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
사람의 목소리, 좋다.
3월 5일
깊이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가장 깊은 곳을 드러낼 수 있다니, 평온하다.
(성남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님들 만나서 지역구 선거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뒤의 느낌이다.)
3월 7일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서 피곤해, 예전에는 이렇게 느낄 때가 많았다. 요즘은 반대로, 나를 만나 주어서 고마와, 라고 느낀다. 너무 많이 말을 해서 힘들어, 대신, 내 이야기를 들어주다니 기뻐, 라고 느낀다. 이런 변화가 놀랍다. 서른살이 넘으면 엄청 딱딱해져서 변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변하기도 하나 보다. 더 살아도 될 것 같다. 좀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지도 몰라.
3월 8일
날이 좀 풀렸지만 방심하지 않고 내복을 꼭 챙겨 입는다. 양말은 두 겹 겹쳐 신을 때가 많다. 닳아서 얇아진 양말은 하나만 신으면 발이 시려서. 집에 돌아외서 양말을 겹겹 벗으며 내 발에서 나는 냄새에 깜짝 놀랐다. 후다닥 욕실로 들어가서 쪼그려 앉아 발을 씻다 깜빡 잠이 들었다. 따듯한 물이 몸에 닿으니 노곤노곤. 잠결에 머리까지 젖어서 내친 김에 머리도 감고 몸도 씻었다. 기분 좋게 자야지.
3월 10일
동생과 함께 이런 자료를 보았다. 동생이 말했다. 헐크 같은 방사능 돌연변이 수퍼히어로 만들려고 이러는 거냐?
3월 10일
모두 주님 뜻대로 하세요.
요즘 기도를 할 때는 이렇게 마무리를 하려고 노력한다. 이 땅의 모든 악덕에 대해 주님께 책임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주님의 뜻을 기다리겠다는 의미이다.
어쩌면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이미 파국으로 향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그분의 뜻일지도 모른다.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결과를 기다리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그러는 동안 지치고 외로운 사람들을 보듬을 수 있다면 좋겠다. 미워하지 말고 성내지 말고 끌어안을 수 있다면 좋겠다.
3월 11일
종일 바쁘게 지내다가 달력을 보니, 오늘이 3.11 후쿠시마 참사 3주기일. 생명을 위해 기도합니다.
3월 13일
밀양 골안마을에 다녀왔습니다. 비 맞으면서 산길을 뛰어다니다 보니 감기가 악화되었습니다. 기침 쿨럭 콧물 쥴쥴. 그리고 전화기가 망가졌습니다. 산골짜기 마을에서 통신이 안 되는 상황에서 저는 모처럼 자유로웠는데, 혹 전화가 연결되지 않아 걱정하신 분도 있을지 모르겠네요. 여튼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ㅋ
3월 14일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공약을 살펴보는 중이다. 김상곤은 버스공영제와 묘소참배 이슈 외에는 무슨 내용이 나왔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원혜영은 버스공영제에서 상곤님과 묻어묻어 가는 느낌; 정책에는 저작권이 없으니 할 수 없음. 김진표는 무상버스 안된다고 끝장 보자고 들이대던데 그 외 환경생태 관련 공약 뭐 있는지 뒤져봐도 걸리는 내용은 없는 듯. 그러던 와중에 별 존재감 없는 예비후보 김창호의 경기도 에너지 자립 공약이 눈에 확 들어온다.
http://m.clicku.co.kr/deadline/53372
3월 18일
살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일을 해본 적이 없다.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도 없다. 진심으로 타인을 이해해본 적이 있었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히 가야할 길이 보인다. 내가 다른 사람의 삶에 관여해도 좋을까 망설이지 않는다. 이것이 최선인가 확신은 아직도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판단은 선다. 신기한 경험이다.
3월 21일
성남환경운동연합 회원들과 이재명 성남시장님을 만났다. 우리 시장님 역시 시민운동 하셨던 분이라 눈높이가 시민에게 맞춰져 있어서 유쾌하고 편안한 자리였다. 그렇다고 마냥 낄낄 웃기만 했던 건 아니고ㅋ 성남시에서 추진할 수 있는 사업 이야기 도란도란 나누었다.
첫번째는 방사능 안전급식 문제, 예산과 설치장소 잠시 논의하고서 시장님이 주무부서 책임자에게 핵종분석 가능한 식품용 방사능 측정기 구입을 검토해 보라고 단박에 말씀!
꺄아~ 꺄아~ 우리 시장님 멋쟁이~ 기후변화법 국민발의 서명도 슉슉~ 방사능안전급식네트워크와 경기녹색당 사무처장님이 방사능안전급식조례로 뛰어다니셨던 결과, 이제 성남시엔 식품용 측정기가 생길지도 ㅋ
3월 23일
전국에서 모인 녹색당 당원님들 만남. 이런 분이 녹색분자였구나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지켜내기 위해 투쟁해온 오당원님. 환경연합 활동가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녹색당원. 예전에 반구대 갔을 때 안개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해 아쉬웠던 기억 말씀드렸더니 댁이 반구대 바로 옆이라며 울산에 놀러오라고 하신다.
그리고 제천으로 귀농한 이당원님. 비건채식 이야기와 농사 이야기 하면서 신이 났다. 여자 혼자 귀농하면 어려운 점이 많을 텐데 엄청 강한 분인 듯한 느낌. 나중에 귀농이나 귀촌하려면 재천으로 오라고 하신다. 제천에도 홍성이나 옥천같은 마을이 생길지도. ㅋ
그리고 새빨간 새빠닥; 이당원님 얘기 들으며 완전 빵빵 터졌다. 보통 녹색당 남자들 무척 젠틀하고 댄디한 분이 많은데 약장수;; 같은 분도 있었구나 놀람. 이 분이 보험 들라고 권했으면 스르르 서명했을 것 같다. 고양 파주 당원인데 해이리에서 전기 없는 1박2일 프로그램하면 놀러오라고.
제주에서 오신 당원님 세 분. 늦게 권당원님 댁으로 함께 가서 한라산 소주를 마셨다. 우왕 물 건너온 술! 제주는 강정마을 말고 가본 데가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담에 놀러오면 들르라고 잼난데 많다고. 우왕 ㅋ 이번 녹색당 대의원 대회를 마치고 놀러갈 곳이 많이 생겨서 기쁘다. 유월이 지나면 전국일주 하고싶다능.
3월 24일
요즘 계속 녹색당 일로 바쁘다. 집에 밤늦게 들어가거나 새벽일찍 들어가거나 아예 안들어가는 날도 많았다.
얼마 전 동생이 드디어 녹색당 당원으로 가입해서 동지가 되었는데 근황을 물으며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동생: 녹색어머니를 위해 살색어머니를 매일 걱정하고 힘들게 하고 희생하게 했는데 녹색어머니께는 그러지 말자구
나: 웅웅 ㅠㅠ 녹색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총력을 다할게 동생동지
동생: 탈핵으로 인사를 대신 하겠습니다. 탈핵!
나: 탈핵!
아아 힘난다.
3월 25일
이메일 주소에는 그 문자를 조합한 사람의 삶의 단편이 담겨있다. 그가 어떤 학교나 회사,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지를 알 수도 있다. 그 사람이 태어난 날이나 해를 짐작하게 하는 숫자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이메일은 종교나 이념을 드러내기도 하고, 존경하는 인물의 이름을 포함하기도 한다. 그가 좋아하는 과일이나 동물, 나무, 꽃의 이름을 알 수도 있다. 녹색당 당원들의 이메일 주소에서 자주 눈에 들어오는 단어는
PEACE, ECO, FREE, GREEN, SKY, TREE, W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