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페이스북 그룹에서 댓글로 주고받은 말을 간추려 보았다.
박00 님의 질문: 공장식축산이 문제라는것인가요? 그렇다면 집에서 기른돼지는 괜찮다는 것인가요? 그게아니라 지능이 있는 것을 먹는게 문제라는 것인가요 아니면 먹히는 동물들이 불쌍하다는 게 문제인가요. 채식주의는 늘 논점이 뒤엉킨채 설득도 설명도 아닌 감상수준으로 끝나는게 문제입니다.
조세형 님의 답변: 채식주의에 대해 드는 의문에 대해 질문을 제기해주셨는데요, 사실 우리나라보다 일찍이 공장식 축산을 도입하고, 그 폐해를 경험한 서구 사회에서는 채식주의에 대한 정교한 "논리적" 이론체계가 세워져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그리 깊지 못한 탓인지, 공장식 축산에 따른 과도한 육식에 대한 비판으로 채식주의에 대해 말할 때, "논리가 없다" 혹은 "감성주의다"라는 비난이 따르는 것 같습니다. 박00님께서도 채식주의가 논리적 배경이 없는 감성주의라고 비판하시는 것 같은데요, 이 기회에 채식주의가 "동물에 대한 연민에서 비롯된 감성주의"라는 오해를 풀어드리고자 책을 한권 소개드리고 싶습니다.
실천윤리학자인 피터 싱어 프린스턴 대학 교수의 <동물해방>이라는 책입니다. 제목 자체가 참 과격하죠?^^ 피터 싱어 교수가 왜 동물 “해방”을 주장했는지 이 책을 읽어보시고 그 이유를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이 책에서 피터 싱어 교수는 단순히 동물을 배려하는 차원을 넘어 동물도 도덕적 고려의 대상이라는 점을 논증하면서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이것이 돼지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거나 교육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미의 평등은 아닙니다. 모든 동물을 똑같이 대우하자는 평등이 아니라 "각자의 관심을 동등하게 고려하자"는 의미죠.^^ - 자세한 설명은 책에 상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이 책에서 피터 싱어 교수는 동물권리 운동이 궁극적으로 채식주의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논리적 근거"를 철학적 논증을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채식주의가 감상주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꼭 이 책을 권해드립니다.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은 채식주의가 탄생하게 된 논리적 배경을 설명한 책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책이구요,
그 외에도 채식주의의 논리적 근거를 소개한 책으로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 고기를 굽기 전, 우리가 꼭 생각해봐야 할 철학적 질문들>, <동물의 역습> 등이 있습니다. 제가 자세한 목록을 제 블로그에 소개해두었으니 꼭 읽어보시고 함께 생각을 나누었으면 좋겠네요.^^ http://blog.naver.com/unchi/220285901037
박00님: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남에게 권할 수 있는 정도의 적극적인)채식주의가 감상이 아닌 논리적토대를 갖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거든요. 추천서적 중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는 읽은 바 있고 저자는 공장식축산문제에 대해 설명과 설득을 유려하게 풀어놓고 있지만 이 역시 보다 근본적인 질문 ㅡ 공장식축산이 가진 산업적 환경적 부작용때문에 육식을 그만두어야 한다면 기술진보로 인해 보다 효과적인 축산시스템이 도입된다면? 산업논리는 기술진보가능성을 간과하고 있고 동물권에 대해서는 감상수준. 산업논리를 제외하고 왜 동물을 먹지말아야한다는 질문 ㅡ 앞에서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동물이 불쌍하다느니 인간의 친구라느니 같은 말이나 공장식축산의 산업적 폐해만 지적하는 것이 아닌 책이었으면 합니다. 추천해주신 책 동물해방은 좋은 답변에 대한 보답으로 이번주말에 꼭 읽어보겠습니다.
조세형 님의 답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는 철학적 논증보다는 르포식 현실고발이 빛나고, 본인이 채식주의자로서 채식주의자와 육식의 중도를 모색해봤다는 점에서 현재 개봉중인 다큐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와도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추천드린 <동물해방>과 관련해서는, 이 책의 피터 싱어는 동물애호가가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책의 서문에서 자신의 애완견은 애지중지하면서 자신이 먹는 샌드위치 속의 돼지의 권리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어느 부인(일반적인 개나 고양이 반려인들의 태도를 상징하기도 하죠.^^)에 대한 비판도 실려 있구요.
또 추천드린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 고기를 굽기 전, 우리가 꼭 생각해봐야 할 철학적 질문들>의 저자인 최훈 교수님도 책 속에서 본인은 "동물에 관한 한 냉혈한"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즉, 두 분 다 동물에 대한 불쌍함이나 애정이 아닌, 철저하게 이성적 논리에 근거해서 채식주의를 옹호하고 있죠.
이런 논지는 결국 차별 철폐, 약자에 대한 편견 불식과 보호, 즉 더 많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논리로 귀결되는데요, 시간이 되신다면, 동물보호단체 카라에서 주관하는, 이번 주 토요일 연세대에서 개최되는 사회심리학자 멜라니 조이 박사의 강연도 들어보실만 하실 거에요.^^
멜라니 조이 박사는 채식주의를 논리적 근거에 기반해서 주장하기보다는, 사회심리학자의 입장에서 우리가 동물을 먹는 행위것 기저에 있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분석한 학자입니다. 이것도 결국 약자에 대한 보호, 즉 차별 철폐라는 정의 구현의 맥락과 맞닿아 있는 것이지요.
이분이 쓴 책도 위 블로그 목록에 공유해놓았습니다. ^^ 제가 너무 말이 많았네요. 열린 마음으로 책을 읽어보겠다고 하시니 너무 감사드리구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