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0일 수요일

말랑말랑한 달걀에 대한 꿈.

예전에는 꿈에 사람이 자주 나왔다. 가족, 친구, 동료, 이웃, 스쳐 지나가다 만난 사람들이 등장해 무언가 사건이 벌어졌다. 요즘은 꿈에 동물이 자주 나오더니 급기야 무생물이 등장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냉장고 속에서 아주 오래 보관된 달걀. 아니, 달걀이면 무생물은 아니구나, 유정란이라면 확실히 생물의 전단계, 여튼.

그 달걀은 냉장고 속에서 너무 오래 있어서 껍데기가 고무공 같이 말랑말랑해져 있었다. 달걀을 손에 쥐어 보고 싶었지만 그래도 달걀은 달걀인지라 덥썩 만지기가 조심스러웠다. 그 부드러운 껍데기가 깨지거나 찢어질까봐 겁이 났던 것이다.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달걀의 표면을 만져보았는데 아주 차가왔다.

이 꿈은 대체 뭘까 한참 생각하다 떠올랐다. 예전에 저감독님이 페이스북에 냉장고 속 오래된 달걀에 대한 글을 올렸던 것 같다. 다시 찾으려니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전화를 걸었다가 안 받길래 문자를 넣어놓은 상태. 자주 연락하는 사이도 아니면서 냉장고 속 달걀님의 안부를 묻다니 이상한 일이구나...

한글 맞춤법에 따르면 부드러운 재질로 된 가죽 같은 외피를 껍질이라 부르고, 달걀이나 조개 같이 단단한 외피는 껍데기라고 부르는데, 원래 딱딱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서 말랑말랑해진 달걀의 외피는 껍데기인가 껍질인가 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이상한 꿈을 꾸고 글로 기록한 뒤에 저감독의 답장을 받았다. "일하는 중이라서요. 아직 무사하답니다." 어쩐지 다급해져서 물어보았다. "혹시 껍데기가 말랑말랑해지지 않았나요?" 아직 "껍데기는 그대로 딱딱"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행이네요" 라고 답장을 보내고 나서, 대체 뭐가 다행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현실은 여전히 단단한 껍데기 그대로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다행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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