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8일 토요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사랑의 온도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특별기획전 <빌 비올라> 전시를 보았다.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빌 비올라가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테마로 만든 작품 두 점이 공개되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중세 유럽의 음유시인들이 노래했던 로맨스의 주인공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실현하기 위해 죽음을 택한 연인의 이야기는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의 원형이 되기도 했다.
<트리스탄의 승천>은 필름을 촬영한 시간과 상영한 시간의 방향을 바꾸어서 한 남자의 죽음을 승천으로 보여준 작품. 빗방울이 거꾸로 쏟아지는 요란한 소리 사이로 어렴풋이 바그너의 오페라곡이 들렸던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환청일까? 모르겠다.
두 장의 사진은 <불의 여인>의 절정 부분, 검은 실루엣으로 표현된 여인이 서서히 불을 등지고 다가오는 장면과 마침내 물로 뛰어드는 대목이다. 이후로 영상의 시점은 수면 아래 깊은 곳으로 가라 앉는다. 숨이 막히면서 아른아른 불타는 세상이 멀어지고, 그곳으로... 간다. 불의 여인과 함께, 우리는 모두 죽음을 향한 길 위에 서 있다.
뜨겁거나 차갑거나, 사랑의 온도는 미지근할 수가 없다. 연인들은 차가운 물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그들이 남겨둔 불길은 여전히 타오른다. 인류가 멸종되기 전까지 이 뜨거움은 계속될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특별기획전 <빌 비올라>
http://www.moca.go.kr/exhibition/exhibitionManager.do?_method=exhView&retMethod=getExhProgressList&exhId=20130416000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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