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로 알게 된 훌륭한 요리블로거가 몇 있다. 소개하고 싶은 두 분이 있는데 에이프런, 로마병정 님. 기본적으로 인터넷 세대가 아니고 평생 살림을 해온 아주머니들이라 블로그 활용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검색엔진에서 상위에 노출되지도 않고 어떻게 해야 유입이 많아지는가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다. 블로그에 업로드하는 요리사진도 예쁘게 찍기 위한 노력이나 후보정 따위는 없다. 다만 요리의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사진일뿐이다. 그런데 그 내용이 정말로 충실하다.
1. 에이프런, 에이프런네 부엌
http://apronsdays.egloos.com/
http://cafe.daum.net/apronsday
'에이프런'님은 전통식품, 발효식품에 대한 연구가 돋보이는 블로거. 또한 식재료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채소의 모든 부분을 버리지 않고 음식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적절한 활용법을 일러준다. 그리고 생태환경에 대한 의식도 대단히 높다. 음식물 조리 시 열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저염식, 특히 전통음식의 저장방법으로 최적화된 수준의 저염식에 대한 연구도 돋보인다.
예를 들어 무청시래기와 배추우거지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할 때, 보통의 요리블로거나 요리연구가의 책에서라면 순서에 따라 데치고 말리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나 에이프런 님의 블로그는 다르다. 압력솥을 이용해서 찌는 것이 데치는 것보다 열효율이 좋다는 내용을 설명하고, 배춧잎이나 무청을 미리 한 잎 크기로 잘라서 말리는 편이 건조속도도 빨라지고 보관에도 용이하다고 기술하는 식이다. 이런 내용은 다른 데서 찾아볼 수 없는 깨알 같은 살림지식이다.
에이프런의 블로그 내용은 여기저기 많이 퍼지고 있는데 이렇게 유명세가 생기면 자기의 재주를 미화시키고 싶은 욕망이 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분은 철저하게 연구자의 자세로 남아있다. 직접 메주를 빚어 띄우고 장을 담그는 과정을 모두 보여주는데, 때로 새로운 방식으로 메주를 빚었다가 곰팡이가 제대로 피지 않아 실패했을 지라도, 그 결과와 나름의 원인분석을 아무 가감 없이 보여준다.
에이프런이 연구하고 있는 발효식품 영역은 매우 심오해서 일반인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 보통 사람들이 따라 만들기 불가능한 영역에 있는 음식도 꽤 자주 선보인다. (대체 무슨 재주로 현미등겨를 가지고 메주를 빚을 것인가;;; 털썩;;;) 그래도 한반도 남쪽에 이런 연구를 계속하는 민간인이 계시다는 것만으로 응원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살림에 대해서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하는 분이 또 있을까? 블로그를 통해서 단순한 요리, 조리법을 넘어서 우리의 삶과 살림에 대한 사유와 철학을 엿볼 수 있다.
2. 로마병정, 슬프지 않은 곳..
http://blog.daum.net/haingja1228
'로마병정'님은 대가족의 어머니, 지금은 분가한 자식이 살고 있는 곳은 다세대주택의 아랫집이다. 아랫집 사는 손자의 이름은 은찬이, 얼마 전에 동생이 태어났다. 손 큰 시어머니 느낌이랄까, 음식을 할 때 굉장히 넉넉한 양을 만드는 것 같은데 아마 가족들이 모두 잘 나눠서 자시겠지. 옥상에는 작은 텃밭도 꾸미고 있어서 제철채소를 활용한 음식이 자주 올라온다.
이분은 영감님이 항암치료 중이라 환자를 위한 건강식을 계속 연구하는 중이다. 암에는 블루베리가 좋다더라, 상황버섯이 좋다더라 이런 정보는 인터넷에 널리고 널렸다. 하지만 냉동실에 블루베리를 저장하는 방법이나 영감님이 물리지 않도록 내놓는 방법에 대한 정보는 이 블로그에서 찾아보는 것이 가장 쉬울 것이다.
로마병정 님의 블로그 중에 냉장고에 쟁여놓은 재료로 하루 세 끼 '다른' 죽을 끓여 내는 테크닉에 대한 글이 기억에 남는다. 죽을 끓일 쌀이나 잡곡은 물에 불렸다가 수분을 머금은 채로 냉동실에 두어 얼리다가 너무 꽝꽝 얼어버리기 전에 꺼내 방망이로 두들겨서 알곡을 부숴주고 또 다시 얼리고 하는 방법으로 저장해둔다고 했던가.
아무래도 연세가 있는 어른이다 보니 블로깅에 익숙하진 않고 컴퓨터를 잘 다루지도 못해서 접속이 꾸준하지 않은 상황인 듯 싶다. 그래도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일을 무척 즐기는 것 같다. 방문자가 댓글을 남기면 아주 정성스럽게 답댓글을 달아주더라. 상황이 비슷하게 가족 중에 암환자가 있는 방문자들은 자주 댓글을 통해 항암음식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근황도 묻고 하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고 있으면 참 애잔하다.
로마병정님 고향이 어딘지 참 궁금한데, 주방에서 사용하는 어휘가 굉장히 재미있다. 이런 문장을 읽다 보면 절로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시날 고날 끓이다가 흐물 흐물 익으면 불을 끕니다.
국물이 자작할 때 섞으면 끄니를 때우기 좋습니다.
볼품 없게 툭 툭 잘라서 대강 버므리고 둡니다.
완전히 마르기 전 녹신 녹신 할 때 얼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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