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30일 월요일

회상.

종종 세티를 보러 간다. 세티는 죽었다. 죽은 개다. 개를 묻은 곳에 가서 볼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옆에 있는 무궁화 나무이다. 세티는 땅 속에 있고 다시 볼 수 없다. 안다. 세티는 그곳에 없다. 그 땅을 파보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 개의 시체가 있을 것이다.

세티는 고왔다. 누가 보아도 곱고 예쁜 개였다. 세티는 보드라운 갈색 털과 흰색 털이 어룩진 예쁜 시츄였다. 그애는 작지만 당당했고 호기심이 많았으나 신중했으며 경계심이 강했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개였다. 단언컨대 세티는 지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강아지였다. 세티는 이 세상에서 가장 진실된 개였다.

세티가 살아 있을 때 그애가 노년이 되었을 때 동생과 수명을 두고 거래조건을 논했던 적이 있다. 세티가 십 년 더 살 수 있다면 내 명에서 십 년 빼... 주겠어. 내가 먼저 했던 이야기인지 동생이 했던 이야기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는 그 조건에 모두 동의했다. 그러나 수명을 조정하는 조건을 제시한 악마나 천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신이 죽었듯 우리 세티는 죽었다. 그렇게 세티의 생이 끝났다.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집에 들어갔을 때 자박자박 걸어나오는 세티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슬프다. 그애와 같은 종인 시츄 강아지를 볼 때면 세티의 얼굴이 떠오른다. 보드라운 털을 가진 고양이를 만지면서, 우리 세티는, 이라고 시작하는 말을 하게 된다.
세티야. 세티야. 세티야. 세티야. 우리 세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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