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3일 금요일

얀 마텔, 헬싱키 로마카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

얀 마텔의 작품을 읽고 있다. 아주 젊은 작가가 첫 작품으로 죽음에 대해서 쓰는 이유는 뭘까?

소설의 화자는 20대 초반의 젊은 남자,  갓 대학에 입학한 후배 폴과 절친한 사이가 되었는데, 알고보니 폴이 HIV에 감염되어 있었던 것, 화자는 폴의 에이즈가 진행되는 동안 병문안을 다니면서 함께 소설을 만들기로 한다. 둘이 살고 있는 도시는 캐나다 토론토인데, 한참 멀리 떨어진 핀란드 헬싱키를 배경으로, 로마카티오 일가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구성하는 한편, 그 '이면의 사실들'로 폴의 상태를 병치시키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이런 구성은 에이즈 환자의 병세가 악화되는 과정을 비참하게 묘사한 다큐멘터리보다 진지하게 삶의 고통을 생각하고 역사의 흐름 속에서 아주 작은 존재인 개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진저리가 날 정도였다. 인용한 대목을 이렇게만 보아도 서글프구나....


"이걸 봐"
폴이 말한다. 그의 해골 같은 손이 느릿느릿 머리통에 닿는다. 그는 머리칼을 움켜쥔다. 머리카락을 당긴다. 머리카락은 잠시 버티다가 뽑힌다.
"진짜 웃긴 소리가 난다니까. 선배는 못 들어도 내 머릿속에서는 무진장 우스운 소리가 나거든."

(중략)

폴의 세계는 위축되고 있다. 이제 외국 여행은 물을 것도 없다. 집에 가는 것도 여행이다. 병실을 벗어나는 것도 여행이다. 걸을 힘도 없다. 겨우 화장실에 가서 용변을 보고, 그나마 가끔은 너무 힘겨워 한다. 침대 가장자리가 수평선이 되어간다.

댓글 1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