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30일 월요일

상처.

1. 이유
9월 25일 밤에 길에서 넘어졌다. 얼굴이 까졌다. 내가 소중하지 않구나, 아픈데 깨달았다.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텅빈 내장을 저주했다. 왜 사는지 몰라서 엉엉 울었다. 다음 날 병원에 갔다. 28일에 다시 한 번 다쳤다. 주말이 지나면서 타박상과 찰과상이 드러났다.


2. 결과
왼쪽 눈가, 입술 옆, 턱에 상처와 멍이 남았다. 왼쪽 팔꿈치와 무릎에 긁힌 자국이 남았고 허벅지에 멍이 들어 부었다. 오른쪽 무릎 아래 출혈이 쉽게 멎질 않아 고생했고 무릎과 발목의 관절이 부어 올랐다. 오른손 손가락 중지와 약지의 관절부위를 다쳤다. 정맥주사를 맞다가 혈관이 터지는 바람에 양쪽 팔꿈치 안쪽에 바늘자국이 남았고 왼손 손등과 손목 안쪽 부위에 멍이 들었다. 요 며칠 동안 겪은 사고의 결과. 이렇게 다양한 부위에 외상을 입었던 적이 살면서 있었던가...
그러나 다행스럽게 뇌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찰과상과 타박상이 심할 뿐 근골격계는 무사했다. 피부는 너덜거리지만 골절은 전혀 입지 않았다니 내가 바로 통뼈랍니다.

3. 애인
사랑을 믿었기 때문에 배신당한 거라고 착각했지. 사실은 사랑에 기댔기 때문에 흔들린 것 뿐이지. 출렁이며 지나가는 감정의 물결이 단단한 지지기반이 되어주기를 바랐지. 응원해주기를 바랐지. 인정받기를 바랐지. 위로받기를 바랐지. 스스로의 바람들이 나를 배신했던 것이지.

4. 어머니
탯줄을 안 놓아줘서 내가 잡아당기면 자기가 엎어지고 자기가 잡아당기면 내가 엎어지는 어머니, 탯줄을 안 끊어주는 어머니, 평생 자식의 목 위에 얼굴처럼 올라타 있는 어머니.

- 김언희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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