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7일 금요일

독서메모.


1.
팟캐스트 라디오 책다방을 즐겨 듣는다. 방송에서 황정은 작가님이 추천한 책, 북극허풍담을 후르르 읽었다. 짧은 이야기 모음집으로 극지대의 일상에 재미가 차고 넘친다. 인물과 상황과 사건이 모두 기괴한 느낌.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이토록 생생하게 읽히다니 신기한 일이다.

2.
수잔 손택의 일기 모음, 다시 태어나다,를 읽고 있다. 얼마 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위대한 작가-평론가가 남긴 개인적인 메모를 훔쳐보는 재미가 대단하다. 손택도 이렇게 자기확신이 없고 우울하고 불안한 이십대를 보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어쩐지 위안이 되기도 한다.

1957년 12월 31일의 일기.
일기를 쓰는 것.
일기를 개인의 사적이고 비밀스런 생각들을 담는 용기-속을 터놓을 수 있는 귀머거리에다 벙어리, 문맹인 친구처럼-로만 이해하는 것은 피상적이다. 나는 그저 일기에다가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보다 더 솔직하게 나 자신을 털어놓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 자신을 창조한다. 일기는 자아에 대한 이해를 담는 매체다. 일기는 나를 감정적이고 정신적으로 독립적인 존재로 제시한다. 따라서 (아아,) 그것은 그저 매일의 사실적인 삶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많은 경우- 그 대안을 제시한다.

3.
강신주의 감정수업. 스피노자가 에티카에서 분류한 인간의 욕망 48가지를 두고 각각의 감정을 잘 드러내는 문학의 한 장면을 인용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좀 더 소소한 내용은 따로 한 페이지를 구성해서 현실적인 조언을 덧붙인다. 사족인가 싶은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내용. 독자의 고민상담에 조언을 해주는 형식의 강의를 팟캐스트로 들었던 기억이 난다. 상담을 요청한 일반독자보다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례가 훨씬 더 보편적이면서 풍부하고 깊이 있기 때문에 본문에서는 세계문학을 인용하고 곁다리로 이런 꼭지를 넣어준 듯, 이런 구성 괜찮다.
4.
장 지글러의 탐욕의 시대 ㅡ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 ㅡ 제국주의 식민지화의 뒤를 잇는 국가부채 문제에 대해서 다시 읽고 싶었다. 돈으로 민중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국제자본의 유통구조가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굉장히 복잡한 문제를 이렇게 간단명료하게 설명해 주는 책이 드문데 명쾌한 설명을 듣고 그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고 명쾌한 기분만 남겨놓는 나의 뇌구조가 문제... -_-; 여튼 이전에 책을 샀던 기록은 있으나 책은 보이지 않도 누굴 빌려준 건가 잃어버렸나 헌책방에 팔았나 기억이 나지 않아서 다시 주문했다. 새 책을 펼쳐보니 들어가는 말의 소제목이 이러하다. 다시 연대만이 희망이다. 그리고 1장의 소제목은, 인간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 가슴이 먹먹하다.

 5.
초기 농경 단계의 원시부족 중 아프리카 또는 폴리네시아 어느 지역에서는 잉여생산물을 처리하기 위해 이웃 부족을 초대하여 성대한 잔치를 벌이거나 파괴하고 불태우는 등의 의식을 치른다고 하는 내용을 어디선가 보았던 기억이 난다. 마빈 해리슨의 책이었던 것 같은데 아무리 뒤져봐도 찾기가 어렵다. ㅠㅠ; 다른 인류학자의 책이었던가? 인류학 책은 거의 도서관에서 빌려 보아서 어디서 읽었는지 모르겠다. 엉엉.

김정훈 님의 제보: 포틀라치....축제고요..보드리야르 소비의 사회에 나오는듯합니다.

포틀래치 potlatch

태평양 연안 인디언들 사이에서 볼 수 있는 선물 교환 행위.

사회적인 지위를 승인하기 위한 행사로, 1849년 남부 콰키우틀 인디언들 사이에서 가장 성행했다. 세부적인 면에서는 집단마다 차이가 있지만 포틀래치에는 몇 가지 보편적인 특징이 있다. 즉 손님 초대와 연설할 때 선물을 받을 사람들의 사회적인 지위에 따라 지켜야 하는 의례적인 규칙이 있었다. 선물의 크기는 주는 사람의 사회적인 지위를 반영했다. 포틀래치에서는 큰 향연이 베풀어졌으며 축제를 연 사람의 친척들도 최고의 관대함을 보여주었다. 포틀래치에 초대된 많은 손님들이 증인이 되었으므로 선물을 주고받는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는 널리 공인받게 되었다.

재산이나 지위를 계승한 사람들이 새로 획득한 지위를 확정하기 위해 포틀래치를 행했으며 결혼, 탄생, 죽음, 비밀결사단체 가입 등 중요한 행사 때도 포틀래치가 행해졌다. 그러나 포틀래치의 주목적은 행사 자체가 아니라 사회적인 지위를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데 있었으므로 사소한 일에도 빈번히 포틀래치가 개최되었다. 공적인 제재를 받은 적이 있는 개인들의 체면 유지의 방책으로도 이용되었으며, 특정한 사회적 지위를 놓고 다투는 사람들간의 경쟁수단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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