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을 때 손등과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는 습관이 생겼어. 스스로 내뿜는 더운 숨을 느끼면서 당신의 숨결이 닿았던 순간을 떠올리거든. 내 입 속에 당신의 손가락이 들어왔던가, 내 손가락이 당신의 입 속으로 들어갔던가, 어느 손이 어느 입술을 찾아가 범하고 말았는지, 또는 어떤 입술이 그 손가락을 물고 놓아주지 않으려 했는지, 그 끈적한 기억이 모두 더위에 녹아 한 덩어리가 되어 버렸나봐. 내 손과 내 입술은 서로를 더듬으며 당신을 회상하고 있어. 그렇게 당신을 그리워 할 때마다 뱃속이 간질간질해지고 발가락이 꼬부라지는 기분이 들어.
때로는 당신과 내가 꼭 남자와 여자가 아니라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우리가 꼭 연인이 되지 않았더라도 이 여름은 즐거웠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 물론 그러지 않았다면 나는 당신의 짧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지도 못했을 테고 팔을 베고 누워서 축축한 겨드랑이 냄새를 맡을 수도 없었을 테고 더위에 축 늘어진 고환을 핥을 수도 없었을 거야. 그런 일들이 아쉬울 지는 모르겠어, 모르겠지만, 이런 것은 부가적인 즐거움이라는 생각이 들어. 당신의 삶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나는 충분히 행복해졌을 것 같아. 그 이상을 확인할 수 있다니 더 바랄 게 없네.
여름이 오기 전에 나는 허풍스런 브래지어를 벗어던졌어. 이제 보지 모양을 그려놓은 팬티도 벗어던질 테야. 당신을 만났으니 그래도 된다고 생각해. 부디 당신이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당신도 자지 처럼 무거운 걸 굳이 달고 다니지 않아도 괜찮아. 늘 가랑이 사이에서 존재감을 확인하는 일은 꽤나 귀찮을 것 같아. 적어도 이 여름에는, 너무 더우니까 좀 내려놓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 그러니까 너무 염려하지 말기를, 무더위가 지나고 나면 어떻게든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