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9일 금요일

아주 작고 섬세한 것에 대해.

마이크로는 본래 백만분의 일 단위를 부르는 전문용어, 그러나 일상적으로는 아주 작은 것을 의미하는 수식어로 많이 사용한다. 마이크로-소프트나 마이크로-네시아가 백만분의 일이라는 숫자 단위와 관련있지는 않다. 다만 작은 것, 섬세한 것, 정밀한 것을 연상하게 하는 마이크로-라는 접두어를 사용한 단어일 뿐이다. 마이크로가 너무 흔히 사용되었기 때문일까, 요즘은 더 작은 단위인 나노를 쓰기 시작하더라. 아이팟-나노, 은-나노 같은 식으로 더 작고 섬세하고 정밀하게 개량된 상품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그렇다면 나노보다 더 작은 수를 부르는 단위로는 무엇이 있나 궁금해졌다. 위키백과를 찾아보니, 피코, 펨토, 아토, 젭토, 욕토 같은 전문용어가 있더라. 머지 않아서 이런 이름을 하나 씩 가져다 쓰는 상상을 해본다. 피코-폰, 펨토-프로젝터 같은 상품이 대중에 선보이게 되겠지. 그 중에 가장 작은 단위인 욕토(yocto)는 10의 마이너스 24제곱인데, 이는 1/1000의 8제곱과 같기 때문에 8을 뜻하는 그리스어 οκτ?(오크터)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0.000 000 000 000 000 000 000 001 이라고 쓰면 대체 얼마나 작은 수인지 정체를 가늠하기 어렵다. 영 쩜 영영영영영영영... 읽다 보면 혀가 꼬이고 숨이 넘어가니, 그저 '욕토'라는 어쩐지 욕 같고 토할 것 같은 용어를 기억하는 편이 낫겠다.

본래 작고 섬세한 것들은 이해하기 어렵고 정확하게 표현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자기가 모른다고 해서 그런 영역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의 인정 여부과 상관 없이 세상에는 이미 그렇게 작고 섬세한 것들이 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또한 아주 작고 섬세한 부분을 미리 발견하고 이해한 사람들이 그것을 부르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를 자기 마음대로 해석해 버려도 곤란하다. 그러면 우리가 대화할 수가 없을 테니 말이다. 대화를 하다 보면 언젠가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마음으로 또 머리로 더 작고 섬세한 것들을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 바로 성장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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