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2일 토요일

갈라파고스로 간 철학자.

갈라파고스로 간 철학자. 좋은 책이 출간되어 소개합니다. 만약 갈라파고스 군도에 철학자가 도착했다면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요?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의 위기에 대한, 훈훈한 생태철학자 신승철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봅시다.


신승철의 신간, 『갈라파고스로 간 철학자』(2013, 서해문집)을 소개합니다.

갈라파고스에 간 생물학자 다윈은 진화의 신비를 발견했지만, 만약 갈라파고스에 철학자가 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미노스궁의 미로에 놓인 실타래를 따라 가듯이 저는 생명, 생태, 생활의 비밀의 열쇠를 철학자들과 연결시켜서 추적하고 탐색했습니다. 이 일련의 작업에는 철학이 갖고 있는 생각의 경로를 통해서 현재의 문명을 진단하고, 이를 넘어서 대안을 찾고자 하는 저의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생명 위기의 시대에 막 접어든 현재의 상황은 생물 종의 대량 멸종 상황과 기후변화와 온실가스의 과도한 배출, 에너지위기와 석유정점, 생명의 도구화 등의 위기의 깜빡이로 경고음이 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러한 전반적인 위기의 상황으로부터 벗어날 색다른 사유의 경로의 단상과 영감을 얻고자 철학자들의 사상을 뒤적이기도 하고, 환경전문가들과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직접 현장방문을 하고, 전화를 걸어 취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저의 실존적인 방황과 대안을 향한 모색, 삶의 재발견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철학이 생명위기 시대에 나침반이 되고 지도가 된다면 얼마나 흥미진진할까요? 프랑스 철학자 펠릭스 가타리의 에코소피(Ecosophy) 사상은 저에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생명, 생태, 생활을 범주로 한 삼원다이어그램을 그려보았습니다. 그리고 세부적으로 ‘생명’의 문제에서는 야생동물, 공장식 축산업, 실험동물, 동물권 등을 배치해서 철학자들의 사상과 이종결합을 시도했습니다. 또한 ‘생태’의 문제에서는 마음생태, 자연생태, 사회생태라는 세 가지 생태학의 구도를 더 발전시키려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생활’의 부분에서는 탄소중독적인 문명이라고 할 수 있는 TV, 자동차, 아파트, 육식 등의 삶의 방식을 진단했습니다. 그리고 외연적이고 실물적인 성장이 아닌 관계의 성숙을 통한 발전을 모색하기도 하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탐색과 생태계 보존, 화석연료 정점의 문제도 다루어보았습니다.
마치 어떤 전략에 따라 사람들을 배치하듯이 각각의 생태문제에 철학자들의 사상을 배치해서 문제해결의 단서를 찾으려고 시도하였습니다. 그것은 플라톤에서 들뢰즈와 가타리까지 이르는 철학사 전반을 다시 재검토하는 작업이었고, 철학의 의미좌표를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생태계의 관계성좌에 그려나가는 작업이었습니다. 그것은 이미 결론이 나와 있는 관광이 아니라, 결론도 목적도 없이 떠나는 여행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마치 밤길을 헤매다가 친구를 우연히 만나 반가워하는 것처럼 철학자와 조우하는 우발성에 따라 생각의 경로를 바꾸어나갔습니다. 그 결과 기존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철학자들의 사상이 생태철학자로 재탄생하였습니다.
철학은 정의(definition)에 따라 경화되고 침범될 수 없는 관계 외부의 지적 구축물이 되는 방향과, 문제의식에 따라 부드러워지고 언제든 개입이 가능한 관계 내부의 지혜의 방향이라는 두 가지 방향성에서 움직입니다. 저는 후자의 노선을 좀 더 발전시켜 나갈 의도를 가지고 철학을 마음껏 변형하였습니다. 자본주의의 등가교환을 가능케 할 아카데미 고정관념을 발전시킬 의도는 추호도 갖고 않았습니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철학자가 되었고, 모든 삶이 철학의 문제의식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색다른 문제의식으로 가득 찬 이 책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세상을 관조하도록 만드는 창문이 아니라, 거주지를 벗어나서 세상에 들락날락하며 접속을 만들어낼 뒷문(back-door)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은 다음과 같습니다.
〇 자신의 삶에서의 변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를 실천하려는 가정주부
〇 생태적 위기에 대해서 눈떠서 자신의 활동을 사회적이고 공동체적인 것에서 출발하려는 청년들
〇 기성세대가 알려주는 정상영업 상태의 자본주의의 표준적 인간형을 거부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학생들
〇 철학을 통해서 새로운 생각의 경로를 모색하며 자신의 현실을 바꾸고자하는 직장인들
〇 성장보다 발전을 통해서 관계를 성숙시키며 경쟁사회의 승자독식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협동조합의 조합원들
〇 생명과 동물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가지며, 생명보호가 인류가 풀어야 될 숙제라고 생각하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〇 생명, 생태, 생활을 바꿈으로써 환경위기를 극복하려는 NGO단체의 활동가들
 이 책을 통해서 생명 위기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대규모 주체성 생산의 시대가 개방되기를 희망합니다. 이는 현재의 지구의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 도달해 있고, 이를 극복하려는 색다른 삶의 형태와 마음의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변화는 아주 미세한 균열과 같은 색다른 마음으로부터 출발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미세한 마음의 변화를 만들어낼 잔잔한 울림과 향기를 가진 독서의 소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48362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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