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7일 화요일

합리적인 소비.

이번 녹색평론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농부 작가 최용탁의 에세이, 가을이 깊으면 추위를 생각하고.

그는 가을걷이를 하고 겨울을 준비하며 연탄을 배달시켰다. 용달차에 연탄 천 장을 싣고 배달을 온 부부는 양손에 여덟 장 연탄을 들고 쉼 없이 창고에 연탄을 채워 넣어 주었다. 부부에게 힘들지 않은가 물었더니 돌아오는 답은, 아유 농사일이 더 힘들겠쥬.

부부는 연탄공장에서 연탄을 장 당 350원에 떼어와 460원에 판다고 했다. 연탄 천 장을 배달했을 때 차익은 11만원, 여기서 차량운행 경비와 운송과정에서 연탄이 파손되는 리스크를 고려하고 두 사람의 인건비를 제하면 얼마나 남을까? 부부가 함께 고되게 일하는데 한 철 장사 수익 치고는 참 헐하다. (이건 내 판단이다.)

그런데 일을 마친 뒤 떠나려던 연탄장수가 머뭇거리다가 글쓴이게게 만 원을 돌려주더란다. 시골집이라 차를 대 놓는 곳에서 연탄광까지 거리가 멀까 싶어 한 장에 460원을 불렀지만 이 정도 거리라면 사실 450원 받아야 맞다고. 그러니 장 당 10원씩 더 받은 돈을 돌려줘야 한단다.
글쓴이는 기어이 그 돈을 받지 않았지만 비참한 기분이 들었노라 고백한다. 그 역시 여기저기 전화를 해보고 10원이라도 더 싼 연탄장수를 부른 참이었던 것이다. 합리적인 소비란 무엇인지...

+ 환희 님의 말
불행히도 합리적인 소비에 얽매이지 않게 되는 건 주머니가 가득할 때 뿐이더라구요

+ 은식 님의 말
가장 자본주의적으로 생각해도 인간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가격을 더 줄수록 좋아지죠. 근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건의 가격에 인간을 넣어야 한다는 것을 잊고 살죠. 서로간의 관계를 아주 객관하 시키는 건 기업의 논리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불편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이 함께 만드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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