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18일 목요일

공중작업실 약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606-3번지
판교원마을 1,2단지/판교도서관 정거장에서 가깝습니다.


2014년 8월 24일 일요일

예술가의 노동에 관해.

예술가와 종교인에게 느끼는 막연한 존경심과 존중감의 이유가 무엇인지 좀 더 분명히 알게 되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그리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으며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일을 한다. 예술가와 종교인의 노동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까닭은 그들이 하는 노동의 결과물이 환금되기 어렵기 때문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자기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질주하는 말을 실제로 보고 서비홍의 말 그림에 대해 생각하다가.
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c/c7/XuBeihong-Pferd.jpg

2014년 8월 18일 월요일

내성천.

내성천이 지나가는 예천 회룡포 마을. 굽이친 강물을 따라 백사장이 펼쳐져 있고 강 너머로 짙푸른 숲이 병풍을 치고 있다. 강물이 흐르면 모래가 데구르르 자갈이 또르르르 따라 흐르고 한 발 건너 있는 산은 가만히 웃는다. 거친 모래밭 위로는 덩쿨식물이 불쑥불쑥 거침 없이 뻗어 나갔고 노랑 달맞이꽃이 고개 내밀고 한들한들 흔들린다. 현실이 아닌 건 같이 아름다운 풍경, 짙은 녹음이 둘러싸고 있어도 사막에 온 것 같아. 흰 모래밭에 남은 짐승의 발자국. 네 발 달린 짐승과 날개 달린 짐승이 오목오목 틈을 내었고 모래밭을 따라 두 발 달린 짐승도 조심스레 걸었다.


2014년 8월 13일 수요일

내향성.

매일 밤 조금씩 프레모 레비의 책을 읽고 있다. 레비는 이탈리아계 유대인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이탈리아로 돌아온 인물이다. 그의 책에 묘사된 수용소 풍경에서 가장 끔찍하게 느껴졌던 부분은 3층 침대로 빼곡한 수용소 침상에 대한 것이었다. 그곳은 유대인에게 유일하게 제공되는 휴식처, 그러나 다음 날의 노동을 위해 최소한의 수면을 보장할 뿐 혼자 있을 권리는 보장되지 않았다. 수용소를 다루는 책에서는 폭력, 굶주림, 고통, 인격적 모욕, 배신과 밀고 등의 내용이 중요하게 묘사되지만, 그 상황을 곰곰이 상상해보다 결국 울게 되는 순간은 그곳에 혼자만의 시간이 없고 혼자 있을 공간이 없다는 점을 깨달을 때였다.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다. 몇 개의 심리검사 결과에서 외향-내향의 성향을 묻는 질문에 늘 내향에 속하는 답을 선택했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할 필요도 없이, 나는 내가 내향적인 사람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랬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일보다는 혼자 책을 읽는 일이 좋았다. 여럿이 하는 운동경기는 아무래도 잘 할 수가 없지만 혼자 하는 운동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경쟁자가 없을 경우의 수영이나 달리기 같은 것들. 학교에서도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더 편안하고 군중 속에서는 괴로움을 느낄 때가 많다.

일례로 시장에 나가는 것보다 인터넷 쇼핑을 할 때 더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 매장에서 점원이 무언가 권유하면 거절하기 피곤해서 보이는 대로 물건을 사버리는 때가 많다. 휴대폰, 타블렛, 옷, 구두 등등 먹을거리 말고는 언제나 호갱. 나름 절제하고 있는 분야는 금융계통인데 은행카드사나 보험사 직원이 하는 말을 잘 이해할 수 없어서 그냥 고개를 흔든다. 반대로 종교계의 인물이 나타나 무언가를 권유하면 기세에 맞서 거절할 용기가 나질 않는다. 그래, 당신은 어떤 진실을 알고 있을 지도 모르지, 하다보면, 이름도 처음 듣는 신흥종교에 대해 질문하거나 돈을 내주는 일이 종종 있다.

회사에 다닐 때도 내향성은 비슷해서, 회의시간에 일의 경과를 보고하는 이상의 발언을 해본 적이 없었다. 일을 진행하며 다른 부서 사람과 이견이 생기면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기획안을 고쳐 써 전송하는 쪽을 택했다. 내 의견이 너무나 옳아서 다른 사람의 의견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의견을 주고받을 때 서면으로 처리하는 쪽이 더 편했던 것이다. 다른 사람이 던진 말을 모아서 하나의 글로 묶어내는 일이 제법 적성에 맞아서 글쓰는 일을 전업으로 했던 적도 있다. 어떤 사람은 내가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평하지만, 사실은 이후에 내 글을 쓰기 위해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활동가라니! 내가 이런 직업에 종사하게 될 줄은 몰랐다. 게다가 선거후보라니!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해보는 것은 스스로에게는 의미 있는 도전이었지만, 최고의 선택이었는지 모르겠다. 나에게도 그렇고 정당에도 그렇다. 지난 지방선거 기간을 떠올려 보면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지지를 호소하는 시간 사이에 혼자 있는 시간을 두었다면 이보다는 나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다 보면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무척 지친다. 타인과 두세시간을 보내고 나면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는데 그런 기운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지 않을 리 없다.

선거운동 기간 중에 스쿠터를 타는 일이 참 신이 났었다. 왜 그랬던가 생각해보니 스쿠터는 혼자만의 탈것이기 때문인 듯싶다. 등 뒤에 누군가를 태우고 무사히 운전을 할 자신도 없지만 그렇게 하고 싶단 생각도 들지 않는다. 선거기간에 오롯이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스쿠터를 타고 달릴 때뿐이라 그렇게 애착이 생겼던 건가... 신나서 스쿠터를 탈 때도 스피드를 즐기며 질주했던 적은 없었다. 지금은 그저 시들하다. 몸이 아파서 운전하기 힘들기도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원하는 때에는 혼자 있을 수 있으니까 굳이 스쿠터를 운전할 이유가 없다. 비가 와서 주차장에 방치되고 있는 스쿠터가 짐스럽기도 하다.

엊저녁에 프레모 레비의 휴전,을 읽다가 김영하의 팟캐스트를 들었다.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를 주제로 내향성의 인간에 대해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작가 김영하도 역시 내향의 인간이라 꽤 열변을 토했다. 퇴근 전에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다시 재생이 되어서 생각난 김에 우두두두.

여튼, 잠들기 전에 레비의 책은 적절하지 않은 선택인 것 같다. 요즘 꿈자리가 영 사납다.

밀린일기- 8월 초

8월 1일
여자는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앉아 있었다. 어쩐지 울고 있는 것 같았다. 여자를 위로해 주려고 다가갔다. 여자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내 손을 붙잡더니 놓지를 않았다. 무서워서 손을 빼려 했지만 여자는 힘이 셌다. 이러지 말라고 놓아 달라고 간청했다. 여자는 무서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손 잡으러 온 거 아니었어? 라고.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새벽의 꿈.


8월 1일
며칠 전 귀농한 동네오빠랑 통화하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 일을 고통을 깨닫는 기회로 삼아보렴. 끝없이 밀려오는 고통은 없잖니. 몸 속에서 태풍이 일고 멈춘 뒤의 느낌을 알면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단다.

오빠야는 심실세동이란 병이 생겨서 가끔 죽음 문 앞에 서는 기분이 든다고 하는데…

필요하지 않아도 괜찮아 - 시사IN, 시사인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839


8월 3일
작년에 성남녹색당에서 뭔가 해보자고 결심한 뒤 한참을 막막해 했던 기억이 난다. 음... 지역활동이라니 대체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건가 무엇을 해야 하는 건가 모르겠더라. 지방자치와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책을 찾아 읽고 난 뒤에, 씨바 이런 일을 내가 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하고 버럭 책을 집어 던졌다.(훌륭한 책을 쓰고 괜히 욕을 먹은 하승수 위원장님께 죄송합니다;;)

시간이 좀 지나고서, 성남녹색당 총회하고, 지역모임도 모양이 갖추어져 가니, 지역활동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는 알 것 같다. 지역활동이란 동네에서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이 만나면 시작되는 것이었다! ㅋㅋ 앞으로 뭘 어찌해야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전만큼 막막하지는 않다. 계속 어슬렁거리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운 좋게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나쁜 길로 가게 될 것 같진 않다.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날씨 좋을 때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하는데.


8월 3일
작년에 성남녹색당에서 뭔가 해보자고 결심한 뒤 한참을 막막해 했던 기억이 난다. 음... 지역활동이라니 대체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건가 무엇을 해야 하는 건가 모르겠더라. 지방자치와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책을 찾아 읽고 난 뒤에, 씨바 이런 일을 내가 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하고 버럭 책을 집어 던졌다.(훌륭한 책을 쓰고 괜히 욕을 먹은 하승수 위원장님께 죄송합니다;;)

시간이 좀 지나고서, 성남녹색당 총회하고, 지역모임도 모양이 갖추어져 가니, 지역활동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는 알 것 같다. 지역활동이란 동네에서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이 만나면 시작되는 것이었다! ㅋㅋ 앞으로 뭘 어찌해야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전만큼 막막하지는 않다. 계속 어슬렁거리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운 좋게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나쁜 길로 가게 될 것 같진 않다.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날씨 좋을 때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하는데.



8월 3일
현미밥에 가지무침 호박볶음 그리고 연어구이 츄릅츄릅


8월 4일
재난자본주의.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진실들.
"세월호 이후 박근혜 정부 '재난 자본주의' 극명해져"


8월 5일
오늘 만난 우리 동네 녹색당원의 공통점을 하나 꼽자면 부채의식이 많다는 것. 오늘 번개모임에서 왜 녹색당원이 되셨는지 여쭈어보니 이런 대답이…

밀양과 청도의 할머니들에게, 이 세상을 살아갈 미래세대에게, 도시에 식량을 공급하지만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농부들에게, 가슴 아프게 세상을 떠난 우리 시대의 활동가에게, 미안하고 미안해서 녹색당원이 되었습니다.

부채의식 때문에 녹색당원이 되었는데, 이제 어떤 행동을 해나갈지 고민입니다. 우리를 움직이는 마음은 미안함에서 시작되었고, 이제 책임감이 우리를 움직이게 합니다. 함께 있으니 죄의식은 사그라 들고 희망이 생깁니다.

지하철 분당선 역을 따라 쭉 녹색으로 물들여 보자는 제안, 일단 지하철 프로젝트라고 불러 볼까요. 지하철 역세권에 녹색당 정책이 담긴 피켓을 들고 나가 정당연설회를 해보는 겁니다. 시민들 앞에서 우리의 주장을 알리고 난 뒤에 다음 지하철로 스르르 움직여서 다음 역에서 또, 그리고 다음 역에서 또, 분당선 지하철을 녹화하는 멋진 프로젝트가 술자리 농담으로 끝나면 안 될 것 같아 졸린 눈으로 급하게 씁니다.


8월 5일
갈비에 금이 가고서 복부에 압력이 가해지면 무척 괴로웠다. 복대를 차고 발걸음이 울리지 않게 살살 돌아다니고 있지만 몸을 언제나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잠을 자다가 무심코 뒤척였는데 갈비가 결려서 허걱 하기도 했고 한 번은 잠결에 내 손이 툭 내 옆구리를 가격하는 일도 있었다.

일상적인 생리현상이 퍽 괴롭다. 기침, 하품, 트림 같은 단순한 일에 복부의 근육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깨닫는 나날이다. 하하하 소리내서 웃다가 저절로 눈물이 맺히기도 한다. 별 거 아닌 행동인데 배에 힘이 들어가는 때가 많더라. 좀 신기히기도 했다.

제일 괴로운 순간은 응가할 때, 괄약근은 수의근이지만 그곳에 힘을 줄 엄두가 나질 않는다. 자율신경계에 의지해서는 배변을 할 수가 없으니 변기에 앉아 중력의 놀라운 능력이 직장에 임하시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무념무상 힘 들이지 않고 배변에 성공하고 있어서 앞으로 평생 변비 따위에는 시달리지 않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여러모로 불편하지만 나름 괜찮은 경험이란 생각이 든다. 내장을 다치지 않고서도 내장을 살살 쓰는 방법을 배우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술 마시면 안 된다고 의사가 막 엄포를 놓았는데 맥주 한 잔 정도는 괜찮은 듯. 진짜 내장이 다쳤으면 한 모금도 못 마셨을 거 아냐. 아휴 천만 다행이다. 여름인데 맥주는 마셔야지.

일주일만에 사무실로 복귀해서 내가 없어도 이 세상은 무사히 돌아가고 있다는 데 안도감을 느꼈다. 전에는 이런 느낌이 서운하고 섭섭하고 그래서 괜히 무리해서 일했던 적도 있었지만 나이 먹으니까 일 욕심도 줄어드나 보다. 욕심내지 않아도 이번 생에서 내가 할 일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8월 5일
동갑내기 동창생과 통화를 하다가 얼마 전에 드디어 마지막 학자금 융자를 상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속으로 나는 대학원에 안 가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일단 축하를 했다. 그러자 친구가 말했다. 내가 부모로부터 받은 유산이 있다면 말야, 그건 경제적인 안정에 대한 불신이야.


8월 5일
친구에게 괜찮아, 걱정하지 마, 라고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8월 6일
내가 대학교 신입생 때 들아갔던 동아리에서 성추행과 금품갈취를 당했던 적이 있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한참 나이가 많은 선배가 내 손을 붙잡고 주물럭거리다 내 반지를 빼가지고 간 일이었다. 재수생인 동기 오빠가 눈치를 채고 억지로 자리를 바꾸어 주어서 그 이상의 성폭행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한참이 지난 뒤 반지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엄마가 입학기념으로 선물해준 백금 반지였고 이후로 내가 가져본 적 없는 고가의 장신구였다. 다른 사람을 통해 그 선배의 연락처를 알아내 전화를 걸었다. 반지를 돌려달라고 하자 그는 자기 회사 근처로 오라고 했다. 나는 그와 독대할 용기가 없었다.

몇 주를 더 끙끙 앓다가 마침내 동네 파출소에 갔다. 어쩐지 죄 지은 기분으로 경찰 앞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머뭇머뭇 이야기를 하다 보니 눈물이 나서 울기도 했다. 우리 아빠보다 나이가 많을 것 같은 아저씨가 나와서 나에게 몇 살이냐고 물었다. 스무살요, 했더니 몇 년 생이냐고 다시 물었다. 나는 만으로 열아홉살이 되기 전이었다. 그러니까 그 선배는 미성년자를 성추행했던 것이었다. 나이 많은 경찰이 나에게 더 묻지 않고 그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서 사건수사 중이라고 운을 떼었다. 나는 수사의뢰서 비슷한 것도 쓴 적이 없었지만. 어쨌든 그 나이 많은 경찰은 무서운 용어를 섞어가며 심각하게 말했다. 그 결과 바로 내 통장에 오십만원이 송금되었다. 나이 많은 경찰은 내가 은행에 가서 입금사실을 확인하고 돌아오자 자상하게 웃으며, 어머니가 걱정하시지 않게 똑같은 반지를 사라고 조언했다. 나는 감사합니다, 하고 나왔다. 다음 날에 토마토주스 한 상자를 사들고 감사인사를 가기도 했다. 경찰의 조언대로 똑같은 반지를 사지는 못했다. 엄마가 어디서 그 반지를 샀는지 물어볼 수가 없었다. 비슷한 것을 샀는데 엄마가 무심하게 넘어갔던 것 같다.

그렇게 사건이 해결되었다고 믿었다. 그러나 한참 뒤 동아리 모임에서 그 선배와 다시 마주쳤을 때 그는 나를 보자마자 인상을 구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뭐, 이 씨발년아. 그제서야 이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리를 떠나 울면서 후배를 붙잡고 하소연했다. 그애와 아무리 아무리 이야기해봐야 이 일이 해결될 리 없었다. 한동안 나는 내가 화대를 받았다는 생각에 괴로워했다. 내 몸을 제멋대로 만진 남자에게 오십만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그 동아리 모임에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약 오륙년의 시간이 지나도록 나는 강력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운동권386=개새끼. 격동의 80년대에 학생운동을 했단 이야기를 하는 사내를 만나면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 이 기분은 이후로도 꽤 오래 지속되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면서 그보다 더 역겨운 운동권 개새끼를 여럿 만났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저보다 나이 어린 여자를 학대하는 것이 전두환을 타도하는 것과 비슷하게 정의로운 일이라고 믿는 머저리도 있었다. 그는 자기가 겪은 폭력을 나에게 가르쳤다. 나는 그의 알콜중독이 민주화 운동의 훈장인 줄 알았다. 다시 생각해도 불쌍한 남자, 하지만 내가 그에게 어떤 책임도 느낄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다시는 그를 만나지 않았다.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고 이메일 주소를 바꾸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고정관념을 강화했다. 운동권386=개새끼.

몇 몇 개새끼의 체험이 나에게는 무척 강렬한 것이라 한동안 선입관을 깨지 못했다. 지금도 여전히 그 세대의 남자를 만나면 괜히 두려운 기분이 든다. 이제는 사십대를 지나 오십대가 된 386세대도 있다. 그들은 충분히 늙었고 이제 완력이나 기세로 맞붙는대도 내가 넋놓고 당하지는 않을 테지만 여전히 그 나이대의 남자를 만나면 경계하게 된다. 이런 공포는 언제쯤 사라질까 모르겠다.

몇 년 전부터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예외가 조금씩 생겼다. 처음은 안명균 위원장님. 언젠가 그분이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이야기를 해주었던 적이 있는데 신기하게 무섭지가 않았다. 그가 나에게 어떤 식으로든 성적인 암시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겪은 폭력이 나를 향하지 않을 것이란 안도감이 느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가 나의 동지라는 믿음이 강하게 생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막연한 이미지가 아니라 구체적인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편안하게 공감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그 후로 만난 운동권 세대의 남자와 관계맺기가 그리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지금 내 나이가 나쁜 기억에서 벗어나는 과정인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어지간하면 용서하고 싶다.


8월 8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여야 야합안 말고 유가족안)을 촉구하는 성남시민공동행동!

어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성남시민 원탁회의 촛불문화제에 참여했습니다. 유가족 분들이 함께해 주셔서 더욱 뜻깊은 자리였어요.
성남녹색당에서는 세월호와 고리1호기를 연관하여 규제완화와 안전불감 문제를 다룬 피켓을 전시했어요. 그리고 "우리에게 돈보다 소중한 가치는?" 무엇인지 묻는 메시지 보드를 놓아두었지요. 이 질문에 7살짜리 어린이의 대답 "연애 ^^"
어린이들이 녹색당 핀버튼에 열광했다고 하고 성남시민 한 분이 당원가입도 해주셨다고 합니다. 약간 무리하는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행사에 참여한 보람이 있는 듯 싶어요.
행사 진행 함께해주신 동영식, 오정림 운영위원님 더운 날에 고생 많으셨어요. 용인 서용하 당원님과 최은식 정책위원장님, 이희정 사무처장님 와주셔서 감사해요~!
환경운동연합 김상열 집행위원님, 햇빛발전협동조합 이석주 이사장님, 김성호 선생님과 녹색평론 독자모임 벗님들, 그리고 심재상 선생님~ 모든 면으로 살펴주시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어제 저녁 행사에서 사회자 역을 맡았다. 녹색당이나 친한 사람들과 같이 있는 작은 모임 진행하는 정도는 몰라도, 야외 광장에서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이 가득한 상황이 좀 두렵기도했다. 그래도 두려운 일을 피하면 안 될 것 같아 용기내어 해보았는데 결과는... 음...; 나름의 성과라고 하면 150명 정도의 군중은 이제 두렵지 않을 것 같다는. ㅎㅎ


8월 9일
먹고 싸는 문제에선 절대 굴하지 않는 체질인데 어제 저녀부터 폭풍설사가 밀려올 때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갈비가 욱씬대는 기분이 온몸으로 퍼져서 뻣뻣하게 결리고 몸살감기 걸린 때 같이 식은땀도 나고 뭥미 왜 이럼? 아침에 눈 떠보니 땀범벅에 열도 나는 듯한 기분이라 거실로 기어나가 두꺼운 이불 뒤집어 쓰고 누웠다 깨보니 생리가 펑; 요즘은 생리하기 전에 몸이 격한 시위를 하는 것 같다. 에휴에휴



8월 10일
오전에는 탄원서를 보내느라 전화기를 붙잡고 복합기와 씨름을 했다. 복합기에 뒷다리를 한 번 채였지만 결과적으론 한판승. 그래도 한판 붙고 나니 기진맥진했다. 카페인 쭉쭉 빨면서 서울로 이동해 멋진 전시를 보고난 뒤 화장실에 처박혀 폭풍같은 설사를 겪었다. 대장이 항문을 빠져나갈 듯이 격렬하게 움직이는 느낌이 뱃속에 다른 생명체가 들어있는 것 같았다.(임신하면 이런 기분일까?) 갈비에 금이 간 뒤로 배에 압력이 느껴지면 무척 괴로워서 괄약근을 개방하는 방식의 배변법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뱃속에서 풍랑이 일어나니 변기에 앉아 버티고 있기가 힘들었다. 설상가상 생리가 터져서 호르몬은 미쳐날뛰고 자궁은 토악질하는 와중에 광화문에 갔더니 눈물 쭉 기운 쭉 잔뜩 우울해져 버렸다. 집에 들어와서 씻고 생리대 빨아 놓고 방바닥에 드러눕고서 삭신이 쑤신다는 말이 이런 뜻이었구나 깨닫게 되었다. 온 몸의 근육이 아프고 손가락 발가락 마디가 부어오르고 팔다리는 저리고 허리는 돌밭에 누워있는 것 같이 배기는데 이런 느낌이 동시에 찾아올 수도 있구나.
ㅡ 한 줄 요약. 인체의 신비.




8월 10일
광화문으로 가는 길에 비가 너무 쏟아져서 조계사 처마 아래 앉아 있는데, 허공이 온통 젖어 버리니 높이 매달린 물고기등이 신이 난 것 같다. 물 만난 물고기등.


8월 10일
핵의 아이, 2025.
2015년 7월 26일, 노후원전 고리1호기가 폭발했습니다. 같은 날 남한에서 173명의 신생아가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비극적인 참사를 어떻게 '기억'할까요?
예리한 문제제기, 풍부한 내러티브, 섬세한 표현력의 삼박자가 어우러진 사회적 예술가집단 아트사우르스의 전시












8월 11일
민중미술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새삼 슬프다.)
http://www.hankookilbo.com/v/bf267bbf12eb4e06a385922e061f22f6



8월 12일
행복해지는 데는 어떤 자격도 필요하지 않아. 미안한 마음을 느낀다면 미안하다 사과하고 다시 반복하지 않으면 돼.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너무 종교적인 것 같아 하지 못했다.

내 또래, 가임기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동갑내기 친구가 아이를 잃었다. 다른 친구는 아이를 얻기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쓰고 있다. 약간의 시간 차를 두고 둘의 이야기를 듣다가 이게 다 뭐 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행복과 세트로 찾아올 리 없는데, 가장 소중한 존재를 잃었을 때의 상실감을 고려하면 그런 행복은 너무나도 허약한 기반 위에 있는데… 그러나 아이가 없어도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는 차마 못하겠다.



8월 12일
무불사. 규모가 큰 사찰이다. 일주문 기둥은 장정 두 사람이 마주보고 팔을 뻗어야 간신히 손이 닿을 굵기였다. 너른 마당에는 거대한 석탑이 있었다. 법고와 목어 같은 악기도 크고 장엄한 소리가 났다.

그러나 넓은 대웅전 안에는 석가모니 부처의 모습을 닮은 어떤 형상도 없었다. 연꽃 문양이 새겨진 좌대만 덩그러니 있었다. 단상에 공양물로 올린 음식도 변변하지 않아 보였다. 그래도 신심 깊은 보살들의 정성 덕에 마루며 탁자며 모든 물건에서 반질반질 윤이 났다. 신도들은 빈 좌대를 향해 절을 하고 기도를 올렸다.

ㅡ 일요일 새벽에 꾸었던 꿈. 아마 조계사 처마 밑에 앉아 비를 피했던 기억이 남아서 생긴 이미지인 듯 싶다. 꿈에서 본 절에 무불사,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 사찰에 불상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하다. 언젠가 써봐야지.



8월 12일
야음, 반딧불이를 만나러 야트막한 산을 올랐다. 동네 어린이와 함께, 와글와글 밤의 고요를 깨뜨리며... 그 밤이 기억났다. 그리고 문득 반딧불이 수컷은 암컷을 만나기 위해 빛을 낸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8월 12일
어떤 일을 아주 열심히 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 열정에 감동할 때가 있다. 그 사람이 아무리 좁은 시각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상대와 내가 공유하는 부분이 없을지라도. (보통 그리 넓게 보지 않는 사람이 하나의 일을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자기의 열정에 취해 다른 사람의 동참을 권유하는 수준이 이상의 행동을 하는 건 무례하고 부당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열정적인 사람 중에 자신의 뜻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에게 분노하거나 심하게는 저주하는 말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예수님 믿고 천국 가라고 권할 수는 있지만, 믿지 않으면 지옥불에 떨어지리라고 예언한다면 온당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서명하기를 거부하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제 자식이 죽어봐야 정신을 차리지,라고 다 들리는 혼잣말을 던지는 사람을 보고 당황했다. 시간이 지나고 다시 생각해 보니 나 역시 제 집 앞에 송전탑이 들어서야,라든가 핵발전소가 폭발해야,라든가 하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났다. 그러지 말아야지. 아무리 절박한 기분이라도 그러지는 말아야지.


8월 13일
나도 모르게 피곤피곤 열매를 먹었나봐.

밀린일기- 7월 말

7월 21일
청도 삼평리 주민 2명과 연대자 5명이 연행되었다고 한다. 보나씨도 많이 다친 상태로 연행되었다고 한다.

돈으로 옭죄고 법으로 압박하고 힘으로 짓누르는 폭력과 야만의 새벽, 청도 삼평리에서.
http://kgreens.org/100682


7월 22일
폭력의 집행자는 언제나 사실을 왜곡하려 하며 피해자 중에 고통을 온전히 직시하고 증언할 수 있을 만큼 용기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한 까닭으로 폭력이 반복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작가의 책을 읽다가 문득.


7월 23일
나는 이 사람들이 좋아서 녹색당원이 되었습니다. 성남당원 총회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7월 23일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안 하면 필요성을 안 느끼는 놈과 뭐가 다른데?

라고 안명균 위원장님이 말씀하셨다.

금요일 오전에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 가기로 했다.

http://m.yna.co.kr/kr/contents/?domain=2&ctype=A&site=0100000000&cid=AKR20140722183251079&mobile


7월 25일
너무 많은 사람이 뒤엉켜 있어서 어디서부터 풀어봐야 좋을지 엄두가 안 나는 꿈을 꾸었다.


7월 25일
갈비에 금이 갔다고 한다.


7월 27일
다 자란 아이들은 상처를 감추기 위해 욕을 했다. 분노를 토로하며 상처가 치유되지는 않았으나 아픔은 견딜만한 것이 되었다. 덜 늙은 노인들은 지팡이를 휘두르며 걸었다. 지팡이에 의지하지 않아도 걸을 수 있었지만 힘겨움을 보여주고 싶었다.

꿈에서 다시 군중을 보았다. 잠결에 이렇게 썼는데 무슨 뜻일까. 오늘이 토요일인지 일요일인지 모르겠다. 아직도 졸립다.


7월 28일
큰 소리가 났다. 불꽃이 일었다. 먼지가 자욱했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왜 미리 떠나지 않았느냐고 한 남자가 나에게 책망하듯 물었다. 나는 세티가 여기 있어서 떠날 수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세티는 그곳에 없었다. 나는 세티를 찾아 돌아다녔다.

꿈에서 깨고 나서 보니 우리 강아지 세티는 이미 작년에 죽었네…


7월 29일
전쟁 또는 학살에 대한 꿈.

복종을 거부한 자들이 먼저 살해당했다. 복종을 선택한 자들은 신이 나서 총을 쏘아 댔다. 나는 어린아이들과 함께 강 여울의 물 속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총소리가 그치고 잠시 정적. 그리고 군화의 딱딱한 바닥이 수면을 차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나보다 어린 아이 둘을 양 팔에 끌어안고 고개를 푹 숙였다. 오른쪽의 아이는 세티였고 왼쪽은 봄봄이었다고 확신한다.

군인이 내 목 뒷덜미에 총부리를 겨눈 뒤 말했다. 어떤 동기에서 비롯했든 사람은 착한 일을 하다 보면 착해지고 나쁜 일을 하다 보면 나빠지게 마련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지만 꼼짝도 하지 못했다. 조심스럽게 양 팔에 힘을 빼고 아이들을 놓았다. 그러나 겁에 질린 아이들은 도망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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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또는 학살에 대한 꿈.

복종을 거부한 자들이 먼저 살해당했다. 복종을 선택한 자들은 신이 나서 총을 쏘아 댔다. 나는 어린아이들과 함께 강 여울의 물 속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총소리가 그치고 잠시 정적. 그리고 군화의 딱딱한 바닥이 수면을 차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나보다 어린 아이 둘을 양 팔에 끌어안고 고개를 푹 숙였다. 오른쪽의 아이는 세티였고 왼쪽은 봄봄이었다고 확신한다.

군인이 내 목 뒷덜미에 총부리를 겨눈 뒤 말했다. 어떤 동기에서 비롯했든 사람은 착한 일을 하다 보면 착해지고 나쁜 일을 하다 보면 나빠지게 마련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지만 꼼짝도 하지 못했다. 조심스럽게 양 팔에 힘을 빼고 아이들을 놓았다. 그러나 겁에 질린 아이들은 도망치지 않았다.


7월 29일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아주 작은 변화가 모여 구조의 전환으로 이어질 거라고 믿는다. 그러한 변화가 미적으로 아름다운 또는 예술적인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부터 이루어진다면 더구나 더 크게 복 짓는 일이 되지 않을까. 두근두근. 설레는 밤.



7월 30일
성남시민단체가 모여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야탑역 광장에서 릴레이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농성장 옆에는 시청에서 운영하는 분향소가 있고 성남시 공무원이 파견되어 있다. 나도 잠시 단기간 단식에 동참했다. 오후 5시부터 농성장을 지키며 있었던 일들.

농성장은 시민단체 사람들의 사랑방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먼저 농성장을 지키고 계시던 박경희 선생님과 한덕승 선생님과 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 김승열 선생님과 민예총에서 일하는 화가 선생님과 둘레둘레 둘러 앉아서 동네 이야기도 하고 세월호 이야기도 하고 그러다 결혼 이야기도 했다. 서른세살 먹은 아가씨는 결혼얘기 나오면 할 말 많아도 할 얘기는 없다;

노숙자인 듯한 아저씨가 농성장으로 와서 물을 달라고 했다. 생수병을 건네자 받아들고 무리로 돌아갔다. 몇 번인가 물을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그러다 광장 한켠에서 술을 마시던 노숙자들 중 여자 하나가 고래고래 욕설을 퍼붓다가 농성장 텐트를 향해 물병을 집어던졌다. 그녀는 무엇에 분노한 것일까, 경찰을 부르라며 소리를 질렀다.

함께 있던 사람이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그 여자는 사라졌다. 주변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노숙자 아저씨들도 어디론가 가버렸다. 젊은 경찰은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그리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지에 이름을 남기고 전단지를 집어들고 갔다.

바로 옆의 경정장에서 우르르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을 때는 좀 무서웠다.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셨다. 패배감에 젖은 돈 잃은 사람들… 딱히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분위기가 너무 싫었다.

갑자기 한 남자가 이마에 피를 흘리며 분향소로 왔다. 남자는 만취한 상태였고 손에 든 검은 비닐봉투 안에는 소주병이 들어 있다. 분향소를 지키던 공무원 아저씨가 남자의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 주었다. 만취한 남자는 분향소 앞에서 꺼이꺼이 소리 내어 울었다. 자기 어머니인가 누이인가 누군가를 부르며 격하게 울었다. 그는 정말 슬퍼 보였다. 술이 그의 슬픔을 더 북돋웠을 것이다.

남자가 몸을 가누지 못하자 공무원 아저씨가 의자에 앉히고 이마의 상처를 다시 한 번 살피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119 구급대원 두 분이 구급상자를 들고 와서 술 취한 남자의 상처를 소독해 주었다.

남자는 한동안 분향소에 앉아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몇 걸음 걸어가다 돌아서 자기 짐을 내놓으라고 했다. 공무원 아저씨가 잠시 망설이다 테이블 아래 감춰놓은 소주병을 꺼냈다. 소주병은 뚜껑이 열려 있었다. 공무원 아저씨는 의심스런 표정으로 냄새를 맡아 보았다. 술 취한 남자가 소주병을 채어 갔다. 비틀비틀 길에 술을 흘리면서도 소주병을 꼭 쥐고 걸었다.

군포에서 녹색당원 최은식님이 지지방문 오셨다. 멀리서 와주셔서 감사하지만 함께 밥을 먹으러 갈 수는 없으니 함께 단식을 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오늘의 릴레이 농성시민 1인 추가요.

햇빛발전협동조합 이석주 선생님이 오셨다. 내일 성남시의회에서 기자회견 할 내용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리고 은행동에 있는 기울어진 빌라건물 이야기도, 근처에 도로공사를 하고서 건물이 기울어졌는데 아무도 해결할 생각을 않는다고 한다. 피사의 사탑처럼 성남의 기울어진 빌라가 관광명소가 되기를 바라는 기다리는 걸까, 이상한 일이다.

오후부터 계속 자리를 지켜주신 마은경 선생님과 석주쌤이 함께 식사하러 가셨다. 두 분이 잠깐 다녀오신다고 그래서 담배피우러 가시는가 했는데 한참 안 오셔서 식사하시는구나 알았다. 일부러 점심을 세 시에 먹었는데 조금 배가 고파왔다.

서목사님과 열린교회 교우님이 오셔서 한참 피켓팅을 하신다. 피켓이 머리 높이로 올라가게 번쩍- 저렇게 높이 들면 팔 아픈데 지치지도 않으시는 듯. 이것이 노익장! 올드맨 파워 업 푱푱!

성남시청 공무원 아저씨가 분향소에 꽂혀 있는 흰 국화에 물을 주고 있다. 정성스럽게 조금씩 물을 조금씩 나눠서 부어주는 모습을 바라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다른 생명을 보살피는 일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 중에 가장 아름다운 행동.

김해숙님이 오셨다. 우리 옆 동네 시의원님, 녹색당 서형원님 이야기 좀 하고 나서 얘깃거리가 떨어져서 좀 어색했다.

노랑머리로 위장한 빨강머리엘님과 함께 부직포로 노랑 별을 만들어 엮어서 농성장 천막에 달았다. 석주쌤 은경쌤 승열쌤도 돌아오셨다. 우리는 함께 노랑 별을 만들었다. 바람이 스쳐 별이 흔들렸다. 별이 된 아이들은 잘 있을까…




7월 31일
단식투쟁;;을 태어나서 처음 해봤다. 투쟁은 고사하고 단식이란 걸 해본 적도 없었다. 가끔 너무 바빠서 제때에 밥을 못 먹거나 재미있는 일에 정신이 팔려서 끼니를 거른 적은 있어도 일부러 식사를 넘기는 일은 해본 적이 없었다. 다이어트? 먹는 건가요 우걱우걱  여튼

엊저녁 달랑 한 끼 굶어놓고서 체력이 완전 고갈되어 겔겔거리다 침대에서 기어나와 복숭아와 양배추 파프리카로 샐러드를 만들었다. 냉장고에 양배추님이 계셔서 어찌나 고마왔던지. 드레싱은 집에서 만든 요거트에 애플민트청을 섞고 소금간한 뒤 녹차가루 약간 넣은 것.

애플민트청 ㅡ 아주 괜찮다. 텃밭에서 수확한 애플민트를 나눔 받았는데 모히또를 만들어 먹고 싶지만 술을 마실 수가 없어 한 달 정도 보관할 방법을 찾다가 이파리를 춉춉 다져서 설탕과 레몬즙에 재워두었다. 과연 민트향이 날아가지 않을까 맛이 변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결과적으로 괜춘하다. 이대로 한 숟가락 푹 떠서 탄산수랑 럼을 부어주면 민트향이 폴폴 모히또 각종 드레싱에 쉽게 쓸 수 있고 비린내 잡내를 누르는 데도 유용할 듯.






7월 31일
단백질 보충 샐러드. 뼈가 붙으려면 단백질이 필요할 것 같아서 두부를 한 입 크기로 잘라 기름 두른 팬에 겉이 바삭한 느낌이 들 정도로 구웠다. 팬 가장자리에 가지도 얇게 썰어 놓아 살살 구웠다. 가늘게 채썬 양배추 양파 파프리카를 깔고 구운 가지와 버섯을 얹었다.

단백질 풍부한 식품을 먹을 땐 감칠맛이지, 하는 기분. 그래서 엄마가 찬장 깊숙한 곳에 둔 집간장을 찾아냈다. 구수한 집간장에 매실청과 현미식초를 약간 넣었다. 들기름을 찾다가 통들깨가 보여서 거칠게 갈아 넣었더니 고소하고 맛있넹


7월 31일
재보선 선거 결과를 보고 담담한 기분이다. 국민수준을 운운하면 바보, 국민이 개새끼라면 철인통치 하든가 박정희 찬양을 해야겠지. 극명한 선택이 분명히 드러난 것 같다. 거의 날것에 가까운 욕망을 보았으니 이제 우리가 보여줄 차례가 아닌가?

밀린일기- 7월 중순

7월 10일
커헉. 올해들어 첫 수영. 삼십분만에 체력고갈. 헥헥


7월 11일
아이를 대피키시키 위해 철로를 따라 걸었다. 기차가 한 대 철컹철컹. 피난기차. 굵은 쇠창살이 쳐 있고 안에서 나무판자로 가림막을 대어 벽을 쳤다. 간신히 아이를 기차 위에 올려놓았다. 아이가 쇠창살을 움켜쥐고 기차에 매달리자 나무판자가 살짝 벌어지고 안에서 군인이 팔을 뻗어 아이를 안으로 들여 보내주었다. 기차는 속력을 높였다. 철길을 따라 뒤따라 달리다 결국 힘이 빠졌다. 그렇게 아이와 이별. 하는가 싶은데 기차 안에서 아이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엄마를 찾는 외침. 기차는 빠르게 떠나가고...
꿈. 잠에서 깨어나 지금까지 통곡하며 울었다. 아직도 손이 덜덜 떨린다. 위기의 시대에 아이를 낳아도 되는 걸까 다시 한 번 고민.


7월 11일
기본적으로 비관적인 태도를 취하는 사람은 작은 성공에도 기뻐할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애정이 과하면 혼란스러워지기 쉽지.


7월 11일
불타는 금요일 밤. 드디어 퇴근해서 멋진 남자 세 명과 술집에 왔다. 셋 모두 녹색당원이라 딱히 퇴근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 좀 아쉽긴 하지만.

사람을 움직이는 게 운동이야. 사람을 설득하지 못하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 라는 말에 설득당했다!

나는 네 명만 모이면 혁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세 명만 모여도 혁명은 일어난다고 했지요.
나는 혁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 저는 혁명이 뭔지 모르겠어요. ㅠㅠ 몰라. 엉엉.

나는 자유로운 사람들의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요.
자유를 어떻게 정의하세요?
자유를 정의하면 안 되죠.
… 경제에서 자유를 정의했더니 자유주의 신자유주의 따위가 나온 거로구나.


7월 12일
세월호 서울시내 현수막 100장 걸기. 정당현수막은 옥외광고물법에 걸리지 않아서 녹색당 이름을 함께 쓸 계획이신 모양입니다.


7월 13일
녹색당 여성정치워크숍 2탄 '밀양에서 청도까지' 할매있수다!

한전은 법이 있고 정부는 법이 있고 우리는 밀양 청도 할매들은 법이 없습니다.

우리 재산 우리가 지킬라 카는데 정부가 국민한테 와 이러는지 우리가 돈을 돌라카나 뭐를 돌라카나. 그냥 농사짓고 살게 해달라는데.

철탑을 세워가 뭐가 나온다카면 거를 시골까지 와 끌고 오노. 저거가 다 해먹지. 안 그렇십니꺼?

철탑을 지하로 묻어주면 될 낀데 돈이 없다꼬. 아니 한전이 와 돈이 없노? 용역 그거는 돈 하루 얼마나 줘야하나? 한전이 도둑놈이다.

할매의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주름진 뺨과 턱이 떨렸습니다. 마이크를 쥔 손이 계속 떨렸습니다.


7월 14일
자기연민에서 벗어나기.

"상처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상처는 극복이나 치유의 대상이 아니라 보존과 심화의 대상이다. 그 상처가 ‘나'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손목에 그어진 자살기도의 흔적, 정신병원 입원 경력, 오랜 히키고모리 생활, 이혼과 생활고의 서사 등등. 사실 상처의 장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나의 상처’라는게 중요하다. 내 상처, 내 상처, 보물같은 내 상처. 저 고통 모르는 무구한 양떼로부터 나를 구분짓는, 내가 바로 이 세계의 주인공이라는 증거. 이들 마음 속엔 오대양을 합친 것보다 더 거대한 자기연민의 바다가 있어, 타인은 모두 거기에 질식해 죽는다. 내가 어떻게 살았는데? 내가 얼마나 괴로웠는데? 너 같은게 내 고통을 알아?

그러나 안타깝게도, 상처는 '나'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렇게 살았던 게, 그토록 괴로웠던 게 나 뿐이었던 것이 아니다. 성장통, 경쟁의 압박, 실연, 돈, 배신, 가까운 이의 죽음, 병과 육체적 고통. 인간이 겪는 불행의 범주는 사실 뻔하다. 당신의 상처가 특별해 보인 건, 당신이 그동안 타인의 고통에 철저하게 눈 감고 귀 막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 정도의 상처는 당신이 알면 기절할만큼 많은 이들이 안고 살아간다. 오늘이라도 저 평화로워 보이는 양떼 중 한마리와 술잔을 기울여 보라. 당신 얘기는 그만 하고 그의 숨겨진 얘기를 들어보라. 당신 안에서 신화가 되어버린 그 상처가 얼마나 평범한 것이었는지 깨닫게된다.

아이가 한 사람의 어른으로 자라나는 지난한 여정의 어딘가에는, 오직 나에게만 있었으리라 믿었던 것들을 타인의 보편적인 경험 속에서 발견하게되는 순간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지 못하면, 육신은 늙어 쭈글 쭈글해졌어도 그 속의 자아는 영원히 자라지 않는 가여운 소공녀로 남게 된다. 소공녀 세라가 사랑했던 비스크 인형 에밀리. 내 상처, 내 상처, 보물같은 내 상처. 너만은 나를 특별하다고 말해주지. 그리하여 내 비루한 자아는 리틀 프린세스로 다시 태어나지. 끌어안고, 이야기를 하고, 망가질까봐 발을 동동 굴러봐도, 그러나 에밀리는 인형일 뿐이다. 지극히 평범하고, 누구에게나 있어, 하나도 특별할 것 없는 인형. 일생 그 누더기 인형 부둥켜안고 가여운 자신을 위해 그 정도 울었으면 이제 그 다락방에서 좀 나오는 것이 어떨까. 소공녀 옷 입고 코스프레하는 동안 썩어들어간 정신과 육체는 이제 그 누구도 품지 못하고 키우지 못하는 불임과 불모의 대지가 되어버렸지 않은가." <에밀리>


7월 14일
날은 덥고 사무실은 찌는 듯이 덥다. 헥헥.


7월 14일
지방선거 평가 문서작성 중. 아... 정말... 정말... 너무 부족했구나. 눈물이 나려고 한다. 아니, 땀인가? 덥다.


7월 15일
성남 당원총회 준비모임 마치고 동생당원동지와 맥주마시러 와서 할리우드 영화 시나리오 쓰는 중. 우린 80년대 생인데 감성은 70년대


7월 16일
뭐. 언제는. 내. 맘대로. 됐나. 아님. 말고. 내 맘대로 안 되면 나 하고 싶은 일만 하고 말지. 다른 사람은 원래 내 맘대로 안 됨.


7월 16일
사건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해도, 막을 수 있었을까?


7월 16일
저녁에 국회를 가려고 했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 단식농성하는데 옆에 앉아 있기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런데 야근예정 ;ㅇ;


7월 16일
"신은 해답이라기보다 물음"
"기도란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신에게 묻는 것"

아까 시리아 여행 방송 장면에 아시리아 동방교회 수도자가 인상 깊은 말을 했다. "신은 해답이라기보다 물음"이라고. 기도란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신에게 묻는 것임을 깨달아 본다. (현이동훈)


7월 16일
새누리 새정치 헛소리하지 말고 유가족의 말을 들어라!


7월 17일
돈보다 생명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추모 팔찌 여성환경연대에서 제작판매하고 있어요.
좌표 드림 : http://ecofem.or.kr/13429


7월 18일
내 일상을 솔직하게 쓸 수가 없다. 요즘의 삶이 가식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진실을 회피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것이 공개되고 나면 상처받을 사람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괜한 걱정이었나 싶다.


7월 20일
책이다! #삼평리에평화를
꽃이다! 탄천


#삼평리에평화를. 할매들 목소리가 음성지원 된다. 농사 지으며 힘들게 살았던 이야기를 하다 바깥양반 돌아가실 적 슬펐던 이야기도 하다 깨알같이 자식 자랑도 하는데 얼마나 재미난지 책장을 덮을 수가 없네.




밀린일기- 7월 초

7월 2일
대화의 상대를 꼰대,라고 규정해버리면 어떤 이야기도 나눌 수 없게 된다. 어린애,라고 무시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태도.


7월 2일
탈핵플랜 무간도 버전

녹색당의 탈핵의제에 대해서 동생동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동생이 이런 농담을 했다.

"탈핵을 녹색당 속에서 하려고만 하지 말고 녹색분자를 새누리에 새정치에 막 잠입을 시키는 거야. 투입된 요원들은 서로의 정체를 몰라야지. 녹색당에서도 모르고. 이렇게 잠입시킨 녹색이가 새누리당, 그때 되면 이름 바꾸겠지만 여튼 거기서 정파를 장악하고 원내대표도 되고 그래서 기성정당을 정복한 다음에 탈핵하는 거야. 정당 말고 한수원에도 취업시켜서 거기서 내부문서 들고 짠 나타나서 양심고백하고 말야."

"헐. 영화 같다"

"영화 맞아. 무간도 안 봤냐?"

"아… 영화 맞구나."

근데 다시 생각해 보니 영화 무간도에서 결말이 조직에 위장취업한 경찰이 결국 마피아 보스 되는 거 아니었나…

아무래도 탈핵은 녹색당이 3%의 지지율을 확보한 뒤 연정을 하는 편이 좋겠다.


7월 3일
밀양에 대해 내일 오전까지 쓰겠다고 약속했다. 며칠 전에는 오늘 하루가 이렇게 바쁠 줄 몰랐지… 금요일 오전까지 원고를 달라는 이야기는 오후까지 넘겨도 된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자정까지? 라고 관례적인 기대를 해보고 싶다. 그러나 담당기자랑 하나도 안 친하고 얼굴도 모르는 사이에서 혼자 설레발 치기가 미안하다. 게다가 주제가 밀양. 써야 하고 잘 써야 한다는 의무감이… 오늘도 일찍 자기는 글렀구만.


7월 4일
왜 이렇게 못 쓰는지 반성하다 보니 그동안 책을 너무 안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거운동 기간 중에 절반 넘게 읽은 책이 단 한 권도 없다. ㅠㅠ; 어쨌든 이제 그만 자야지. 너무너무 졸려....


7월 4일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녹색당원 이음 님과 사회적예술가집단 아트사우루스가 기획하는 탈핵전시 <핵의 아이 2025>

https://www.tumblbug.com/ko/child_of_nuke?fb_action_ids=488941217903344&fb_action_types=og.shares&fb_source=aggregation&fb_aggregation_id=288381481237582

2015년 고리1호기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다면, 10년 뒤인 2025년에 이 사고를 어떻게 기록하게 될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궁금하면 오백원+@@@@@@ 팍팍 밀어주세요.

저는 내일부터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기로 했으므로 이 달 점심값을 보탰습니다. 뜻을 같이하시는 분은 점심 때 경기녹색당 사무실로 오셔서 도시락을 나눠 먹어요. 후후. 수저 와 식기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7월 5일
당다라당당 녹색당~ ㅋ
경기북부 신입당원환영모임 즐겁게 만났습니다.
함께모여
녹색당~~ ^^


7월 5일
음악과 함께 이천의 밤은 깊어가고....


7월 7일
이천에서 하룻밤 지낸 뒤… 모기가 듀두두듀두두 수두자국 같은 흔적이 남았다. 옷에는 모깃불 연기 냄새가 잔뜩 ㅋ


7월 7일
여행자로서 내가 방문한 지역의 생활터전을 파괴하는 역할을 하지는 않았던가, 반성하게 된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제주 월정리'의 불편한 진실 :: 아이엠피터
impeter.tistory.com
http://impeter.tistory.com/m/post/2531


7월 7일
전생에 나라나 사람을 구하지는 못했겠지만서도 강아지나 고냥이는 여럿 구했나봐. 이번 생에 참 많이 덕보고 사네. 다음 생에 또 만나길.


7월 8일
위클리 서울에 기고한 밀양 폭력대집행 이야기. 처음에 보냈던 제목은 국가폭력에 맞선 연대의 힘, 이런 거였는데 기자님이 제목을 강렬하게 뽑아냈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매체 성격이 그런가보다 싶다. 여튼 상황실 전화번호랑 이계삼 선생님 후원계좌랑 안 지우고 굵은 글씨로 표시해 주신 기자님 베리 땡큐~

요즘 또 다시 밀양에서 외부세력 운운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투쟁의 주체로서 이해당사자의 입장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리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연대자의 입장에서 기록하는 것뿐이라 이렇게라도.

http://www.weeklyseoul.net/newsview.asp?mode=view&class=301&seq=24334


7월 8일
이번주 일요일 "밀양에서 청도까지 할매왔수다" 워크숍이 있습니다.

경북 청도 삼평리 345kV 송전탑반대대책위 할매들께서 직접 참여할 예정입니다.
송전탑반대+ 여성+ 정치를 주제로 한 이야기마당에 많은 관심과 참여부탁드립니다.


7월 9일
징역 1년이면 물렁한 처벌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판매자 말고 구매자는 어쩔?
http://m.khan.co.kr/view.html?artid=201407061554061&code=940100


7월 10일
정기용 선생님이 부부사이를 동지적 관계,라고 표현했는데 그 말이 무척 섹시하게 느껴졌다. 동지라는 말도 에로에로. 자다 깨서 갑자기 왜 이 말이 생각났는지.


7월 10일
"평등은 집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저는 유엔의 LGBT 직원과 가족들이 여전히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유엔의 모든 직원은 동등한 대우를 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반기문 총장님 말씀.


7월 10일
성남녹색당 당원총회를 알립니다. ^^


7월 10일
성남당원들께 이메일을 쓰다가 뭔가 기분 좋은 사진을 보내고 싶어서 검색을 하던 중 방실방실 웃고 있는 고냥이 발견 까~ 귀요미~!


밀린일기- 선거끝나고.


6월 6일
강한 의지의 투영.

6월 7일
득표수 득표율 통계를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모르겠다. 언론보도를 통해서 알 수 있는 내용은 그보다도 적다. 다른 진보정당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엿들어도 잘 모르겠다. 우리 당원들과의 대화는 아직 좀 어렵다. 위로와 격려를 많이 들었지만 미안하고 부끄럽다.

엄마와 대화를 하다가 이런 조언을 들었다. 녹색당을 일단 알려야 해. 알리기만 하면 싫다는 사람 별로 없어. 싫단 사람은 그냥 새누리 찍으라고 놔둬. 회원(울 엄마는 당원이란 표현이 익숙하지 않다)이 늘어야 해. 만나는 사람마다 회원가입서 내밀고 사인해달라 그래.
단순하게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겠다.

6월 10일
금요일 밤에 밀양으로 농활을 가려고 했다. 그런 정도의 계획이었는데. 당장 오늘, 내일, 버터낼 수 있을까 불안하다. 선약이 있었다. 긴박한 약속은 아니지만 미루기가 어려운 상황. 밀양, 주말까지, 버틸 수 있을까....

군포경찰서에서 안군의 환경운동연합으로 전화가 왔다. 밀양 행정댖집행을 언급하며 여기서는 몇 명이나 가냐고 묻더라고. 환경연 간사님은 정중하게 자기가 알려줄 이유가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무척 점잖은 분이라 수화기를 내려놓은 뒤에도 쌍시옷은 섞지 않고 상황을 설명해 주더라. 이 지역 경찰이야 위에서 시키니까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보는 것일 테다. 하지만 대체 어느 바보가

"저희 일행은 네 명이고 오늘 밤 11시에 안양역 앞에서 모여 밀양으로 내려갈 계획입니다."

하고 알려줄까?

음... 이렇게 온라인에 마구 흘린 정보를 정보과에 근무하는 분들이 과연 수집할 수 있을까? 훗훗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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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성명서

박근혜 정부는 명분 없는 밀양송전탑 공사 강행과
폭력적인 행정대집행을 즉각 중단하고,
밀양 주민의 대화 요구에 응답하라!

박근혜 정부는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세월호의 교훈을 망각한 것인가? '이윤보다 생명'이라는 단순한 이치를 수용하기에 못내 아쉬움이 남아있는가? 이미 두 분의 어르신께서 분신과 음독으로 자결하셨고, 밀양 주민들은 보상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왜 여전히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국민의 생명을 포기하는가?

10여 년의 갈등이 이어져 온 밀양 송전탑 문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5월 27일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발부한 밀양시는 6월 11일 새벽에 행정대집행을 강행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정부와 한전의 행정대집행 강경방침에 대해 주민들은 대화 없이는 자진철거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탑 162기 중에 69개의 철탑이 밀양구간에 세워지기 때문에 밀양은 공사의 집중도가 높고 그만큼 송전탑 건설을 반대해온 저항이 클 수밖에 없었다. 현행 <전원개발촉진법> 등에 의하면 밀양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의 재산상 피해, 건강과 환경피해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2년 이치우 어르신(74세)의 분신 이후로 밀양 주민들은 고령의 나이임에도 사생결단의 저항을 해왔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해 공사강행 전에 밀양을 방문하여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면서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과의 대화의 문을 닫았다. 그리고 현재까지 공사과정에서 숱한 패륜적 폭력행위,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공동체 파괴 행위를 정부와 한전은 자행해왔다.
그 와중에 지난해 12월 경과지 주민 유한숙 어르신(74세)은 음독을 하여 사망하셨고 눈을 감으시기 직전에 “송전탑 때문에” 목숨을 끊었다는 통탄의 유언을 남기셨다. 송전탑 건설로 인한 절망과 고통을 호소하며 스스로 생을 마감한 주검 앞에서도 한전은 끝내 주민과의 대화의 자리에 나서지 않았다. 오히려 “보상금을 수령하지 않으면 마을보상금과 개별보상금을 회수하겠다.”고 주민들을 압박함으로써 마을공동체 분열과 반목을 획책해왔다. 그런데도 경과지 마을의 20%(인원수)가 넘는 주민 374세대(전체 2206세대)가 한전과의 개별합의, 이면합의를 거부하고 공식적인 대화를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전력공사와 밀양시는 애초 4월에 행정대집행을 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참사 사고 직후 정부와 한전은 여론 눈치를 보며 행정대집행을 지금까지 유보해왔다. 그리고 이제 “눈치 보기”를 끝내려 하고 있다. 송전탑 공사 완공을 위해 고령의 주민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10여 년을 한 결 같이 남은 생애를 모두 내걸고 싸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이미 오랜 송전탑 건설 반대 싸움 과정에서 다치실 대로 다치시고 병들만큼 병든 노인들이기에 탄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폭력적인 공권력을 동원한다고 저항을 잠재우기 힘들 것이다. 더 필사적인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파국적 사태이다. 분노와 절망으로 두 분의 어르신이 이미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 만약 물리력을 앞세운 철거가 단행된다면 어떠한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지 우려를 금치 못하는 상황이다.

밀양송전탑 건설의 원인인 신고리 3호기는 품질서류 위조와 성능시험 불합격으로 인하여 준공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송전탑 공사를 서두를 이유는 없다. 대화의 시간은 충분하다. 갈등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길은 아직도 열려있다. 예정된 시간표처럼 다가오는 파국적 결말 앞에서 주저하여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정부와 한전은 사태를 평화롭게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 “준공이 코앞”이라는 오만함을 버리고 대화의 노력을 마지막 한순간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6월 10일

강기정 강동원 김광진 김기식 김기준 김상희 김성주 김용익 김태년 김 현 김현미 남윤인순 노웅래 문재인 박남춘 박범계 박영선 박홍근 배재정 서영교 신경민 신계륜 신기남 신학용 안민석 우원식 유승희 유은혜 윤관석 은수미 이목희 이미경 이상직 이인영 인재근 이찬열 이학영 임수경 장하나 전순옥 전정희 전해철 정호준 조경태 진선미 진성준 최민희 최원식 한명숙 한정애 홍영표 홍의락 홍익표 홍종학 (이상 새정치민주연합 / 가나다순) 김제남 박원석 서기호 심상정 정진후 (이상 정의당 / 가나다순) 이상 5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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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성남민주화운동사업회에서 주최한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했다. 내빈소개할 때 녹색당도 소개를 받았다. 잠깐 뒤돌아 인사드리는 것뿐인데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어색하고 부끄러웠다. 우리 녹색당원 동쌤과 최쌤도 함께 인사했다. 셋이라서 든든하고 뿌듯했다.

식순에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이 있었다. 국가를 상징하는 천쪼가리를 향해 내 손으로 가슴을 감싸며 존경을 표현하고 싶지 않고, 국가가 바다와 산보다 오래 지속되리라는 거짓된 기대가 담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싶지 않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일을 하는 동안 혼자 이런 행위를 거부하고 우두커니 서 있는 일은 퍽 외롭다.

국가에 대해 존경과 사랑을 몸과 노래로 표현한 뒤, 바로 그 국가에 의해 살해된 사람들을 위해 묵념을 했다. 일반적인 행사의 식순이 그러하지만 6.10항쟁 기념식에서도 이래야 하는 걸까 잠시 고민했다. 나는 아나키스트가 아니지만 국가에 대해서는 가능한 최소한의 존경심을 표현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국가에 대한 사랑은 그 진실성을 의심하고 의심하고 또 의심해도 부족하지 않다. 우리에게는 대한민국보더 더 소중한 이름이 많다. 스러져간 박종철 열사, 이한열 열사, 존경과 사랑을 받아 마땅한 분들의 이름. 그 덕분에 시민이 직접 대통령을 투표로 선출할 수 있게 되었다.

단순한 결론. 전두환 나쁘다.



6월 11일
송전탑보다 생명 밀양은 살고싶다


6월 11일
지금 밀양의 산속에는 경찰병력 2천이 모여 폭력적인 행정대집행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밀양송전탑대책위는 오전 11시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후 녹색당은 광화문에 남아 밀양을 위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서울시민들께 밀양의 상황을 알리고 송전탑공사 중단과 원전철폐를 주장했습니다. 오후 1시 한전 서울지부 앞으로 이동해서 행정대집행 규탄시위를 이어나갔습니다.

오늘 저녁 7시 한전서울지부 앞(지하철 을지로 입구역 6출구)에서 밀양 행정대집행 규탄 촛불집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밀양에 당장 내려가지 못하는 상황 안타까운 마음을 모아 수도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아요.

6월 11일
백기완 선생님 몸살기운에 불편하셨는지 지긋이 눈 감고 앉아 계시다가도 좌중 앞에 서시니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예리한 말씀을 들려주셨다. 여든이 넘은 어르신까지 길 위에 서야 하다니… 밀양에 계신 할매들이 떠올라 눈물이 막 났다.

로사님이 전해주신 이야기, 작고 마르고 허리가 굽고 쪼글쪼글하고 성성한 우리 덕촌할매가 농성장에서 짐짝 같이 끌려 나와 병원에 누우셨다. 부산지역 연대자들이 병실로 찾아가니, 농성장을 못 지켜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셨단다. 할매야 같이 버티지 못해서 미안해.

6월 12일
선거운동 기간 동안 미뤘던 병원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왼쪽 어금니의 보철물이 깨져나가기 시작했던 게 삼개월 정도 되었던가. 지금은 거의 날아가 버렸다. 아마도 부서진 조각을 조금씩 먹었던 것 같다. 우엑. 엑스레이촬영으로 상황을 보고 잇몸에 마취를 하고 브릿지 걸어놓은 크라운을 벗겨내고 손상된 부분을 드륵드륵 갈아냈다. 마취를 했는데도 이를 갈아내는 느낌은 공포. 그리고 뭔가 괴상한 맛이 나는 충전물을 채워넣고서 임시로 만든 플라스틱 재질의 치아를 끼워 넣었다. 장장 두 시간이 넘게 걸린 대공사. 치과원장님이 자주 병원에 오지 못하는 상황을 알고 계서서 그런지 오늘 한 번에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결해주신 것 같다. 입 벌리고 누워있는 것뿐인데도 기진맥진.

오후에는 피부과. 햇빛을 너무 많이 쬐어서 양손이 까맣게 타고 나서 불그레한 수포 같은 게 올라오다 껍질이 벗겨지고 있다. 오른쪽 발등에 생긴 습진으로 추정되는 각질 같은 것은 간지러워 긁적이다 보니 피부가 벗겨졌다. 뭔가 신경이 쓰일 때면 왼쪽 귀를 만지작대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 때문에 피부가 헐어서 너덜너덜 아프다. 최악은 원형탈모; 원래도 스트레스 받으면 원형탈모 땜통이 생기는데 이번 선거는 좀 격하게 받았던 모양이다. 오른쪽 귀 뒤에 지름 오센티 크기로 피부가 드러났다. 이것 때문에 머리카락을 묶을 수도 없고 자를 수도 없다. 엉엉.

선거에서 후보자가 된다는 건, 분명 연극적인 측면이 있다. 아파도 안 아픈 척, 힘들어도 안 힘든 척, 스트레스 받아도 괜찮은 척, 씩씩하게 열심히 돌아다니다 보면 연기에 몰입이 되어서 정말로 아픈 줄 모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정말 몸을 방치하게 되고 심지어는 꿈도 안 꾼다. 징징대기 일급 자격증 보유자인 내가 이럴 줄은 몰랐는데, 메소드 액팅의 세계를 체험했달까.

개인적인 선거평가로 후보자가 될 사람은 선거운동 시작하기 전에 치과치료만큼은 꼭 미리 받아두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

안양 박길용 치과 강추!


6월 12일
경찰의 불법대집행.

녹색당
뉴스타파에서 어제 밀양 송전탑 행정대집행 현장상황과 문제점을 다룬 기사를 올렸습니다. 많은 공유 부탁드립니다. 어르신들, 수녀님들, 이계삼 선생님... 정말 참혹하고 참담합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t3OnXTMcfmU

6월 13일
밤에 자다 깨다 하면서 이상한 꿈을 꾸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자꾸 스쳐 지나가는데 다들 웃으면서 인사를 했다.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도 있었고 손을 잡는 사람도 있었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반가워했다. 무슨 일이지, 대체 누구지, 궁금해 하면서 계속 걸었다.

6월 13일
경기도 비례 선본 뒤풀이. 카톡으로 먼저 알았다가 실제로 얼굴 보니 신기하고 즐거웠다.

"이번 지방선거의 성과는 제가 가입한 거죠."

선거기간 중에 입당하신 따끈한 신입당원 고양녹색당 민당원님 말씀 ㅋ

정말로, 정당은 선거를 통해서 자라는가보다.

6월 13일
밀양 촛불집회 장소 변경.
저는 용회마을로 갑니다.

6월 13일
밤기차를 탔는데 맥주 한 잔을 못 마시다니 안타깝다. 치과치료 언능 끝내 버려야지. 엉엉.

6월 14일
새벽에 밀양역에 도착해서 잠시 쉬다가 택시를 타고 부북면으로 향했다. 평밭마을에 가보니 송전탑이 솟아 있었다. 잠결에 본 모습이 금빛으로 번뜩이더라. 사진으로 남기지는 않았다.

위양마을 서종범 선생님 댁으로 와서 우연히 며칠 전부터 이곳에 머물고 계시는 배현경 선생님을 만났다. 성남에 살고 그림을 그리는 분인데 밀양에서 만나 함께 깻잎을 따게 될 줄은 몰랐네. 밥먹고 최봉기 선생님도 합류해서 같이 풀 뽑기. 덕촌할매는 병원에 가셨다고 한다.

경찰병력은 많이 빠져나갔고 평화로운 모습인 듯 싶지만. 이제 다음을 준비해야 할 때.

6월 14일
아름다운 밀양. 우리의 투쟁은 실패하지 않았고 끝나지 않았다.

"우리가 몬 이긴 게 아니라 저거가 너무 악독했던기라. 삼 년을 지킸는 거를 삼십 분만에 다 조지삔기라. 세상 참…"
- 서종범 선생님

"밀양에 사람이 우에 이리 없노. 밥 머꼬 술 먹느다꼬 사람이가? 이기 사는 기가? 저래 저거 철탑이 마을 한복판을 가로질러 가는데…"
- 옆집 어머니

"우리들은 아직 안 죽었습니더. 고향을 퍼뜩 안 버립니더. 우리 집은 뜯기도 또 지을 깁니다. 이 늙은이 힘으로는 안 됩니더."
- 평밭마을 덕촌할매

6월 14일
그래도 오늘 즐거운 일이 많았지. 새벽에 위양지에 도착해서 다리 위에 드러 누워서 잠을 자기도 했다. 버스정류장에 방치된 경찰방패를 보고 들고튈까?하는 생각도 했다. 쓸모가 없을 것 같아 냅뒀다. (나는 관대하니까 자비를 베풀어주마.) 깻잎을 따고 김매기도 배웠다. 비닐 멀칭하는 일을 구경하다 농촌아낙 코스프레 셀카놀이도 하고…

6월 15일
술을 안 마시면서 술자리에 앉아있는 일이 무척 고역이다. 오늘도 막걸리 한 잔 청주 한 잔을 안 마시고 꿋꿋하게 맹물드링킹. 스스로가 막 대견스럽다. 이러다가 금연도 하겠다 싶은데 그저 가능성을 열어 놓고 보류하는 걸로.

6월 16일
월드컵 조까!

6월 17일
얼마 전 엄마가 넘어지면서 무릎 아래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사고가 있었다. 봉합을 해야 하는데 염증이 가라앉지 않아서 수술을 못하고 약물치료만 계속하고 있다. 내일도 수술은 어려울 듯. 항생제에 내성이 생겨서 그런 걸까? 주말 되기 전에 수술 받고 회복하셔야 하는데 걱정이다. 병원에 밤마다 들르는데 통증이 너무 심한 듯. 무통주사 맞으면 구역질 나고 토하고 그런 체질이라 진통제를 바꿔가며 쓴다고 했다. 엄마가 아픈 걸 보면 너무 슬프다. 기운이 없다.

6월 18일
중국의 핵발전소 급증.
http://www.hani.co.kr/interactive/nukeasia/index.html

6월 19일
할아버지 제사. 엄마가 아픈데 할아버지 제사. 엉엉. 그동안 밀린 집안일 청소부터 시작. 구석구석 치우기 청소가 아니라 구겨넣어 감추기 대청소. 푸닥거리 마치고 음식장만 시작. 탕국 끓이고 어적 육적 소적 해치우고 기진맥진. 한낮에 불 쓰는 일로 땀범벅 축 늘어져 있을 때 원군 도착. 멀리 구미에서 오신 숙모와 월차쓰고 달려온 막내고모! 우리 막내고모는 막내딸로 태어나 장남과 결혼한 여인. 두 분이 도착해서 나물거리와 밥과 국 모두 마무리. 제사음식 준비 마치고 나니 저녁시간. 차레차례 오시는 손님맞이와 상차리기 전투적으로 해내면서 깨알같이 탈핵얘기. 고모는 이미 녹색, 숙모는 가능성 보이지만 숙부는 난공불락. 우리집 경상도 아저씨를 모두 설득하는 날엔 핵발전소가 스스로 문 닫을듯… 제사음식 준비해서 진설하고 제의 마치고 음복타임. 도마 위에서 칼이 춤을 추네. 아빠가 밥 먹으면서 제사음식 별 거 아니지, 하는 데 빈정상함. 고모 둘이 나서서 숟가락 빼앗을 기세로 격하게 항의. 막내고모와 셋째고모 둘 다 장남의 아내인데 특히 셋째고모는 이틀 전 시아버지 제사를 치른 직후라 더욱 격했음. 밥 차린 뒤엔 설거지 러쉬. 음복할 것과 각자 싸들고 온 음식 나누고 나누고 나누었는데도 냉장고가 터질 것 같음. 손님들 가시고서 과일이랑 떡이랑 도시락 싸서 엄마 보러 병원으로 고고싱. 엄마가 과일을 맛있게 드셔서 기쁨. 근데 수술은 금요일로 또 미뤄졌다고. 금요일엔 수술받을 수 있는 건가 몰라 불안. 부릉부릉 스쿠터 타고 집으로 돌아와서 청소 청소 청소. 빨랫감 모아 세탁기에 넣어놓고 셔츠 다림질. 목기 정리해서 넣고 나니까 새벽 두 시. 너무 피곤해서 잠이 안 옴.

6월 20일
뭐. 언제는 그리 뜻대로 되었던가…

6월 20일
http://www.mw.go.kr/front_new/jb/sjb0403vw.jsp?PAR_MENU_ID=03&MENU_ID=030403&page=1&CONT_SEQ=301192

의료사유화로 가는 길...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
개정사유
외국인환자 유치 활성화를 위하여 상급종합병원이 유치 가능한 외국인환자 병상수 기준을 완화하고, 의료서비스를 기반으로 의료관광 등 타 영역과의 융합 발전을 촉진하기 위하여 의료법인이 수행가능한 부대사업의 범위를 확대하는 등 그 밖에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ㆍ보완하려는 것임.
주요내용
가. 상급종합병원이 유치 가능한 외국인환자 병상 수에서 외국인환자가 입원한 1인실은 제외함(안 제19조의5)
나.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외국인환자 유치, 숙박업, 여행업 등의 의료관광 분야 및 체력단련장 등 환자ㆍ종사자 편의시설 등으로 확대함(안 제60조)

6월 21일
엄마는 병원에 있으면서도 집안 걱정이 태산. 자식들이 서른살이 넘었는데도 밥은 잘 해먹나 세탁은 어떡하나 청소는 또 이런저런 살림살이를 챙기신다. 엄마랑 같은 병실에 내 또래 환자 둘이 교통사고로 들어왔는데 침대에 누워 꼼짝 못하는 울 엄마 딸년이 교통사고 날까봐 걱정이다. 당분간은 스쿠터를 타지 말아야 하나 싶다.

6월 22일
울진 한울원전 또 사고

nonukes.tistory.com/m/post/136

http://www.anewsa.com/detail.php?number=674463&thread=09r03

6월 22일
먹지 말고 함께 살자.

6월 23일
경주 월성원전 근처에서 구입한 체리, 이곳에서 나는 체리 중 반 이상이 샴쌍둥이라고 합니다.

6월 23일
모든 일을 다 해낼 수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많은 일이 편안해진다. 여전히 쉽지는 않다.

6월 24일
엄마가 입원해 계신 병원에 동생이 뒤따라 들어갔다. 심하게 넘어져서 어깨에 미세골절. 지금은 오른팔을 전혀 못 쓰는 상황. 엄마는 다리를 못 쓰고 아들은 팔을 못 쓰고 그야말로 수난이대. 비록 병상에 누워있는 처지이지만 엄마 곁을 꼬박 지키는 효자이고 병문안 오는 가족의 편의를 위해 굳이 같은 병원에 드러누운 배려심 넘치는 동생이다. 아아아 고마운데 왜 눈물이 나지. 동생의 주치의와 엄마 주치의가 같은 의사라서 회진돌다 두 사람 모두 만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엄마가 동생 밥 먹여 주고 동생은 엄마가 심심하지 않도록 말벗이 되어주고 가족이 같이 병원에 있으니 좋은 점도 많다. 그러니까 기왕 입원을 해야 한다면 한 번에 하는 편이 낫다고 위로 삼아야지. 대체 무슨 좋은 일이 터지려고 이렇게 폭풍이 몰아치는지.

저녁에 예전에 같은 회사에서 일했던 언니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안산에 갔다. 원래도 지병이 있었는데 돌아가시기 전 팔 개월 동안 계속 투병하셨다고. 생전에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그녀의 어머니 영정사진 속 모습이 참 고왔다. 어머니 연세는 예순 셋. 너무 이른 이별이다. 병원생활 챙기는 일부터 집안일에 병원비 부담까지 어땠을까 상상하기 어렵다. 그녀는 외동딸이라 더 힘들었을 것이다. 비척 마른 얼굴이 많이 상해 거뭇거뭇 기미가 올라왔고 앙상한 손가락은 부서질 것 같았다. 언니가 아버지에게 나를 소개하면서 함께 슬픔을 나누었던 사이라고 말했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할 때 둘이 술도 많이 마셨고 고민상담도 했었고 그랬었는데 이직하고 나서는 이제야 처음 만나는 자리. 그동안 많이 무심했네 얼마나 힘들었을까 미안하고 착찹해졌다.

글쎄. 다른 사람의 불행을 통해서 위안을 얻는 태도는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기분이 들었다. 엄마가 살아있어 나는 고아가 아니야. 동생이 있어서 함께 짐을 덜어주어 고마와. 힘들고 지칠 때 도와주는 사람이 곁에 있어 잠시라도 쉴 수 있어 다행. 주님 감사합니다.

6월 25일
밤에 병원에 들렀더니 엄마는 이미 주무시고 계시고 동생은 과자를 먹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병원 아래 편의점에 갔다. 동생이 과자를 고르는데 뿌셔뿌셔를 보더니 이건 안 된다고 했다. 어깨골절 6주진단 환자의 선택은 딱딱한 보리건빵. ㅋ

6월 25일
분수가 에로에로 ㅇㅅㅇ


6월 26일
김득중 지부장님 출마!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644020.html

6월 26일
계약금 받아놓고 탈고 안 하고 있는 원고가 있다. 이건 언제쯤 마무리해 내보내려나 기약이 없지. 출판사에서는 마냥 기다려주겠다고-벌써 일 년;;; 하지만 과연 내가 끝을 볼 수 있을지 몰라 그냥 계약금 돌려줄까 고민스럽다.

6월 26일
지역정치가 중앙정부의 시다바리가?

"지역의 의견과 무관하게 중앙정부의 정책에 순응하도록 강요하는 현 제도를 바꿔야 한다. 지방 자치 6기를 맞았다. 지방선거 무용론이 독재를 지향하는 정권이 아니라 지역에서 불거지는 현실의 무게를 인식하고, 중앙의 국회의원과 정부는 대의제 민주주의 본령에 충실한 지방 자치 제도로 한시바삐 정비하길 바란다. (작은책, 2014년 7월호)"

6월 27일
녹색당 창당의 역사를 듣고 있다. 인연이란 참 신기하구나.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서 이렇게 만들어 냈네. 경기녹색당이 제일 먼저 창당했었지. 아, 이 세상은 그렇게 작은 파동을 만들었던 입자들이 모여 바꾸었던 거로구나. 분자혁명; 정독한 적 없지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6월 27일
정부조직을 무력화하고 실질적으로 해체하는 정부라니, 우리 대통령은 아나키스트였던 것인가....

"이 정권 하에서 생기는 모든 권력은 비선 조직이 독점하고 있다. 실세라면, 최소한 자신이 이 사회의 실세에 포함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바지 총리, 바지 장관 보다는 아무 직책과 명함이 없어도 비선 조직에 줄을 대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판단이다.

그러니 공적인 인사가 망하는 것이다.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다. 바지를 할 사람, 바지가 없는 것뿐이다. 문창극은 전형적인 바지형 인물이다. 공직경험도 없고 실질적인 실세도 아니다. 정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아마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그저 모든 일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는 어찌 보면 매우 순진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을 후보로 지명하고 보니, 도저히 여론의 뭇매를 감당할 자신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바지에 적합한, 순수 바지를 고르자니 이제는 정말로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이미 이 정권이 원하는 총리는 바지라는 것이 알 만한 사람들에게는 다 알려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돌려막기 인사가 괜히 생기는 것이 아니다. 바지가 모자라니까 생기는 것이다.

진짜 일을 할만한 사람들은 총리나 장관이 바지라는 것을 깨닫고 아예 응할 생각이 없고, 불러주면 멋도 모르고 좋아서 충성을 맹세할 사람들은 정상적인 인간이 없고, 총체적인 난국이 온 것이다."

http://www.ddanzi.com/ddanziNews/2586814

6월 27일
와하 금요일이다! 금요일 저녁이니까 군포 지역모임... 어느새 경기녹색당 일정이 내 일정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6월 28일
늦은 시간 공원을 산책하는 한 쌍의 남녀를 보았다. 헤어지기 아쉬운 듯 배화하는 녀석들이 귀여웠다. 남자애가 갑자기 건스앤로지스의 노래를 부르기 전까지는.

6월 29일
바이오블리츠. 참여해보고 싶다 ㅇㅅㅇ!
조성한 지 10년밖에 안 된 인공 녹지인 서울숲에서 웬만한 작은 산에 필적하는 다양한 생물이 발견됐습니다. 전문가와 일반인 500여명이 군사작전 하듯 24시간 덤벼들어 찾아낸 결과입니다. 백두산에서만 보는 북방계 식물도 살고 있었습니다. 대도시에서 처음 열린 바이오블치츠 참관기입니다.

백두산 자생종 분포, 서울숲의 미스터리
http://ecotopia.hani.co.kr/195657

6월 29일
녹색당 지방선거 후보 워크숍

6월 30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니 좋네.

6월 30일
남양주에 신입당원 모임하러 왔는데 어느 분이 말씀하시길 녹색당 사람들은 참 잘 속을 것 같이 생겼다고. ㅋ 우리는 정부와 한수원의 거짓말에만 안 속아요.

6월 30일
녹색당 전국 동시다발 1인시위 일정과 함께
경기녹색당 정당연설회를 개최하려고 합니다.
전국 각지에서 거리로 나가 함께 목소리를 높여요!

일시 : 7월 1일 오후 2시
장소 : 범계역 2번 출구

http://kgreens.org/98637

7월 1일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최이동원님이 카톡으로 보내주신 티베트 속담. 걱정은 그만하고 움직여야 할 때로구나. 아침부터 힘이 난다!

7월 1일
치과치료를 받느라 한동안 술을 전혀 안 마시고 살다가 지난주 운영위원회의를 기점으로 후보모임과 지역모임까지 조금씩 음주를 시작했다. 폭주하는 건 아니지만 술을 참다가 마시니 아른아른 좋았다. 그런데 어젯밤과 오늘 아침에 잇몸이 욱씬욱씬하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통증이 가라 앉았지만 내일 치과에 가서 이야기해야겠다. (까먹지 말고!!!) 이참에 술을 아예 끊어보면 어떨까? 우리 사회에서 고기를 끊는 것보단 술을 끊는 게 훨씬 어려울 거라고 예상되는데 과연 해낼 수 있을까?

7월 2일
일본 사법부의 판결 대다나다!


7월 2일
우리집 가사노동 분업 현황 ㅇㅅㅇ;
엄마가 저녁에 외출을 해서 집에 오셨다. 가족 모두 귀가가 늦어져 엄마 혼자 계셨는데 얼굴 본다고 기다리면서 세탁기 돌리고 집안청소까지;; 진작 청소 좀 해놓을 걸 후회하지만 결국 오늘도 늦게 들어가서 빨래 너는 일도 못했다. 엄마에게 집안일 또는 가족을 보살피는 일은 얼마나 중요한 걸까, 다리를 제대로 못 쓰면서도 이렇게…



밀린일기-선거운동 메모

5월 27일
가족들이 다들 바쁘니까 한 집에 살아도 얼굴 보기가 어렵다. 그리하여 카카오톡에 가족채팅방을 개설해 근황을 알리거나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매개로 쓴다. 채팅방 이름은 가족오락관이다. 가끔은 진짜로 재미있는 글도 올라온다. 엄마가 의미가 애매모호한 스티커를 날려와서 킥킥 웃을 때도 있다. 사실 엄마랑은 따로 채팅방이 있다. 주로 아빠 얘기를 한다. 아빠한텐 비밀.

5월 27일
저는 이성애자이기 때문에 동성애자들이 좋습니다.
내가 사랑한 남자를 낚아채 간 사람은 언제나 이성애자 여성이었거든요. ;ㅇ;
성적선호의 범주가 달라서 생식경쟁을 할 필요가 없으니, 하아 다행.

5월 28일
최이동원 당원님은 선거운동을 하며 오르가즘을 느꼈다고 합니다.
선거가 섹시한 정당, 녹색당입니다.

5월 28일
"안전규제 완화하지만 국민안전이 최우선"
"노조는 탄압하지만 좋은 일자리 만들겠다"

이런 거짓말

"식품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되었지만, 기준치 이하라 안전하다."

속지 마세요.
녹색당에 투표하세요.

5월 28일
전부터 활동했던 온라인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녹색당 정책을 알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냥이네에 들러서 전부터 알았던 분들과 소근소근 수다도 떨고요. ㅎ
http://cafe.daum.net/kitten/BQ/261548

낮에는 오프라인 밤에는 온라인, 하루가 참 짧아요.

5월 29일
다음카페 냥이네에 올린 글을 본 레오이모님이 녹색당 홈피에 가본 뒤 당원으로 가입하셨다고 한다. 감사하고 기쁘고 뿌듯한 마음. 한편으론 진작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홍보를 해 둘 걸 아쉽기도 하고. 우리끼리 네트워크도 중요하지만 외부로 홍보하는 채널을 여러 군데 만들어 두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선거 일주일 남겨놓고 이런 깨달음이라니.ㅋ

5월 29일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이란 단어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중앙의 변방에 있다는 느낌을 주는 단어, 어원을 찾아보아도 중앙집권 통치의 대상이란 뜻을 담고 있습니다. 반면 '지역'은 중앙에 대비되는 개념이 아니라 어떤 특징이나 동질성을 가진 하나의 공간영역을 부르는 말이지요.

경기도는 서울시의 바깥이 아닙니다. 수도권의 밖에 있는 지역이 중앙을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의 삶은 언제나 지금 이 자리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이 바로 생활의 중심입니다.

저는 녹색당에 '중앙당' 대신 '전국당'이 있다는 데 자긍심을 느낍니다. 모든 지역에서 움직이고 파동을 만들어 내는 녹색분자, 우리 녹색당원이 있습니다.

지역자치, 중요한 것은 시민이 결정합니다.
지역분권 풀뿌리 민주주의 녹색당

5월 30일
생태계의 보물창고 임진강 습지에 토목공사라니 사대강 대운하 시즌2인가요?
생명을 품은 임진강에 하천토목사업 중단하고
파주의 유기농업을 지켜냅시다.

5월 30일
시민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서형원 후보.
과천을 강남의 변방이 아니라 과천으로, 대한민국의 녹색심장으로 뛰게 할 에너지가 가득했어요.

5월 31일
성남-고양-파주-과천
하루가 참 길고 또 짧았어요. 뜨거운 햇살 가득 열정충만한 하루!

6월 1일
어젯밤 안양에서 성남까지 택시를 타고 들어갔다. 피켓을 한무더기 끌어안고 뒷자리에 탔는데 기사님이 말을 걸어왔다.

번호가 2번인가요?

아뇨. 6번이에요. 녹색당!

녹색당? 아아 녹색당. 들어본 적이 있는데… 없어지지 않았나?

정당법 때문에 잠깐 이름을 빼앗겼다가 헌법재판해서 다시 찾았어요. 이제 앞으로는 계속 녹색당이에요.

그랬구나. 녹색당. 녹색당이 낫네. 요새 극우가 많아서…

일베 같은 애들요?

애들 말고도 박근혜 동생 있잖아. 걔 남편이 공화당인가를 만든대. 박정희 정신을 이어서… 나 배꼽 잡았어.

공화당 진짜 만들었어요. 이번에 비례도 냈대요.

아? 진짜? 또라이 많네. 정당 참 쉽게 만들어. 민노당 만들 때는 고생 많이 했는데.

저희도 창당하고 재창당하고 그러면서 우여곡절 많았어요.

민주노동당 때 당 만들고 국회의원 나오는데 한 십 년이 걸렸잖아. 지금 보면 심상정이 노회찬이 어디 가서 안 밀리지만 처음엔 어디 그랬나? 녹색당도 지금은 힘들겠지만 십 년만 버텨보면 달라질 거야.

그렇겠죠?

그럼. 길게 보고 쭉 가요. 당 이름 바꾸고 합쳤다 쪼갰다 하지 말고.

그럼요. 녹색당은 영원히 녹색이에요.

아가씨가 비례후보야?

넵.

비례 몇 번?

6번요.

그렇게 후보를 많이 냈어요?

아뇨. 후보는 하나고요. 기호가 6번.

내가 원래 노동당에 한 표 주려고 그랬는데 이번엔 녹색당에 줄게요.

우왕우왕우왕우왕 감사합니다!

완전 힘 받아서 한밤중에 현수막 달고 손피켓에 색칠했다. ㅎ

ㅡㅡ 오늘의 일기는 넘 졸려서 내일로…;

6월 1일
오늘은 이천 임을재 시의원 후보 집중 지원의 날. 이천에서 선거운동 하고 있는데 청주 사는 오빠야가 똻 나타났다. 전에 오빠가 6월 1일에 시간이 난다며 도와주겠다는 이야기를 했었지만 먼 거리에서 이천까지 정말로 와주다니 반가와서 눙물이.

녹색당의 선거운동은 다른 당에 비하면 참 소박하다. 나는 우리의 소박함이 좋은데 다른 사람이 보기엔 어떨지 몰라 조금은 불안한 느낌도.

손으로 만들어 색을 칠하고 꽃을 단 피켓을 들고 설봉공원으로 이동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녹색당에 뭐가 있냐? 돈이 있냐 권력이 있냐?"

"사람이 있고 열정이 있고 철학이 있지."

결국 오빠는 당원가입을 결심했다. 사랑해요 당원동지

6월 2일
"원자력발전 반대운동은 유토피아주의라든가 이상주의라든가 무슨 이데올로기에 바탕을 둔 운동이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 문제에 뿌리를 둔 운동입니다. 누가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든 방사능이 새면 모두 곤란을 겪습니다. 방사능이 새느냐 어떠냐 하는 것은 의견이나 사상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현실입니다." (더글러스 러미스)

6월 2일
딴지이너뷰 'ㅇ'
http://www.ddanzi.com/ddanziNews/2492864

6월 2일
지방선거 D-2
흑색선전, 네거티브 공세, 노이즈 마케팅
이제 끝까지 막 나갑니다.



6월 3일
안명균 위원장님과 함께 의왕시민들께 퇴근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 사무처장님이 인덕원까지 차로 데려다 주셨다. 자정이 넘어 차에서 내리며 굿나잇 인사를 했다.

"안녕히 다녀오세요!"

ㅇㅇ; 집에 잠시 다녀오시고 내일 아침에 만나요;;;

6월 3일
지방선거 선거운동 마지막 날이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나는 너무나 부족한 사람이라 괜한 일로 짜증을 부리기도 했고 몸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할 때도 많았다. 무슨 일이 닥칠 지 알지 못했고 대비하지 못해 우왕좌왕 급히 서두르며 실수도 했다. 그러나 초조함과 불안함은 잠시 미뤄두고 남아 있는 시간을 생각해 본다.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에 지치고 성과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느리게 가자고 주장하는 이 정당이 나는 참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색당의 이름으로 승리하기 위해 다른 정당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했다. 우리가 가진 에너지는 무엇일까?

경쟁의 반대는 협동. 서로를 북돋우고 보듬어 안는 마음. 가난해도 소박하게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는 행동. 작지만 분명한 목소리. 자기 자리에서 단단하게 뿌리 내리고 일어서는 풀 한 포기 한 포기의 힘이 녹색당이 가진 힘의 근원이었다. 그 덕분에 나 같이 작고 작은 풀포기도 버텨냈던 것이 아닌가.

아침부터 주륵주륵 비가 내리는 날, 풀잎이 힘차게 이파리를 흔든다. 마지막까지 끝까지 영원히 나는 녹색.



6월 4일
머리에 꽃을 달고 길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목소리를 높여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표정을 꼼꼼하게 살피고 웃으며 설득하고… 이제 멈추고 기다릴 뿐.




6월 5일
개표방송 보는 대신 바느질을 하고 있다. 잠이 오지 않는 밤 혼자서 하기에 바느질만한 일이 없지. 알록달록한 천을 잘라 면생리대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패배를 두려워한 적은 없었고 결과에 좌절할 정도로 허약하지도 않아서 나는 지금 괜찮다. 당원들과 지지자들께 위로가 될 만한 말을 찾아보려 노력하다 그만두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생각이 나겠지. 그래.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다 보니 몇 장의 결과물이 쌓였다. 은재씨가 잠자리 용으로 큼직한 면생리대를 만들어 달라고 얘기했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아직 선물이라 내보이긴 부끄러운 기분.

저녁 내내 바느질을 했지만 결과는 참 보잘 것 없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계속하다 보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올 거라 믿는다. 당장 속도가 나지 않아도 괜찮아. 느리게 느리게 한 땀 한 땀. 그러다 바늘에 따끔 찔릴 수도 있지만 바느질을 포기하지는 않을 테다.





경기녹색당 새 전화번호. 031-466-1711


경기녹색당 새 전화번호. 031-466-1711

2014년 6월 13일 금요일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경기녹색당 당원들의 선거운동은 계속되었습니다.

선거운동에는 여러 제약이 많습니다. 녹색당원 중에 선거사무원 등록을 하고 거리로 나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친 분도 있지만 모든 당원이 함께할 수는 없는 법... 선거사무원으로 등록하지 않은 당원이 공개된 장소에서 녹색당을 알리기 위해선 아무 표식도 없이 오직 육성으로 큰 소리로 외치는 방법 뿐인데, 이러기는 정말 쉽지 않지요.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녹색당원임을 알리고 지지를 호소하는 일은 무척 중요합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활동하는 녹색당원 이서ㅇㅇ님이 카카오톡을 통해 전해주신 일화입니다.

어제 당원도 한 명 확보했어요! 모임에서 얘기했더니 누군가는 "녹색당이란 당도 있어?" 그러고 한 친구는 "녹색당이 이번에 나와? 어, 내가 왜 녹색당 가입안했지?" 그러고... 반응이 다양했다는~
탈핵지향하는 엄마들 모인 카페에 글 올렸더니 지지댓글과 자기 가족들까지 다 찍게 만들겠다는 반가운 댓글들도 줄줄이 올라와서 뿌듯~ 
하지만 동네 엄마아빠들에게 다가갈땐 좀 막막해요.. 아직 원전얘기 해봐도 멀뚱멀뚱해하고, "정당은 녹색당 함만 찍어주면 안돼~~~?" 어색한 애교작전 쓰고 있는데 그닥 효과없는 듯, 공략팁 좀 주세요.

고양당원 신ㅇㅇ님의 공략팁 "녹색당 선택은 부모의 책임!"

저는 아이를 낳고 부모로서 의무를 다하려면 학원이 아니라 안전이라고  얘기하면서 핵문제와 농사문제를 말합니다. 핵이 늘어나고 농사가 없어지는 현실에서 아이들의 미래가 없는거 아니냐. 그렇게 놔두는거야말로 무책임인거다. 이렇게 말합니다.

이서ㅇㅇ 당원님은 카카오톡으로 공유한 공략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셨다고 합니다.

저 사실 전에는 녹색당 어렴풋이 낭만적으로 지지했는데, 엄마가 되고나니 정말 절실해지더라구요. 오늘도 아기 동반한 엄마들 집중 공략.

직장에서, 빵집에서, 은행에서, 마을 곳곳에서 녹색당의 이름과 정책을 알리고 다녔던 당원님들, 모두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특히 화성의 청소년 당원 김모씨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김당원님은 이번 지방선거에 투표권이 없음을 안타까워 하면서 학교 친구들에게 구전으로 선거유세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부모님께 말씀드려. 도의원비례는 6번, 교육감은 이재정"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옛말을 믿으며 희망을 얻었습니다. 김당원님은 교복에 녹색당 핀버튼을 달고 다녔는데, 새빨간당 선거운동원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온몸으로 녹색가치를 전파했다는 후문입니다.





안양 녹색당원 김ㅇㅇ님의 녹색당 핀버튼 착용방법

눈이 편한 녹색에는 보색대비가 효과적입니다. ^^

(핀버튼 디자인은 파주당원 한쏭님!)



온라인 선거운동에는 제약이 거의 없습니다. 선거일 당일만 아니면, 전화통화,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등 sns, 이메일 등을 통해서 자유롭게 녹색당의 가치를 알리는 일, 역시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였습니다. 제가 다운받은 스크린샷 몇 장 올려봅니다.



지인에게 지지를 부탁할 때, 첫 마디 떼기가 어렵죠.

여러 번 하다 보면 익숙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겸사겸사 술 약속도 잡고요 ^^



다른 당 지지문자에 답장을 보내주실 때는 이렇게!



당원의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간 녹색당 선거운동

이번 지방선거를 이끌어간 힘은 녹색당원의 자발적인 참여에서 나왔습니다. 직접 만들거나 공동구매로 장만한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간 우리 당원님들 사진을 모아서 올려봅니다. 경기녹색당 사진부터 시작~





피켓을 손수 만들어 들고 거리로 나간 녹색당의 선거운동원

아무도 안 시켰어요. 

진짜로 당의 지령 같은 것 없었어요. 

기꺼이 출근시간을 앞당겨 역 앞에서 선거운동을 합니다.
점심시간에 사무실 근처로 나가서 피켓을 들기도 하고 
소중한 휴가를 내어서 하루종일 녹색당을 알리기도 합니다.






선거사무원으로 등록을 마치고 패찰 장착!

사무원 등록을 한 당원들은 기호와 정당명을 표시할 수 있어서 피켓을 들었고
그렇지 않은 당원들은 온몸과 목소리와 에너지로 녹색당을 알렸지요.



  







  

낮에도 밤에도


햇살 뜨거운 날도 비 오는 날도



휴일에도 주말에도



선거운동 기간 내내 



녹색당원의 자발적인 움직임은 경기도 전역에서 계속되었습니다.


  




파주의 어린이 당원 엄마와 함께 나와 "동물도 우리 이웃" 인증샷!



김포녹색당도 그린그린 나뭇잎을 달았어요.
   

알고 보니 전지현도 녹색당원?


1등 6번~ 로또명당 좋네요.

]

고양시에서는 고양이도 녹색당을 지지한다더니

역시 녹색당의 성지인가 봅니다.


고양 당원들이 한땀 한땀 정성스럽게 바느질해 만든 현수막!


지역구 후보 선거운동 역시 당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졌습니다.


이천시의원 후보 임을재 캠프의 선거운동
우쿨렐레 띵가띵가 흥겨운 음악과 함께 시장을 거닐었어요.


시장에 왔으니 구경도 하고요


줄 지어 열 맞추어 단체로 인사하는 건 녹색 스타일이 아닙니다.
자유롭게 유쾌하게 자발성의 힘으로 거리를 걸어요.




선거운동 기간에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맙니다. 자원봉사자에게 보수를 지급한다거나 남들 모르게 돈을 뿌린다거나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일도 자주 일어나지요. 이런 금권선거는 선거운동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일어난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녹색당은 당장의 승리를 위해서 사회정의와 민주주의 가치를 포기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비리로 얼룩진 금권선거를 막아낼 수 있는 방법은 우리가 먼저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공정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서 녹색당은 녹색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녹색의 힘은 풀뿌리의 힘, 당원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만들어간 녹색당 선거운동, 다양한 당원들의 목소리와 미소와 기쁨이 가득했습니다.

여기까지, 경기녹색당 선거운동 보고입니다. 다른 지역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