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29일 금요일

잡식가족의 딜레마

지난주에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함께 본 히로님이 이렇게 말했다. "영화 보기 전까지는 공장식 축산이라고 하면, 아주 청결하게 잘 관리되는 현대적인 축산업 시설이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공장식이라고 하는 말이 동물을 착취하는 그런 비윤리성을 은폐하는 네이밍인 것 같아요."

나와 은재님은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우리는 이 문제를 조금 먼저 알고 있어서 '공장식 축산'이란 용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굳혀가고 있었다. 어쩌면 막연하게 공장이란 단어에 거부감을 느끼는 성향의 사람들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은 '공장식 축산'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흰 가운을 입고 위생모를 쓴 작업자와 연구원을 떠올릴 것이다. 반대로 '농장 축산'이라는 단어에서는 더럽고 냄새나는 돼지우리 이미지가 연상될 수도 있다. 동물이 기계화된 공정에 순응할지라도 기계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은 잠시 외면하고 기계화된 대규모 축산업에 호의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공장 대신 농장"이라는 구호는 공허하게 들렸을 것이다.

어쨌든 히로님은 이 영화를 보고 한 주가 지나도록 고기를 먹지 않고 있다. 공장식 축산의 실체를 들여다보고 나니 고기를 먹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사무실 안에서 밥을 먹을 때는 살코기는 거의 먹을 일이 없었지만, 고기를 찾으며 풀을 먹는 것과 풀을 즐기며 풀을 먹는 것은 아주 다른 일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점심을 같이 먹고 오늘 같은 날은 저녁까지도 함께 먹곤 하는데, 식성이 같은 동지가 늘어나서 기쁘다.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관람한 모든 이들에게 채식의 복음이 전파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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