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5일 월요일

후쿠시마의 방사능 돌연변이 식물 - 생명의 가치.




후쿠시마의 방사능 돌연변이 식물들


방사능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킨 후쿠시마의 해바라기. 이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아름답다고 느꼈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겹꽃은 이런 이유로 생겨난 것인지도 모른다.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는 언제나 어떤 변화의 기점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애의 손가락이 열두개나 여덟개라면 그 나름대로 귀엽겠다는 상상을 했던 적이 있다. 아기의 작은 손가락이 고물대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손가락이 하나 더 있...거나 덜 있거나 오금이 저리도록 아름답지 않을까? 다행스럽게도 내가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각은 정상과 비정상의 범주를 설정하는 이분법적 판단과 무관한 곳에 안전하게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기형을 유발한-오염된- 모체에게 출산의 기회를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도 서슴치 않는 우생주의자들은 그 아이를 저주받은 피조물로 취급할 것이 분명하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런 악당들과 맞서 싸우게 될 것이다. 아이가 어릴 때 손가락을 잘라내거나 의수를 덧씌워야 한다는 애정 어린 간섭과도 싸워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그 애의 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려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할 것이다.

나는 이 해바라기가 굳건하게 살아주면 좋겠다. 기왕이면 생식능력을 잃지 않고 자손을 퍼뜨려주기를 바란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토양에서도 죽지 않고 씨를 내려 새로운 종으로 살아남아 주기를 응원한다. 오염된 토양에서 정상-해바라기는 살 수 없을지라도 돌연변이가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은 생명의 희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증거가 되지 않을까?

나는 핵발전에 반대한다. 그러나 원전에 대한 반대가 기형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주기를 원하는 안전한 세상이 모두 똑같은 모습을 가진 것들이 변화 없이 살아가는 곳은 아닐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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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0준 돌연변이의 발생이, 생태계의 안정성을 깨뜨릴 정도로 너무 잦아진다는게 문제지요.

이동현 역으로 돌연변이의 잦은 발생은 생태계가 안정성을 잃었다는 증거가 될 뿐이라고 생각해요. 돌연변이 개체에게 공포나 혐오를 느끼는 일이 어쩌면 생태계의 안정성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까요? 이런 사진을 보고 공포를 느낀 우파정당 지지자 또는 기회주의자가 녹색당원이 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원전피폭 피해자를 차별하는 법안을 지지할 가능성도 높지요. 그리고 요즘은 공포심을 자극하는 방법이 언제나 우파와 자본주의자의 무기였다는 생각도 듭니다.

김0준 그 대상에 대해서 혐오하는 감정을 가지는 것은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되지는 않네요. 게다가 그런 반응은 존재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생태계의 안정성이 깨졌다는 사실을 알리는, 하나의 지표로는 봐야할 듯 합니다.

이동현 확실히 충격적인 사진들이라 링크된 동호회의 회원들은 징그럽다, 끔찍하다, 이런 반응을 댓글로 남겼더라고요. 그분들이 충격을 통해 탈핵에 동참해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러나 이 꽃들에게 우리가 지은 죄는 외면하고 혐오감을 표현하는 것으로 종결된다면 그건 문제라고 생각해요.

김0준 참, 다른 대상과 공감하는 능력을 많이 잃어버린듯 합니다. 저 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않고, 단지 협오감만 느끼니까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이동현 살아남은 꽃들은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을 테니 응원하는 수밖에요. 그렇지 않아도 오염된 땅에 제초제 투하 같은 참혹한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김0준 핵에 오염된 존재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할지, 많은 고민이 필요할 듯 하네요. 지금도 상당히 많은 존재들이 핵에 오염되어있고, 앞으로도 (이런일이 없길 바라지만) 그 수가 더 늘어날지도 모르니까요...

이동현 2차세계대전 당시의 피폭 피해자는 고통 속에서 사망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후쿠시마 피폭 피해는 심각성이 이제 막 드러나고 있어서 많은 분들이 걱정하고 계시더라고요. 만약 일본의 피폭피해자들이 이주를 원한다면 남한사회가 그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만해도 피폭 피해자와 결혼-생식을 결정하기는 불가능한데, 친구나 동료로 받아들이는 정도의 여유라도 가질 수 있을지...

김0준 단순한 외형적인 문제를 떠나서, 피폭의 문제를 생각한다면, 문제가 더 복잡해질겁니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건강상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이동현 결핵이나 간염, 후천성면역결핍증의 경우와 같이 방사능에 오염된 사람도 다른 사람과 어울려서 살 수 있는 의학적 방법이 개발되지 않을까요? HIV의 경우 모체에서 태아로 바이러스가 전달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방사능이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매커니즘은 잘 모르지만, 생존한 피폭자의 삶에 대해서도 고통을 전시하는 것 이상의 관심이 생긴다면 어떤 방법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김0준 가능한한 잘 찾아봐야지요. 지금의 시각에서는 전망이 어두워서... 희망을 가져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앖네요...

이동현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탈핵을 외쳐봅니다. ^^;

김0준 '비피폭인-피폭인'의 계급이 생길까 두렵네요...

이동현 생길 것 같아요.... 80년대에 에이즈가 그랬고 전통적으로 한센병 환자를 다루던 방식도 그랬고 분리하고 차별하겠지요. ㅠㅠ

---------- 디스토피아. 도래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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