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몇 번 갔던 술집에서 서빙하는 일을 하는 게이 오빠를 알게 됐다. 희고 부드럽고 토실토실 귀여운 외모가 내가 보기엔 참 좋았는데 그 오빠는 계집애의 호감 따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지. ㅋ 게이들의 세계에서 자기는 안 팔리는 외모라며 자학하는 이야기를 했었다. 여장하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이런 말에 조금은 위로를 받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완전 여성형의 트렌스젠더가 아니라면 여장을 하고 밖을 돌아다니기는 무리.
그 오빠는 싫은 소리 한 마디 못하는 소심한 성격이었다. 서빙하는 일이 원래 그런 감정노동이기도 하지만 사적인 이야기를 할 때도 남에게 반대하는 말 정말 못하고 눈치를 참 많이 봤었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도 못했고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웠다고 했다. 자기의 성정체성을 드러내도 괜찮은 직장은 거의 없고 그 중 하나가 개방적인 분위기의 술집이라고 했다. 급여는 거의 최저시급에 준하고 야간수당이 적용되지도 않은 수준이었는데, 그래도 자기가 게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감사한다고 했다.
오유에 익명으로 자신이 경험한 고통스러운 상황을 토로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는데 그 중 동성애자들이 남긴 댓글들이 눈에 밟힌다. 이성애자들의 나라에서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일은 얼마나 괴로울지 상상도 못하겠다. 나는 남자를 좋아한다고 뻔뻔하게 말할 수 있는데, 완전 똑같은 욕망을 느끼고 있는 남자들은 잘못 얘기했다간 생명의 위협을 느낄지도.
언젠가 이성애/동성애/양성애의 구분법이 이성애 중심주의에 기반하고 있다는 문제제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그보다 공정한 분류는 성적 지향을 기준으로 하여 남성애/여성애/범성애 등으로 나누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보면 나 같이 남자 좋아하는 여자나 게이 오빠나 다들 남성애자인 것이다. 나로서는 섹시한 게이 오빠들과 생식경쟁을 한다면 질 게 뻔하지만;; 활동범위가 다르니까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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