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위한 탈핵에 관해' 좀 더 생각해볼 문제이지만 일단 정리.
저는 자녀가 없는 30대 성인 여성입니다. 저에게 탈핵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저 자신의 생존을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저와 비슷한 또래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아이를 낳은 여성들의 경우 본인의 생존이나 건강보다 아이들의 생존과 건강이 더 중요하게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더군요. 경험론자는 아니지만, 저로서는 어머니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마음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아요.
미성년이든 성년이든 동등한 인격권을 갖추고 있는 존재라는 사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정치적으로 올바르기 위해서 자기 아이의 건강과 생존을 걱정하고 있는 어머니들의 주장을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게다가 방사능 피폭 문제에 관해서는 특히 성장기의 어린이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요. (성인에 비해 어린이가, 그리고 남성에 비해 여성이 같은 양의 방사성 물질에 노출된다고 했을 때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어린이를 위한 정책이 먼저 고려되는 편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일테면,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해서 방사능오염 식품의 유통을 시장에서 차단하는 방법을 정책으로 만들고 법을 개정하는 노력을 해야하지만, 그보다 먼저 주력해야 할 일은 방사능오염 식품이 학교급식의 식재료로 사용되는 일을 막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의 건강이 중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동의하겠지만, 우선 고려되어야 할 사안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린이가 성인인 저보다 더 소중하거나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방사능 물질에 민감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린이를 동등한 주체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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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day Green 방사능없는 학교급식을 만드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어린이집이나 보육원, 유치원 등에 대한 조례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좀 난감한 기분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군인이나 대학교, 직장 그리고 교도소까지도 방사능에 오염된 식품으로 급식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체 식품에 대한 조사가 너무 어렵다면 단체급식에 해당하는 곳들에 대해 검사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보다 좋은 정책은 생산지에서 바로 검역, 검수하여 오염된 식품이 시중에 유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그런 정보가 감춰지지않고 시민들에게 공개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동현 무엇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의 문제에서, 모든 운동은 당사자로부터 시작될 때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는데, 지금 가장 강한 힘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아이들을 위해 탈핵을 생각하는 어머니&아버지들이니까요. 학교급식에서 시작하게 되면 방사능안전식품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노완호 누구에게나 핵 없는 세상을 이란 구호가 맞다고 할 수는 있지만, 아이들에게 핵없는 세상을 그리 경직되게 볼 필요가 있는가? 이런 생각도 드는군요. 우리시대의 풍요를 위해 미래세대를 착취하게 만드는 것이 핵발전의 본질이고, 당장 그 피해도 미래세대가 더 많이 당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면 '아이들에게 핵없는 세상을'이라는 구호도 충분히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의 입장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도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지않을까요? 후쿠시마의 어린이들은 이렇게 이야기 했지요. 우리는 언제까지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가요? 우리는 결혼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요?
저는 아동 및 청소년의 인권이 지켜져야한다는 말에 동의하지만, '아이들에게 핵없는 세상을'이라는 구호가 그것에 그리 민감하게 반응을 해야하는 말로 들리지는 않습니다.
부모들이 부모들 세대에 저지를 잘못을 스스로 책임지기 위한 구호라고도 해석할 수 있지는 않을까요?
이동현 저도 역시, 아이들을 위해 행동하는 부모들의 절박함을 표현하는 말이라고 봐요. 아수나로 쪽 이야기를 들어보면 애정을 느끼고 책임지려는 태도가 어떤 관점에서 보면 대상화나 도구화로 느껴질 수도 있겠구나 싶고요. 근데... 학부모 주축의 단체를 향해 할 이야기를 왜 우리한테 하시나 싶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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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주장이나 문제제기가 추진력을 가지려면 실태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일정 시기와 지역을 설정해놓고 아이들을 위해 탈핵,을 슬로건으로 사용한 행사가 몇 건이나 있었는지 행사를 기획주관한 조직과 연대참여한 조직은 어디인지 조사해 본다면, 이와 같은 슬로건을 사용하지 말라고 요청할 집단과 이러한 문제제기에 동참할 것을 요청할 조직이 어디인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며, 주장의 객관적인 근거를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태조사는 지루하고 귀찮은 일이다. 분명한 목적을 설정하고 조사를 시작했으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을 해보라고 섣부르게 권하다간 내가 마초 꼰대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날 것이므로 아무 말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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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의 글에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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