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온라인 공간에서 실명을 밝히는 편이다. '작나무'라는 닉네임을 오래 써왔던 블로그나 커뮤니티에서는 계속 이 별명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외에는 대부분 실명으로 글을 남긴다. 개인정보 관리가 허술해 보이는 웹사이트에 가입할 경우 가명을 쓰기도 하지만 그런 곳에서 글을 쓰거나 의견을 밝히는 일은 하지 않는다.
온라인에서 실명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자아가 분리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다. 처음 인터넷을 접했을 때 가명을 사용하면서 얻을 수 있는 자유로움, 익명성이 주는 해방감은 굉장했다. 숨겨진 것들을 모두 표현해도 좋다는 허락을 얻은 것 같았다. 그러나 익명의 그늘 아래 숨은 뒤로 스스로도 동의할 수 없는 과장된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공격적이었고 때로는 외설적이었으며 때로는 터무니 없었고 대개는 무익했다.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인 자극을 주는 악영향은 뒤로 하고서도, 자기자신을 파괴하고 분열시키고 있었다.
어느 순간 이런 영향을 느꼈고 이후로는 실명을 사용한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익명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실명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사실을. 또한 실명이든 익명이든 이름은 다만 하나의 표지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이름을 바꾸다 - 임곤택
답글삭제플라타너스가 플라타너스 가지를 사방으로 뻗는다
오늘은 뭔가 자꾸 줄어든다
짐승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면
할 수 있는 일이란 잠시 이름을 바꾸는 것
세탁소 주인의 물음에 가명을 대고
한 생애를 약간 들어 올렸다고 믿는다
--------- 그래, 이런 믿음이 필요할 때가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