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내내 자료를 수집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오늘 찾아본 자료와는 상관 없는 원고는 뼈대만 잡아 놓았다. 내일 다시 관련 자료 모아야겠지만 대충 방향이 보이니까 수월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 듯. 그리고 친구에게 전해줄 문서도 있구나 잊지 말자. 화요일에는 오랜만에 가타리 읽기 모임에 나가보고 싶다. 수요일은 곤이 전시 시작하는 날, 기왕이면 오프닝 파티에 가보고 싶은데 일정이 어떻게 되려나 모르겠다. 목요일까진 빌려놓은 소설 네 권 모두 읽고 반납해야지. 금요일은 출판사에 들러서 새 작품 마감을 늦춰 놓는 데 성공하면 틀림 없이 술을 마시게 되겠구나. 토요일엔 대한문에 나가야겠다. 그렇게 일주일 지나가네... 일주일의 계획을 떠올리다가 문득 내 남자가 그리워졌다. 이런저런 일 모두 미뤄놓고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났다.
+ 그 전 주의 일.
주말에 남자친구를 부모님께 소개시키기로 했다. 날짜만 잡고 시간 장소는 미정. 아빠도 남자친구도 내가 선택하라고 하는데 엄마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 답답하다. 한정식집 같은 데서 밥을 먹어야 하나 아님 카페에서 간단하게 차 한 잔 마시는 편이 나을까? 분당에서 내가 아는 데라곤 술집밖에...ㅠㅠ 첫 만남도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는데 대체 결혼은 어찌 하나?
어제 부모님과 남자친구 소개를 마쳤다. 동생과 나는 깍두기;
한정식과 일식집을 놓고 고민하다 결국엔 동네의 호젓한 카페를 선택했다. 분당 율동공원 히든벨리, 내가 고딩일 때부터 자리잡고 있었던 아늑한 카페. 남자친구가 먼저 도착해서 자리잡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2층 제일 구석자리를 잡아서 거의 독실 같았다.
남자친구가 정장 입은 모습이 어색했다. 정장을 입든 트레이닝복을 입든 아예 홀딱 벗든 어색했을 자리이긴 다르지 않지만.
모두가 긴장한 채 대화, 두서없는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호구조사는 무사히 통과, 남자친구가 당당하게 대답해주어서 든든했다. 엄마아빠가 걱정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도 잘 알겠고 암만 걱정해도 당장 해결되지 않을 문제들이라 갑갑하기도 하고 그랬다.
부모님은 먼저 일어나고 나와 동생과... 남친과 셋이서 근처 이탈리아 음식점에 밥을 먹으러 갔다. 남친은 임원 면접 끝나고 실무자 면접이냐며 웃었다. 동생은 남자친구를 좋게 본 것 같았다. 음식을 기다리며 동생이 말했다. 누가 보면 소개팅 시켜주고 눈치 없이 밥까지 먹으려고 따라온 주선자인 줄 알겠다. 내가 말했다. 좀 열린 사람이 보면 저 여자는 왜 따라왔냐 하겠는데. 그럴 정도로 남동생과 남자친구가 잘 어울려서 기뻤다.
집으로 돌아와서 엄마와 동생과 셋이서 남자친구 이야기. 엄마는 남자친구의 경제적인 불안정을 계속 걱정했다. 동생이 쉴드를 쳐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돈 이야기는 그만 하고 딴 이야기 좀 해봐요. 엄마가 답했다. 다른 건 흠 잡을 데가 없는걸. 아, 일단은 성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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