. 요즘은 반대로, 나를 만나 주어서 고마와, 라고 느낀다. 너무 많이 말을 해서 힘들어, 대신, 내 이야기를 들어주다니 기뻐, 라고 느낀다. 이런 변화가 놀랍다. 서른살이 넘으면 엄청 딱딱해져서 변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변하기도 하나 보다. 더 살아도 될 것 같다. 좀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지도 몰라.

3월 8일
날이 좀 풀렸지만 방심하지 않고 내복을 꼭 챙겨 입는다. 양말은 두 겹 겹쳐 신을 때가 많다. 닳아서 얇아진 양말은 하나만 신으면 발이 시려서. 집에 돌아외서 양말을 겹겹 벗으며 내 발에서 나는 냄새에 깜짝 놀랐다. 후다닥 욕실로 들어가서 쪼그려 앉아 발을 씻다 깜빡 잠이 들었다. 따듯한 물이 몸에 닿으니 노곤노곤. 잠결에 머리까지 젖어서 내친 김에 머리도 감고 몸도 씻었다. 기분 좋게 자야지.

3월 10일
동생과 함께 이런 자료를 보았다. 동생이 말했다. 헐크 같은 방사능 돌연변이 수퍼히어로 만들려고 이러는 거냐?



3월 10일
모두 주님 뜻대로 하세요.
요즘 기도를 할 때는 이렇게 마무리를 하려고 노력한다. 이 땅의 모든 악덕에 대해 주님께 책임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주님의 뜻을 기다리겠다는 의미이다.
어쩌면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이미 파국으로 향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그분의 뜻일지도 모른다.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결과를 기다리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그러는 동안 지치고 외로운 사람들을 보듬을 수 있다면 좋겠다. 미워하지 말고 성내지 말고 끌어안을 수 있다면 좋겠다.


3월 11일
종일 바쁘게 지내다가 달력을 보니, 오늘이 3.11 후쿠시마 참사 3주기일. 생명을 위해 기도합니다.

3월 13일
밀양 골안마을에 다녀왔습니다. 비 맞으면서 산길을 뛰어다니다 보니 감기가 악화되었습니다. 기침 쿨럭 콧물 쥴쥴. 그리고 전화기가 망가졌습니다. 산골짜기 마을에서 통신이 안 되는 상황에서 저는 모처럼 자유로웠는데, 혹 전화가 연결되지 않아 걱정하신 분도 있을지 모르겠네요. 여튼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ㅋ

3월 14일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공약을 살펴보는 중이다. 김상곤은 버스공영제와 묘소참배 이슈 외에는 무슨 내용이 나왔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원혜영은 버스공영제에서 상곤님과 묻어묻어 가는 느낌; 정책에는 저작권이 없으니 할 수 없음. 김진표는 무상버스 안된다고 끝장 보자고 들이대던데 그 외 환경생태 관련 공약 뭐 있는지 뒤져봐도 걸리는 내용은 없는 듯. 그러던 와중에 별 존재감 없는 예비후보 김창호의 경기도 에너지 자립 공약이 눈에 확 들어온다.
http://m.clicku.co.kr/deadline/53372

3월 18일
살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일을 해본 적이 없다.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도 없다. 진심으로 타인을 이해해본 적이 있었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히 가야할 길이 보인다. 내가 다른 사람의 삶에 관여해도 좋을까 망설이지 않는다. 이것이 최선인가 확신은 아직도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판단은 선다. 신기한 경험이다.

3월 21일
성남환경운동연합 회원들과 이재명 성남시장님을 만났다. 우리 시장님 역시 시민운동 하셨던 분이라 눈높이가 시민에게 맞춰져 있어서 유쾌하고 편안한 자리였다. 그렇다고 마냥 낄낄 웃기만 했던 건 아니고ㅋ 성남시에서 추진할 수 있는 사업 이야기 도란도란 나누었다.
첫번째는 방사능 안전급식 문제, 예산과 설치장소 잠시 논의하고서 시장님이 주무부서 책임자에게 핵종분석 가능한 식품용 방사능 측정기 구입을 검토해 보라고 단박에 말씀!
꺄아~ 꺄아~ 우리 시장님 멋쟁이~ 기후변화법 국민발의 서명도 슉슉~ 방사능안전급식네트워크와 경기녹색당 사무처장님이 방사능안전급식조례로 뛰어다니셨던 결과, 이제 성남시엔 식품용 측정기가 생길지도 ㅋ




3월 23일
전국에서 모인 녹색당 당원님들 만남. 이런 분이 녹색분자였구나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지켜내기 위해 투쟁해온 오당원님. 환경연합 활동가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녹색당원. 예전에 반구대 갔을 때 안개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해 아쉬웠던 기억 말씀드렸더니 댁이 반구대 바로 옆이라며 울산에 놀러오라고 하신다.
그리고 제천으로 귀농한 이당원님. 비건채식 이야기와 농사 이야기 하면서 신이 났다. 여자 혼자 귀농하면 어려운 점이 많을 텐데 엄청 강한 분인 듯한 느낌. 나중에 귀농이나 귀촌하려면 재천으로 오라고 하신다. 제천에도 홍성이나 옥천같은 마을이 생길지도. ㅋ
그리고 새빨간 새빠닥; 이당원님 얘기 들으며 완전 빵빵 터졌다. 보통 녹색당 남자들 무척 젠틀하고 댄디한 분이 많은데 약장수;; 같은 분도 있었구나 놀람. 이 분이 보험 들라고 권했으면 스르르 서명했을 것 같다. 고양 파주 당원인데 해이리에서 전기 없는 1박2일 프로그램하면 놀러오라고.
제주에서 오신 당원님 세 분. 늦게 권당원님 댁으로 함께 가서 한라산 소주를 마셨다. 우왕 물 건너온 술! 제주는 강정마을 말고 가본 데가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담에 놀러오면 들르라고 잼난데 많다고. 우왕 ㅋ 이번 녹색당 대의원 대회를 마치고 놀러갈 곳이 많이 생겨서 기쁘다. 유월이 지나면 전국일주 하고싶다능.

3월 24일
요즘 계속 녹색당 일로 바쁘다. 집에 밤늦게 들어가거나 새벽일찍 들어가거나 아예 안들어가는 날도 많았다.
얼마 전 동생이 드디어 녹색당 당원으로 가입해서 동지가 되었는데 근황을 물으며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동생: 녹색어머니를 위해 살색어머니를 매일 걱정하고 힘들게 하고 희생하게 했는데 녹색어머니께는 그러지 말자구

나: 웅웅 ㅠㅠ 녹색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총력을 다할게 동생동지

동생: 탈핵으로 인사를 대신 하겠습니다. 탈핵!

나: 탈핵!

아아 힘난다.

3월 25일
이메일 주소에는 그 문자를 조합한 사람의 삶의 단편이 담겨있다. 그가 어떤 학교나 회사,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지를 알 수도 있다. 그 사람이 태어난 날이나 해를 짐작하게 하는 숫자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이메일은 종교나 이념을 드러내기도 하고, 존경하는 인물의 이름을 포함하기도 한다. 그가 좋아하는 과일이나 동물, 나무, 꽃의 이름을 알 수도 있다. 녹색당 당원들의 이메일 주소에서 자주 눈에 들어오는 단어는

PEACE, ECO, FREE, GREEN, SKY, TREE, WIND.…

녹색당과 아수나로, 아이들을 위한 탈핵에 관해.

'아이들을 위한 탈핵에 관해' 좀 더 생각해볼 문제이지만 일단 정리.

저는 자녀가 없는 30대 성인 여성입니다. 저에게 탈핵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저 자신의 생존을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저와 비슷한 또래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아이를 낳은 여성들의 경우 본인의 생존이나 건강보다 아이들의 생존과 건강이 더 중요하게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더군요. 경험론자는 아니지만, 저로서는 어머니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마음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아요.

미성년이든 성년이든 동등한 인격권을 갖추고 있는 존재라는 사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정치적으로 올바르기 위해서 자기 아이의 건강과 생존을 걱정하고 있는 어머니들의 주장을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게다가 방사능 피폭 문제에 관해서는 특히 성장기의 어린이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요. (성인에 비해 어린이가, 그리고 남성에 비해 여성이 같은 양의 방사성 물질에 노출된다고 했을 때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어린이를 위한 정책이 먼저 고려되는 편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일테면,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해서 방사능오염 식품의 유통을 시장에서 차단하는 방법을 정책으로 만들고 법을 개정하는 노력을 해야하지만, 그보다 먼저 주력해야 할 일은 방사능오염 식품이 학교급식의 식재료로 사용되는 일을 막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의 건강이 중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동의하겠지만, 우선 고려되어야 할 사안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린이가 성인인 저보다 더 소중하거나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방사능 물질에 민감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린이를 동등한 주체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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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day Green 방사능없는 학교급식을 만드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어린이집이나 보육원, 유치원 등에 대한 조례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좀 난감한 기분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군인이나 대학교, 직장 그리고 교도소까지도 방사능에 오염된 식품으로 급식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체 식품에 대한 조사가 너무 어렵다면 단체급식에 해당하는 곳들에 대해 검사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보다 좋은 정책은 생산지에서 바로 검역, 검수하여 오염된 식품이 시중에 유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그런 정보가 감춰지지않고 시민들에게 공개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동현 무엇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의 문제에서, 모든 운동은 당사자로부터 시작될 때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는데, 지금 가장 강한 힘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아이들을 위해 탈핵을 생각하는 어머니&아버지들이니까요. 학교급식에서 시작하게 되면 방사능안전식품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노완호 누구에게나 핵 없는 세상을 이란 구호가 맞다고 할 수는 있지만, 아이들에게 핵없는 세상을 그리 경직되게 볼 필요가 있는가? 이런 생각도 드는군요. 우리시대의 풍요를 위해 미래세대를 착취하게 만드는 것이 핵발전의 본질이고, 당장 그 피해도 미래세대가 더 많이 당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면 '아이들에게 핵없는 세상을'이라는 구호도 충분히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의 입장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도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지않을까요? 후쿠시마의 어린이들은 이렇게 이야기 했지요. 우리는 언제까지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가요? 우리는 결혼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요?
저는 아동 및 청소년의 인권이 지켜져야한다는 말에 동의하지만, '아이들에게 핵없는 세상을'이라는 구호가 그것에 그리 민감하게 반응을 해야하는 말로 들리지는 않습니다.
부모들이 부모들 세대에 저지를 잘못을 스스로 책임지기 위한 구호라고도 해석할 수 있지는 않을까요?

이동현 저도 역시, 아이들을 위해 행동하는 부모들의 절박함을 표현하는 말이라고 봐요. 아수나로 쪽 이야기를 들어보면 애정을 느끼고 책임지려는 태도가 어떤 관점에서 보면 대상화나 도구화로 느껴질 수도 있겠구나 싶고요. 근데... 학부모 주축의 단체를 향해 할 이야기를 왜 우리한테 하시나 싶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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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주장이나 문제제기가 추진력을 가지려면 실태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일정 시기와 지역을 설정해놓고 아이들을 위해 탈핵,을 슬로건으로 사용한 행사가 몇 건이나 있었는지 행사를 기획주관한 조직과 연대참여한 조직은 어디인지 조사해 본다면, 이와 같은 슬로건을 사용하지 말라고 요청할 집단과 이러한 문제제기에 동참할 것을 요청할 조직이 어디인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며, 주장의 객관적인 근거를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태조사는 지루하고 귀찮은 일이다. 분명한 목적을 설정하고 조사를 시작했으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을 해보라고 섣부르게 권하다간 내가 마초 꼰대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날 것이므로 아무 말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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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의 글에 동의.
http://nar75.blog.me/60211546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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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별.

이제는 보내주어야 할 때라고, 깨끗하게 정리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나 이른 이별을 감당하기에 나는 너무나 나약했다. 하루 종일 가슴 속 빈 자리에 스산한 외로움이 밀려왔다. 그동안 나를 안아주었던 포근한 감촉이 잊혀지지 않아 종일 그리워했다.

- 내복에 관하여.

권력의 술수.

"고통을 겪는 사람과 그 고통을 알 권리가 있는 사람들 사이의 교신을 막는 것은 권력의 오랜 술수 중의 하나이지."

김영래, 숲의 왕, 문학동네, 2000. 81쪽.

아이에 대한 생각.

얼마 전 술자리에서 아이를 낳지 않은 삼십대 여성 당원들이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A: 이런 세상에 아이를 낳는다는 건 끔찍하지 않아요?

B: 그래도 나는 기회가 되면 낳아보고 싶어요. 아이를 잘 키워보고 싶어요. 

C: 아이를 잘 키워보려고 했는데 그 애가 자라서 핵물리학자가 되겠다고 그럼 어떡하죠? (그러니까, 핵무기를 만들고 싶어 한다면.)

B: 으아… 어떡하지?

A: 코스타리카로 조기유학 보내세요.

 … 세상에 내 맘 대로 되는 일 거의 없지만 특히 자식 일이 그렇다. 울 엄마도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을 게다.

꿈의 기록.

3월 11일의 밤의 꿈. 어디론가 사는 기차 안, 식사시간이 되어 배식을 받았다. 앞 칸으로 어묵국 국물을 한 그릇 집었다. 기차에는 어묵과 파 쑥갓 같은 것에 있었는데 모두 얼어 있어서 먹을 수 없었다. 흔들리는 기차 안에 서서 어묵 국물을 호르르 먹었다.

새벽의 꿈. 아주 격하게 섹스를 했다. 상대는 내가 현실에서도 알고 있는 실존인물인데 내 남자친구는 아니었다. 그는 등 뒤에서 나를 끌어안고 격하게 몰아쳤다. 몸이 젖혀지며 강렬하게 오르가슴이 밀려왔다. 내가 절정에서 황홀해하는 동안 남자는 자지를 빼고는 바닥에 사정해버렸다. 남자가 큰 손으로 내 아랫배를 어루만지며 위로했지만 무척 허탈하고 슬펐다.

3월 12일 낮에 차로 이동하면서 잠시 낮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다. 오른손 약지 아래로 손바닥이 갈라지면서 굵은 힘줄이 빠져나왔다. 갈라진 틈이 깊어지며 보지가 되었다. 손바닥에 보지가 생겼구나 신기해서 들여다 보았다.

감기몸살로 앓으면서 계속 뭔가 집어먹는 꿈도 꾸었다. 이ㅇㅇ님과 권ㅇㅇ님과 함께 디저트 카페 같은 곳에 갔다. 이ㅇㅇ님과 나는 달콤한 것을 먹고 싶었지만 칼로리가 너무 높아 차마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권선생님이 먹어도 괜찮다고 허가를 내려주었다. 이ㅇㅇ님과 나는 안심하고 신이 나서 달콤한 과자를 마구 먹었다.

3월 24일의 꿈 이야기. 풀밭에 누워 있었다. 양이 한 마리 나에게 다가왔다. 만화처럼 귀여운 양이 아니라 살아 있는 진지한 모습의 양이었다. 얼굴에 주름이 쪼글쪼글 검버섯도 있고 어쩐지 지친 것 같은 표정. 양은 내 옆에 있는 풀을 뜯어 먹었다. 우물우물 부지런히 풀을 씹다가 내 머리카락도 뜯어 먹었다. 아프지는 않았고 그냥 썩뚝 잘라졌다. 양은 풀과 머리카락을 열심히 씹었는데 딱히 맛있다는 느낌은 아니고 그저 먹는다 하는 듯.  잠에서 깨고 나서 머리카락을 만져보았다. 멀쩡해서 다행;; 이 꿈은 양모채취에 대한 것인가… 기분이 이상했다.

섹스와 건강에 관해.


한 영국 심리학자는 섹스를 많이 하면 평균 7년 정도 더 젊어 보일 수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인과관계 해석이 반대인 것 아닌가 싶다. 나이 보다 젊어 보이는 사람이 섹스를 많이 할 기회를 갖는다고 해석하는 쪽이 타당하지 않을까?

섹스를 많이 하면 이러이러하게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도 역으로 생각해 보면, 건강한 사람이 섹스를 많이 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는 게 옳은 해석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나도 하고 싶다고. ㅜㅜ;

http://www.huffingtonpost.kr/2014/03/08/story_n_4924003.html

한국의 도교 전시.






신선도를 보니 불로불사 영약을 만들었던 도사들도 탈모치료제는 만들지 못했던 모양이다. 

동생과 웃자고 한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옮겼는데, "원래 도사들은 앞머리는 밀어버리고 다른 머리털은 머리에 쓰는 도관(맞나? 암튼 저 족두리 같은거)에 밀어넣는 것으로 알고있음. 그니까 선천적 대머리는 아니라는 야그."라는 답을 들었다.



2014년 3월 1일 토요일

버스에서.

죽전에서 분당을 지나 과천을 거쳐 여의도까지 가는 7007-1번 버스가 있다. 나는 분당에서 과천으로 가는 대중교통을 찾다가 이 버스 노선을 알게 되었다. 지도앱에서 검색하기론 배치간격이 20분이라는데 50분 정도를 기다렸다. 버스에 타자 마자 기사님께 물었다. 

이 버스 배치간격이 몇 분이에요? 

나의 말투엔 분명 짜증이 섞여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사님은 흥분하지 읺고 친절하게 답했다. 

주행거리가 원체 긴데다 주말에는 배차가 길어요. 한 시간에 한 대 정도... 오래 기다리셨어요? 

그 말을 듣고 보니 납득이 되었다. 이 긴 거리를 오가는 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대개 경기 남부에서 서울시 중심부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승객일 것이다. 휴무일인 토요일 한낮의 버스는 드문드문 비어 있었다. 버스 기사에게 배차간격을 결정할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에게 화를 내는 건 정말로 부당한 일이지만, 그럼에도승객들의 지청구를 들어야 하는 입장인 기사님을 위로하고 싶은 기분이 들어 조금 거짓말을 했다. 

한 30분 정도 기다렸어요. 

운전석 뒷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버스 기사님은 배차대수가 적어서 대기시간이 긴 것도 문제이지만, 그보다도 버스 도착을 알리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가 탄 정류장에서는 시간이 맞던데요?

경기도에선 괜찮은데 서울에선 차이가 나요. 여의도에서도 그러고 사당에서도 그러고. 오 분 정도 차이가 날 때가 있어요. 손님들이야 전광판 보고 오 분 있다가 버스가 오겠거니 기다리면서 스마트폰보고 있는데, 그 버스는 지나가 버리고 다음 버스 대기시간이 뜨는 거죠.
 
승객 입장에선 황당하겠네요. 

당연히 그러시겠죠. 오 분 뒤 도착에서 갑자기 오십 분 뒤가 되는 거예요. 그러니 다음 차를 타면 화가 나서 얘기를 하세요. 지금이야 날이 좀 풀려서 낫지만 겨울에 추울 때 날이 궂어서 비라도 오면 거즘 한 시간을 기다리고 있자니 얼마나 화가 나겠어요. 

버스 도착알림 시스템에 오차가 있는 건 시스템을 운영하는 지자체 책임이지 기사님이 잘못한 일이 아니잖아요. 

사실 운전수야 운전하는 게 일인데... 그래도 손님들께 친절하게 대해야죠. 왜냐면 버스는 말입니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란 말이에요. 버스를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면 한 두 사람이 다치는 게 아니라 아주 수 십 명 대형사고가 난단 말이에요. 운전할 때 화 내고 마음이 안 좋으면 난폭운전 하게 되고 그러다 사고 나면, 아휴.

그렇군요. 

그리고 우리가 친절하게 잘 해야 7007-1번 버스 타는 분들이 지하철 타고 갈까 하다가도 그냥 기다렸다 버스 타고 가자, 그 버스는 기사가 친절해서 좋더라, 그러지 않겠어요? 그러면 승객이 늘고 버스도 늘고 기사도 좋고 회사도 좋고 안 그래요?

버스 기사님의 직업의식에 감동받았다. 자기가 하는 일에 이렇게 자부심을 가지고 버스운행 외에 추가되는 감정노동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니 놀라웠다. 진심을 담아 그에게 말했다. 

기사님 자부심이 대단하세요. 

아휴 자부심이라기 보다는... 친절이란 게 말입니다, 사실은 내가 좋자고 하는 거예요. 웃으면서 인사하면 손님도 웃고 기분 좋게 운전하면 일하는 게 즐겁죠. 물론 손님도 제 차 타는 동안 기분 좋기를 바라지만, 제일 기분 좋은 사람은 저예요. 하루 종일 차 안에 있는데 신나게 일해야지. 그냥 하루 하루 어떻게 넘긴다 이런 생각으로 일하면 버스기사 오래 못 해요. 

기사님의 직업의식과 인생철학에 감화되고 말았다.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며 버스기사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일테면 버스운전을 하다가 졸음이 올 때가 있는데 그렇다고해서 잠시 차를 대놓고 쉬었다 갈 수는 없으니 이 분은 일부러 전화통화를 하신단다. 어떤 승객이 보기에는 운전자가 딴짓을 하는 것 같이 느껴질 수도 있고 말소리가 거슬릴 수도 있겠지만, 기사님의 목적은 졸음을 날려버리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좀 더 많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면 화를 낼 일도 없겠네. 기사님과 얘기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쓰고 나서 보니 이것은 버스회사 홍보글도 아니고 뭥미; 

여튼 버스 운행 시간 정확하게 알려주는 스마트폰 앱 추천 바랍니다. 배차간격 20분엩 속아서 약속시간 완전 대박 늦었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