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기 전 성남에서 현수막을 달다가 경임쌤으로부터 녹밍아웃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회사에 녹색당 당원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났더니, 어쩌다 한 번 종이컵을 쓰면 녹색당인데 일회용품을 쓴다고 한 소리를 듣게 된다거나, 심지어 이직을 하려는데 녹색당원이란 사람이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그만둘 수가 있냐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한다.
녹색당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좋은 분들의 관념 속에서 녹색당원은 지구수호 천사단의 일원으로 파악되는 것 같다. 녹색당에서도 고기를 먹느냐고 놀라는 분도 있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에 경악하는 분도 있었다. 아빠는 녹색당원이면서 왜 자동차를 운전하냐고 묻는 딸의 말에 뭐라고 답할지 모르겠다는 당원을 만난 적이 있고, 남편이 왜 밥상을 유기농 오첩반상으로 안 차려주냐고 투정이더라는 당원의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이래서야 녹밍아웃 하기가 두렵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좀 더 적극적이고 집단적인 녹밍아웃이다. 녹색당 당원이 천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열심히 알려야 녹색당에 대한 기대치가 현실화될 것이고, 이 바쁘고 정신없고 서러운 땅에 발딛고 사는 사람들이 맘 편히 당원가입을 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녹색당을 천국에서 지상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필요하다면 나는 광화문 광장 횡단보도 앞에서 코딱지를 파는 모습을 보여줄 의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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