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2일 금요일

목수의 예술.

그는 나무로 가구를 만든다. 나무를 다루는 그의 손길은 부드럽다. 재단한 나무를 옮길 때면 어린아이를 안듯이 조심스레 끌어 안는다. 나무판을 톱으로 잘라 모양을 만들 때, 사포질을 해서 표면을 다듬을 때, 심지어 날카로운 끌로 찍어낼 때 조차도 그의 손은 다정하게 나무를 쓰다듬는다. 그는 가구를 주문하는 손님을 대할 때 보다 나무를 대할 때 더 친절하다.

가구 손잡이를 파거나 곡선의 무늬를 넣거나 홈을 파기 위해서 트리머를 사용할 때 그는 몸을 낮추고 나뭇결과 강철날이 만나는 부분을 유심히 살펴본다. 그리고 흔들림 없이 민첩하게 팔을 뻗어 나무를 긁어낸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굵은 나뭇밥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강철날의 움직임이 멈춘 다. 마침내 그가 원하는 모습이 나왔는지 확인하려 톱밥을 불어내는 그의 입술에는 웃음이 담겨 있다.

나무조각 사이를 연결하기 위해 구멍을 파고 도웰핀이나 비스킷을 집어넣은 뒤 결합부위가 꼭 맞물리게 하려고 클램프로 사이를 죄어 놓을 때 그의 눈이 빛난다. 고무망치를 들고 톡톡 가볍게 두드리며 정확한 교차점을 찾아낸다. 그가 잘라서 다듬어 놓은 나무들은 순종적이다. 그의 손가락이 움켜쥐는 대로 그가 처음 그려놓은 도면과 같은 모양을 찾아 나간다.

나무에 기름을 먹이기 위해 그의 열 손가락이 구석구석 표면을 쓰다듬는 모습은 에로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정성스럽게 기름을 먹이고 잠시 기다린 뒤 얼룩이 남지 않도록 겉을 닦아 내는데 이때 기름이 마르며 피어나는 냄새는 기묘한 흥분을 일으킨다. 가장 고운 사포를 쥐고 마무리 작업을 할 때 그는 사포를 들지 않은 왼손으로 끝없이 나무표면을 어루만진다.

숲에 목수가 나타나면 나무들이 떨고 목수가 먹줄을 튕기면 나무가 고개를 숙인다고 했던가. 나무를 지배하는 목수, 그가 일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보면 경이로움을 느낀다. 그는 아주 천천히 일하고 꼼꼼하게 살핀다. 작업실에서 그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무용을 감상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를 움직이게 하는 음악은 전기톱과 대패와 사포가 움직이는 모터 소리, 세상에서 가장 거친 예술이다. 그런 공연이 매일 그의 공방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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