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8일 금요일

결정과 집행.

판결을 내리는 사람이 직접 사형을 집행한다면 과연 사형제도가 존속될 수 있을까요?

우리 지역 녹색평론 독자모임에서 하모선생님이 이런 요지의 말씀을 하셨다. 판사의 역할이 정의의 망치를 두드리는 것만이 아니라 제 손으로 다른 사람을 살해해야 한다면 국가에 의한 살인을 정당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검사와 판사와 교도관과 사형집행인, 국가의 폭력을 자행하기 위한 역할의 분담. 이렇게 효율적으로 조직된 제도 안에 생명의 존엄은 없다.

- 고000 우리가 먹고 있는 고기의 본래 모습, 탄생-사육-도축-가공 과정을 투명하게, 직접적으로 대면한다면 사람들의 육식에 대한 태도가 어떻게 달라질까? 라는 질문을 비슷한 맥락에서 해 봅니다.

- 00 Joo 에다드 스타크 얘기가 한번은 나왔으리라에 한표!

- 김00 저도 이 글 보고 스타크 가문이 직접 사형집행하던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녹평독자모임에서는 육식과 도축과정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직접 도축할 수 없는 생명의 죽음을 남에게 맡기고 그 시신을 뜯어 먹는 대신 먹지 않는 쪽을 택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좁은 우리를 떠나 도살장으로 끌려가던 소 4마리가 몸부림을 치다가 사람을 해치고 결국 사살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소고기를 먹지 않으면 소를 죽이지 않아도 되고 괴롭히지 않아도 되고 사람이 다칠 일도 없는데.

도축장 탈출 젖소 난동 4명 부상..결국 사살(염기찬, 뉴시스)
http://media.daum.net/society/affair/newsview?newsid=20140224183406364

2월의 메모.

요즘 너무 바빠서 못 적어놨던 일들 메모라도 해놓아야 안 까먹을 듯. 

밀양 가서 할매들이랑 노래부르고 녹음을 했다. 트롯트롯 뽕필충만 힐링받고 왔다. 담에 밀양에 갈 때는 색도화지랑 마커랑 들고 가서 유행가 가사를 큰 글씨로 적어드리고 와야지.

면생리대를 여러 디자인으로 개량해보고 있는데 재미있다. 블로그도 하나 새로 만들었다. 이 블로그는 정보만으로 채워야지.

너무 낡은 티셔츠를 북북 찢어서 면실을 만들어 뜨개질로 러그를 만들고 있다. 한 달 넘게 느릿느릿 조금씩 완성하는 중이다. 덕분에 버스 타기가 즐겁다. 

성남환경운동연합에서 집행위원이 되었다. 대체 왜 그렇게 된 건지 모르겠다. 삼십대란 뭔가 나서서 일을 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어쨌든 엄청 맛좋은 유기농 감을 선물받아서 매일 아침 먹는다. 

을 제때 못 먹어서 본의 아니게 간헐적 단식 중. 점심이나 저녁을 거르는 때가 종종 있는데 바쁘니까 허기도 안 느낀다. 심지어 밥 먹게 되면 씹어 삼키는 게 힘들어. 그럼에도 체중은 줄지 않는다. 나는 조난을 당해도 아주 오래 살아남을 것 같다.

고양이 도도가 요즘 사춘기인 모양이다. 자주 만나지 못해 아쉽다. 고양이 주인인 남자친구도 보고 싶다. 통화하면 고양이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되는데 마치 자식 이야기 나누는 부부 같이...; 우리가 서로에 대해서 말한다면 좋으련만.


스쿠터 운전실력이 점점 좋아지는 기분, 하지만 방심은 위험하지. 성남에서 하남 정도 오갔는데 의왕 과천까지 한 시간 정도 거리는 어렵지 않게 달린다. 운전에 스트레스 받는 빈도도 줄어드는 듯.


주기적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는데 자기객관화와 성찰에 도움이 되고 있다. 부모님과 감정적인 대립이 심한데 이런저런 문제를 드러내는 과정에서 내가 좌절하고 포기하는 대신 표현하는 쪽을 택한다는 것은 좀 더 강해졌단 증거라고 본다. 효도는 모르겠고 일단 건강하게 살고 봐야겠다.


귀농귀촌에 대한 인터넷 강의를 듣는 중.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 나는 농사 지으면 밥 굶을 것 같다. 그냥 글이나 팔자.


일산 킨텍스에 가서 인터뷰. 북한 국적인데 중국에서 활동하고 사실 고향은 남한인 노년의 화가, 본인은 남한에 방문하지 못하고 중국 국적인 딸이 와서 만나보았다. 인생이 드라마, 하지만 격동의 현대사를 거치면서도 꼿꼿하게 작품을 계속해온 결과물을 보니 혈관이 뜨거워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남에게 이렇게 하자고 주장하는 일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에게 부족했던 것은 말재주나 글재주가 아니라 신념이었던 것 같다. 경기녹색당 대의원대회 준비하면서 당원 결의안을 작성했다. 자정을 넘겨 지금까지 급하게 써내려간 지라 적확한 용어를 고민하지도 못했고 문장은 거칠며 구성은 허술하다.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 글이 아니지만, 이것이 옳은 일이라고 믿고 있기에 다른 사람에게 내보이기 부끄럽지 않다. (왜 녹색당 이야기를 쓸 때면 신앙을 간증하는 기분이 드는지 몰라...; 아,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벌써 네 시가 넘었네... ㅠㅠ)

친구가 말했다. 너 너무 정치적인 것 같아. 내가 답했다. 나는 우리나라에 핵발전소만 없어지면 정치따위 신경쓰지 않을 거야. 친구가 말했다. 씨발 평생 가겠네. 아니야. 내 평생 안 갈 거야.

무거운 건 달콤해. 그리고 너는 무거운 걸 달콤하게 여길 거야. 글쎄. 달콤하지만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섹스는 가볍고 달콤한데.


분노하는 이유는 결국 사랑하기 위함입니다.


- 2월의 마지막 날도, 녹색당 당원들과 함께 보낸다. 좋네.


유성기업 노조투쟁 힘내요.

충북 옥천. 고개를 들어 철탑을 보니 그곳에 사람이 있다. 유성기업 노조투쟁 힘내요.

"우리의 요구는 법과 원칙을 지키라는 것입니다."

지저분한 공작으로 합법적인 민주노조를 파괴한 자본가, 유성기업의 투쟁을 외면하는 언론에 분노한다. 철탑에서 백일을 보낸 노동자를 두고 귀족노조라는 말이 어찌 나오나? 사측이 용역깡패를 고용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사건을 불기소 처리한 처리한 검찰, 국민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에도 자본의 편에 서 수수방관하는 정부의 합작이다. 어려운 상황에도 몸을 던져 싸우는 유성기업 노동자들 승리하세요.



장수의 비밀.



"하기 싫을 때는 하지 마, 안 하면 되잖아."

고인오 할머니의 말씀, EBS 장수의 비밀 <아흔한 살, 해녀 할망>

해초와 해산물, 채소 위주로 끼니를 거르지 않고 식사하고, 병원에 자주 다니고, 규칙적으로 낮잠을 자고, 부지런하게 몸을 놀리며 꾸준히 일을 한다는 등의 생활습관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이런 생활습관이 장수의 원인인지 반대로 건강의 결과인지는 잘 모르겠다. 건강한 체질을 타고 났기 때문에 이렇게 생활할 수 있고 결국 오래 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하지만 해녀 할머니가 말씀하는 삶의 태도는 타고나지 않아도 배울 수 있을 테니,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하기 싫은 일은 하지 말고 먹기 싫은 음식 먹지 말자.


2014년 2월 26일 수요일

며칠 동안, 꿈의 기록.

며칠 동안, 꿈의 기록. 

방 배치를 바꾸었다. 방 한 가운데로 계곡이 흐르게 되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정면으로 계곡이 보이고 양옆으로 침대와 책상이 있다. 계곡물이 졸졸 흘렀다. 돌에는 초록색 이끼가 끼었다. 해가 드는 계곡 쪽으로 널어 놓은 두꺼운 모직 셔츠에도 이끼가 끼었다. 셔츠에 낀 푸른 이끼는 포근하게 보였다. 그 방에서 밥을 먹었다. 

참호에서 남자가 백러시아 군대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내가 보는 바로 옆에서 죽었다. 나는 우리의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남쪽이 아니라 북쪽으로 향하는 길을 택했다. 북쪽으로 향하는 길은 마을에서 1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그 마을에서 보급을 하고 있었는데 원래 그 마을에 주둔하고 있던 덩치 큰 러시아 군인이 말을 타고 지나갔다. 그러면서 총을. 애인이 내 옆에서 내가 보는 앞에서 어깨를 떨면서 죽어갔다. 

먼 곳으로 떠났다. 그리 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홀로 술집에 앉았다. 잠시 술을 마시다 나왔다. 어느 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부모들 옆에 섰다. 한 여자가 이름을 물었다. 이름은 로베르타 진이에요. 여자는 내 아이의 이름도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2014년 2월 19일 수요일

일상의 기록.




일요일 저녁, 영화 <또하나의약속>을 보러 극장에 갔다. 흥행이 어찌나 잘 되었는지 빈 좌석이 별로 없다. 결국 밤 10시 티켓으로 두 장 구입했다. 하릴없는 시간이 생겼지만 참으로 기쁘다. (물론 기쁨의 포인트는 나란히 앉아서 영화를 볼 남자가 있다는 점이다.)





성남환경운동연합 총회에서 나무판으로 만든 감사패를 전달하는 장면입니다. 감사패나 임명장이나 우승컵;같은 것도 나무로 만들면 좋겠어요. 사람의 몸은 죽으면 사라지고 이름도 결국 언젠가 잊혀질 텐데 플라스틱이나 금속에 새겨야 할 필요가 있나 싶네요.
- 차0희 사람들 기억속에 남기고, 무덤도 패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면...




녹색평론 독자모임 친구들과 함께 남한산성에 갔다.
허물어져 가는 돌벽을 따라 걸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
이 벽을 굳이 시멘트로 돋우어야 할까?
우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래 전에 친구에게 돈을 빌려준 적이 있다. 돈 빌려줄 때는 잊어버려야 맘이 편하다는 어느 스님 법문을 듣고 진짜로 잊고 있었다. 친구가 그걸 돌려주면서 그동안 독촉하지 않아주어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카드사와 대부업체에서 어지간히 시달렸던 모양이다. 돈을 받으니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정말 기억 못하고 있었다고 낄낄 웃었다. 여유가 있을 때는 빌려줄 수 있어서 좋았고 좀 쪼들릴 때는 돈이 생기니 좋다. 정말 잊으려고 하면 쉽게 잊어지는구나. 내 기억력은 좀 짱인듯.
- 최0식 저는 장기투자 중입니다. 사람이 부도나지는 않더라구요.



경기녹색당 대의원대회 준비하면서 전화를 돌리고 있다. 전화를 안 받는 당원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어떤 분 전화를 했더니, 고객님의 전원이 꺼져 있어...라는 안내멘트가 나왔다. 바로 문자를 보내는데, 김ㅇㅇ 고객님~ 이라고 써버린 걸 전송 누르고 깨달았다. 이 당원님 황당하시겠네. 당원고객님 많이 놀라셨죠...;
- 박0호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녹색당에까지 미쳐, 당원을 고객취급하는 이 비참한 세태에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군요.





어떤 거짓말.

고이데 히로아키/교토대 교수 : 일본에서도 최근 몇 년 전까지 원전의 발전양이 전체 전력의 30% 가까이 차지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원전을 멈출 수 없다고 선전을 해왔는데요. 대부분의 일본사람들은 그 말을 믿어 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거짓이었습니다. 현재 일본은 원전을 전부 멈췄지만, 정전은 물론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한국의 초대받아 오게되면서 한국 전력상황을 조금 알아보았는데요. 한국도 당장 원전을 중지해도 전력부족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인터뷰] 고이데 "도쿄 일부 피폭..일본 여행 자제를"
http://m.media.daum.net/m/media/world/newsview/20140124220410649

올림픽.

술 마시며 스피드 스케이트 경기 중계방송을 보다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스케이터 첫번째와 열번째 사람의 경기 기록이 고작 일 초 차이도 안 난다. 그게 뭐라고 싶은데. 싶다가도 눈 깜짝하는 시간보다 더 빨리 빙판을 달리는 게 중요할 수도 있구나. 지금 얼음장을 달리는 사람들 모두 멋져. 기록은 기록을 갱신한 사람들의 이름만 중요하게 여길지라도 모두 잘 했어. 아니 사람이 어떻게 맨몸으로 시속 오십킬로미터를 넘게 가니! 축복해야 할 일이지.

올림픽의 장점은 이글이글한 눈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강의.

심심할 때는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 요즘은 경기도에서 제공하는 평생학습-홈런 사이트에 자주 접속한다. 영어나 중국어 강의를 틀어놓고 따라하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외국어를 소리 내어 따라하는 일은 노래를 부르는 일과 비슷한 것 같다. 외국어 강좌 외에도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강의도 있고, 생활이나 취미 관련 강좌도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다. 당장 쓸모는 없을지라도 마사지하는 방법이나 요리법을 배우고 아이의 아토피에 대비하는 방법을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았다. 실제로 마사지법을 알고 해보니 유용하더라.

홈런에서는 사이버교육 전문업체에서 제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번에 유저가 직접 기획한 콘텐츠를 론칭했다. 이른 바 착한 콘텐츠. 그 중에 '천연소재를 활용한 나만의 청소 노하우' 영상 무척 신기하다.

http://www.homelearn.go.kr/front/community/GoodContentsAction.do?method=newList&buSeqNo=1&rowNum=0

영상에서는 평범한 가정주부가 나와서 자기 집 부엌과 화장실 등을 공개하고는 가정에서 실제로 활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용하는 재료는 천연이라기보단 생활용품에 가까운 것들. 식초, 베이킹파우더, 레몬껍질, 귤껍질, 소금, 소주, 샴푸린스 등이다. 사실 이런 생활정보는 인터넷에 넘쳐나고 이미 알고 있던 내용도 있었지만 한방에 모아서 보니 신기한 노하우가 많더라. 일테면 욕실 거울을 헤어 용 린스로 닦아주면 김이 서리지 않는다고 한다. 놀랍지 아니한가?


(이 리뷰를 작성하고 한국민속촌 입장권을 받았다. 행운이네!)


행복하려면 녹색.



행복하려면 녹색 출판기념회에 정의당 당원인 남자친구와 함께 갔다. 이 책의 공동저자인 서형원은 녹색당의 과천시의원으로 이번 지방선거 과천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그런데 정의당 황순식의원도 얼마 전 과천시장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과천시에서 진보정당 후보단일화를 이루어 내야 승리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인데 서의원이나 황의원 모두 대단한 분들이라 결과가 어찌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정의당 당원인 친구 입장에선 녹색당 시장후보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는 일이 내키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녹색(반동;)분자들이 모여있는 장소에 같이 있는 것도 편하지는 않았을 터. 그러나 행사장에 함께하며 서형원 의원의 매력에 폭폭 빠져들고 말았다. 심지어 서의원이 공연을 위해 무대에 서자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똑똑하고 잘 생겼는데 노래도 잘 부르면 완전 재수 없겠다."

거침 없는 독창과 좌중이 함께한 합창과 아카펠라 팀 공연이 이어진 뒤 물어보았다.

"재수 없어?"

"응. 재수 없어. 근데 저 사람이 과천시장 당선되면 좋겠다. 저 사람한테 좋은 게 아니라 과천에 좋겠어."

샛노란 정의당 친구가 새파란 녹색당 의원이 좋다고 하니 후보단일화의 희망이 보인다.


서형원 과천시의원, 9일 출판기념회 갖고 선거운동 돌입
http://media.daum.net/society/nation/metro/newsview?newsid=20140206104207644

2014년 2월 3일 월요일

요리블로거 소개.

예전에는 나물이, 베비로즈, 둥이맘 님 블로그에 자주 갔었더랬다. 이 분들 시작은 참 소박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래저래 협찬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더라. 스스로에게 그리 익숙하지 않은 듯한 제과나 제빵, 좋게 말하자면 퓨전음식이지만 사실은 원본에서 너무 멀어진 것 뿐인 서양식 요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걸 계속하는 편이 좋을 텐데, 블로그 독자가 많아지니 자꾸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는 모양이다. 게다가 몇 번 쓰지도 않고 찬장에 처박힐 것이 분명한 제빵기며 튀김기 따위의 가전제품을 소개하는 포스팅이 줄지어 나오고 공동구매까지... 그 뒤로는 발길을 끊었다.

이후로 알게 된 훌륭한 요리블로거가 몇 있다. 소개하고 싶은 두 분이 있는데 에이프런, 로마병정 님. 기본적으로 인터넷 세대가 아니고 평생 살림을 해온 아주머니들이라 블로그 활용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검색엔진에서 상위에 노출되지도 않고 어떻게 해야 유입이 많아지는가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다. 블로그에 업로드하는 요리사진도 예쁘게 찍기 위한 노력이나 후보정 따위는 없다. 다만 요리의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사진일뿐이다. 그런데 그 내용이 정말로 충실하다.


1. 에이프런, 에이프런네 부엌

http://apronsdays.egloos.com/

http://cafe.daum.net/apronsday


'에이프런'님은 전통식품, 발효식품에 대한 연구가 돋보이는 블로거. 또한 식재료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채소의 모든 부분을 버리지 않고 음식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적절한 활용법을 일러준다. 그리고 생태환경에 대한 의식도 대단히 높다. 음식물 조리 시 열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저염식, 특히 전통음식의 저장방법으로 최적화된 수준의 저염식에 대한 연구도 돋보인다.

예를 들어 무청시래기와 배추우거지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할 때, 보통의 요리블로거나 요리연구가의 책에서라면 순서에 따라 데치고 말리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나 에이프런 님의 블로그는 다르다. 압력솥을 이용해서 찌는 것이 데치는 것보다 열효율이 좋다는 내용을 설명하고, 배춧잎이나 무청을 미리 한 잎 크기로 잘라서 말리는 편이 건조속도도 빨라지고 보관에도 용이하다고 기술하는 식이다. 이런 내용은 다른 데서 찾아볼 수 없는 깨알 같은 살림지식이다.

에이프런의 블로그 내용은 여기저기 많이 퍼지고 있는데 이렇게 유명세가 생기면 자기의 재주를 미화시키고 싶은 욕망이 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분은 철저하게 연구자의 자세로 남아있다. 직접 메주를 빚어 띄우고 장을 담그는 과정을 모두 보여주는데, 때로 새로운 방식으로 메주를 빚었다가 곰팡이가 제대로 피지 않아 실패했을 지라도, 그 결과와 나름의 원인분석을 아무 가감 없이 보여준다.

에이프런이 연구하고 있는 발효식품 영역은 매우 심오해서 일반인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 보통 사람들이 따라 만들기 불가능한 영역에 있는 음식도 꽤 자주 선보인다. (대체 무슨 재주로 현미등겨를 가지고 메주를 빚을 것인가;;; 털썩;;;) 그래도 한반도 남쪽에 이런 연구를 계속하는 민간인이 계시다는 것만으로 응원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살림에 대해서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하는 분이 또 있을까? 블로그를 통해서 단순한 요리, 조리법을 넘어서 우리의 삶과 살림에 대한 사유와 철학을 엿볼 수 있다.

2. 로마병정, 슬프지 않은 곳..

http://blog.daum.net/haingja1228

'로마병정'님은 대가족의 어머니, 지금은 분가한 자식이 살고 있는 곳은 다세대주택의 아랫집이다. 아랫집 사는 손자의 이름은 은찬이, 얼마 전에 동생이 태어났다. 손 큰 시어머니 느낌이랄까, 음식을 할 때 굉장히 넉넉한 양을 만드는 것 같은데 아마 가족들이 모두 잘 나눠서 자시겠지. 옥상에는 작은 텃밭도 꾸미고 있어서 제철채소를 활용한 음식이 자주 올라온다.

이분은 영감님이 항암치료 중이라 환자를 위한 건강식을 계속 연구하는 중이다. 암에는 블루베리가 좋다더라, 상황버섯이 좋다더라 이런 정보는 인터넷에 널리고 널렸다. 하지만 냉동실에 블루베리를 저장하는 방법이나 영감님이 물리지 않도록 내놓는 방법에 대한 정보는 이 블로그에서 찾아보는 것이 가장 쉬울 것이다.

로마병정 님의 블로그 중에 냉장고에 쟁여놓은 재료로 하루 세 끼 '다른' 죽을 끓여 내는 테크닉에 대한 글이 기억에 남는다. 죽을 끓일 쌀이나 잡곡은 물에 불렸다가 수분을 머금은 채로 냉동실에 두어 얼리다가 너무 꽝꽝 얼어버리기 전에 꺼내 방망이로 두들겨서 알곡을 부숴주고 또 다시 얼리고 하는 방법으로 저장해둔다고 했던가.

아무래도 연세가 있는 어른이다 보니 블로깅에 익숙하진 않고 컴퓨터를 잘 다루지도 못해서 접속이 꾸준하지 않은 상황인 듯 싶다. 그래도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일을 무척 즐기는 것 같다. 방문자가 댓글을 남기면 아주 정성스럽게 답댓글을 달아주더라. 상황이 비슷하게 가족 중에 암환자가 있는 방문자들은 자주 댓글을 통해 항암음식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근황도 묻고 하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고 있으면 참 애잔하다.

로마병정님 고향이 어딘지 참 궁금한데, 주방에서 사용하는 어휘가 굉장히 재미있다. 이런 문장을 읽다 보면 절로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시날 고날 끓이다가 흐물 흐물 익으면 불을 끕니다.
국물이 자작할 때 섞으면 끄니를 때우기 좋습니다.
볼품 없게 툭 툭 잘라서 대강 버므리고 둡니다.
완전히 마르기 전 녹신 녹신 할 때 얼립니다.


성적인 지향.

예전에 몇 번 갔던 술집에서 서빙하는 일을 하는 게이 오빠를 알게 됐다. 희고 부드럽고 토실토실 귀여운 외모가 내가 보기엔 참 좋았는데 그 오빠는 계집애의 호감 따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지. ㅋ 게이들의 세계에서 자기는 안 팔리는 외모라며 자학하는 이야기를 했었다. 여장하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이런 말에 조금은 위로를 받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완전 여성형의 트렌스젠더가 아니라면 여장을 하고 밖을 돌아다니기는 무리.

그 오빠는 싫은 소리 한 마디 못하는 소심한 성격이었다. 서빙하는 일이 원래 그런 감정노동이기도 하지만 사적인 이야기를 할 때도 남에게 반대하는 말 정말 못하고 눈치를 참 많이 봤었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도 못했고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웠다고 했다. 자기의 성정체성을 드러내도 괜찮은 직장은 거의 없고 그 중 하나가 개방적인 분위기의 술집이라고 했다. 급여는 거의 최저시급에 준하고 야간수당이 적용되지도 않은 수준이었는데, 그래도 자기가 게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감사한다고 했다.

오유에 익명으로 자신이 경험한 고통스러운 상황을 토로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는데 그 중 동성애자들이 남긴 댓글들이 눈에 밟힌다. 이성애자들의 나라에서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일은 얼마나 괴로울지 상상도 못하겠다. 나는 남자를 좋아한다고 뻔뻔하게 말할 수 있는데, 완전 똑같은 욕망을 느끼고 있는 남자들은 잘못 얘기했다간 생명의 위협을 느낄지도.

언젠가 이성애/동성애/양성애의 구분법이 이성애 중심주의에 기반하고 있다는 문제제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그보다 공정한 분류는 성적 지향을 기준으로 하여 남성애/여성애/범성애 등으로 나누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보면 나 같이 남자 좋아하는 여자나 게이 오빠나 다들 남성애자인 것이다. 나로서는 섹시한 게이 오빠들과 생식경쟁을 한다면 질 게 뻔하지만;; 활동범위가 다르니까 다행이다.

지역사와 교섭사.

역사를 볼 때 국사 또는 왕조사로 분류하기 시작하면 문명의 서열짓기를 피할 수가 없다. 하지만 지역사 또는 교섭사로 시작하면 재미있는 흐름이 보인다. 이렇게 발전했구나, 또는 이렇게 변해왔구나, 무엇이 더 나은지의 문제는 덧없는 해석일뿐이다.


보일러 배우기.

귀농한 오라비께 시골생활에 유용한 기술이 무엇인가 여쭈어 보았더니 보일러를 볼 줄 알면 자신과 이웃의 삶에 많이 도움이 될 거라는 답을 들었다.

이십년이 넘도록 한국에서도 중국에서도 거의 중앙집중식 난방시스템 아파트에서 살았었다. 중앙난방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보일러 없는 집이라는 것. 가정용 보일러란 것이 어떻게 생겼는지 친구네집에서 얼핏 본 기억이 날 듯 말 듯. 전혀 모르는 영역이지만 보일러에 대해서 배워보고 싶다. 보일러 기능사 자격증 시험과정 학원에 등록해 볼까....

김00 한국만 존재하는 보일러에 의한 바닥난방 시스템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 구들바닥이 따듯하니 누워있음 좋지만 에너지 사용이 비효율적이란 생각에 동의합니다. 만주나 중국 북부지역 쪽에서 쓰는 부분 구들 같은 형태를 개량하면 어떨까 싶어요. 적정기술 연구하는 분들이 만든 걸 보면 난로와 구들을 결합한 로켓매스히터가 탐나더라고요. 


생활한복.



봄 옷 +ㅇ+ 노랑 저고리에 연두색 치마 갖고 싶다.

http://www.zjs.kr/front/php/product.php?product_no=310&main_cate_no=1&display_group

승복/법복/생활한복/개량한복 전문생산업체 지장사

새해 결심.


적절하게 나이를 먹었다. 충분히 노력했다. 이만하면 됐다. 무리하지 말고, 편해져도 괜찮아.

채식 만두.



고기가 안 들어간 만두를 찾아보았다. 그러나 채식 만두로 판매되는 것들은 대부분 콩고기나 밀고기 같은 글루텐이 포함된 제품이었다. 일단 밀고기나 콩고기는 맛이 없고; 그렇게 인위적으로 단백질을 추출해 먹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하여 결국 채식만두를 직접 만들어 보겠다며 한밤에 만두를 빚었다. 

만두피 반죽은 엄두가 나지 않아 시판되는 제품을 사다 썼다. 25개 들이 2팩이면 충분하겠거니 했다. 그런데 만두소와 만두피의 양을 적절하게 맞추기는 참 어렵더라. 피가 모자라...;서  다음 날 추가로 만두피 4팩을 더 사와서 마무리했다. 결국 냉동실에는 100개의 만두가 가득...;






만두소는 완전채식으로 버섯+깻잎 만두와 당면+배추 만두, 호모 고기고기를 배려한 새우+부추 만두로 나누어 만들었다. 수많은 레시피를 살펴 보니 만두 속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쫀득이: 당면이나 고기 생선 류의 씹을거리. 이번엔 버섯을 고기 느낌으로 졸여 보았는데 썩 괜찮다. 느타리버섯을 쫑쫑 썰어서 기름 두르지 않은 팬에 볶다가 버섯채수가 나오면 간장 매실액 사과즙 등으로 불고기 양념하는 느낌으로 물기 없게 졸였다. 약간 짭짤하다 싶을 정도로 간을 해야 한다. 






2.아삭이: 잘게 다진 단무지나 배추절임, 숙주, 김치 등 아삭하게 어울리는 채소 류. 집에 담아놓고 잘 안 먹는 무 피클이 있어서 건져 써 보았다. 가열하면 신맛이 많이 빠져서 그럭저럭 어울리는 듯. 동치미 무 같은 걸 넣어도 좋겠다. 부추나 깻잎 같이 향이 강한 채소는 취향에 따라 더해준다. 그런데 채식만두에는 향채나 오신채를 굳이 넣지 않아도 될 것 같다. 








3.끈끈이: 쫀득이와 아삭이가 겉돌지 않고 한 덩어리가 되도록 만들어 줄 재료. 흔히 두부를 으깨어서 쓴다. 돼지고기나 새우 같은 재료를 완전히 갈아서 넣어도 비슷한 역할. 더 끈끈해지라고 날달걀을 넣어 반죽하기도 하더라. 




이번 설에 떡국에 곁들여 열심히 내놓았다. 새우가 들어간 만두는 내 입맛엔 조금 거슬렸지만, 버섯으로 만든 만두는 정말 최고! 와구와구 먹었다.



과자를 구웠다.

과자를 구웠다. 바나나와 건포도를 넣은 시나몬 쿠키, 참깨 들깨 흑임자 튀일, 아몬드 튀일까지 바삭바삭 맛있다. 모두 달걀과 유제품을 넣지 않은 비건채식 레시피.




한밤중에 갓 구운 과자를 먹어치운 동생의 회고.

"누나는 자고 있던 나를 깨워 쿠키와 우유를 먹였다. 나는 잠결에 쿠키와 우유를 모두 받아먹고 다시 잠에 들었다. 누나는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마녀인가보다."

아니, 어떻게 알았지!

"아무리 먹여봐라. 나는 헨델같은 잔꾀를 부리디 않아. 오븐에 들어가지 않게 몸을 더 불리겠다. 날 구우려면 더 큰 오븐과 더 많은 연료와 더 큰 오븐이 들어갈 더 큰 집이 필요할거다. 그럼 토목공사를 해야하지."

탈토건 탈성장, 녹색이념 덕분에 헨델은 무사히 살아 남아 무럭무럭 살이 쪘다고 합니다.

새와 바이러스.

“새도 사람과 똑같아 농가에서 오리 등을 사육할 때 적은 면적에 많은 숫자를 사육하기보다 넓은 공간에 적은 숫자를 사육하며 건강하게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하고, 평소에 농장을 철저히 소독하고 깨끗이 관리만 잘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가창오리나 철새들은 지구 상에 알려진 모든 조류 인플루엔자에 끊임없이 노출과 감염이 돼 있어 몸에 항체 면역이나 세포 면역이 생기기 때문에 고병원성 AI가 감염하더라도 거의 증상이 안 나타나 철새가 국내에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은 거의 적으며, 그 인근 지역이 많이 오염돼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AI는 농장에서 관리만 잘하면 감염되지 않고, 보통 관리가 잘 안 되는 열악한 농장에서 기존에 상존해 있던 병균과 합병증으로 순식간에 폐사하기 일쑤다”


조류학자 “철새 AI 주범 아니다”…정부 감염 개체수 안 밝혀
농림축산부“야생조류 무리개념, 감염수 통계의미 없어”…이두표 교수 “AI바이러스는 자연계에 늘 존재”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4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