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30일 월요일

개의 죽음.

이동훈이 그린 세티와 주인


세티는 2000년 7월 10일에 태어났고 그 해 8월 31일에 내 동생 이동훈의 생일을 맞아 우리 집에 왔다.

세티의 이름은 9월을 뜻하는 september에서 유래했다. Septy, 쎄띠라고 경음화 하여 부르기도 했다. 이 이름은 이집트 람세스 대왕의 아버지의 이름과도 발음이 같다.

세티는 아름답고 점잖고 품위 있고 우아하고 사랑스러운 수컷 시츄 종의 개였다. 세티는 건강한 근육질의 강아지였기 때문에 함께 분당 중앙공원을 산책할 때면 이 야생마 같은 강아지의 질주를 따라잡기 힘들어 숨을 헐떡일 때가 많았다. 세티는 주인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면 걸음을 늦추곤 했다.

세티는 마지막 저녁에 내내 거칠게 숨을 쉬었다. 그 까맣고 촉촉하고 작은 코에서 압력밥솥에서 김이 새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세티의 작은 몸이 격하게 떨렸다. 세티는 이 방 저 방을 오가며 바닥에 구토를 하다가 아무도 쓰지 않는 서재 방에 들어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혼자 있는 세티를 엄마가 발견해서 안방 침대로 데리고 갔다. 세티는 엄마 곁에서 놀다가 갑자기 옆으로 푹 쓰러졌다고 한다. 엄마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는 듯 갔다. 세티가 세상을 떠난 시간은 2013년 9월 29일 아침 8시 30분 경이다.

세티는 백내장으로 시력을 거의 잃어가고 있었다. 귀에 염증이 생겨서 아파했지만 거의 나아서 다행이다. 지병으로 오래 고생하지 않았고 열네 살이면 개의 수명으로는 천수를 누린 셈이니까 호상이라고 생각한다. 세티는 얼마 전에 미용을 받아서 깔끔한 모습이었다. 단정하게 세상을 떠났다.

생명이 빠져 나간 세티의 몸은 점차 차가워졌다. 그러나 털의 감촉은 살아있을 때와 똑같이 부드러웠다. 이렇게 부드러운데 싸늘하다니 이상했다. 세티는 눈을 감지 않았다. 근육이 경직되어서 눈을 감겨주려 해도 졸린 듯 게슴츠레하게 눈꺼풀이 열렸다. 세티는 혀끝을 조금 왼쪽으로 내민 채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렇게 굳어진 작은 턱을 억지로 벌려 혀를 입안에 집어넣을 수는 없었다. 눈을 반쯤 뜨고 혀를 내밀고 있는 세티의 모습은 살아있을 때 그랬던 것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다만 차가웠을 뿐이다.

세티는 숨을 쉬지 않았다. 더 이상 움찔거리지 않는 그 작은 콧구멍에서 거품 같은 콧물이 흘러 나왔다. 폐가 눌리면서 몸속에 있던 무언가가 빠져나오는 것 같았다. 숨이 멎은 뒤에 그 작은 몸에서 똥과 오줌과 폐 속의 거품이 밖으로 새어 나왔다. 생명이란 아마도 똥과 오줌과 거품에 섞여 있는 모양이다. 세티는 그렇게 떠났다.

세티는 좋은 개였다. 세티는 모두에게 충직하고 진실했다. 세티는 개로서 가장 훌륭한 삶을 살았다. 사실 나는 다른 훌륭한 개들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나와 우리 가족을 이렇게 사랑해준 개는 없었다. 아빠가 집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달려 나왔던 이는 세티였다. 그리고 엄마가 쓸쓸하지 않도록 나와 훈이가 외롭지 않도록 세티는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 세티는 이제 가장 좋은 미생물과 가장 성실한 벌레들과 함께 있을 것이다. 축축한 땅 속에서 세티는 충실하게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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