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편두통이 시작되어서 잠에서 깼다. 편두통이 올 때의 신호랄까, 이명이 평소와 달리 격해질 때가 있는데 그러면 무척 겁이 난다. 오른쪽 관자놀이 부분을 쿡쿡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이 반복되면서 물감이 물드는 것처럼 그 주변이 아파온다. 오른쪽 뺨을 누가 잡아당기는 것 같고 최악일 때는 눈알을 짓누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일단 약을 먹고 - 좀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는 근거 없는 기대를 따르다가는 좋되기 쉬움 - 하던 일을 멈추고 다른 일을 찾아서 해보려고 하는데 자리에 앉아서 머리 쓰는 일은 피하는 편이 낫다. 내 경우에는 가볍게 달리거나 걷는데 꽤나 도움이 된다. 지금은 싸이클링 중. 몸을 쓰면서 땀을 좀 흘리면 머리의 통증이 가라앉는다. 그러나 유산소운동의 포인트는 어지럼증이 오기 전에 일단 약을 먹는다는 점이다.
약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시판되는 두통약-타이레놀이나 아스피린 같은 소염진통제를 먹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없으면 없는 대로 집어 먹어야 살지. 하지만 이런 증상이 반복된다면 병원에 가서 처방을 받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내가 처방받은 것은 헤다크(설마, 헤드에이크?), 타세놀, 크리마인, 거기에 바리움까지 더해졌다. 바리움-발륨 부작용을 물었더니 걱정된다면 빼고 먹어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발륨을 먹으면 긴장이 풀려서 나른해지거나 졸리기도 하다.
그리고 편두통 올때는 무조건 따듯하게 있어야 한다. 추운 겨울에 알머리 노출하고 찬바람 맞고 그러면 큰일 남. 당장 바람이 불 때는 얼얼해서 통증이 사라진 것 같이 착각하지만 그러다 두개골이 쪼개지는 고통을 맛보게 된다. 겨울산책엔 털모자 필수. 아; 그나마 날씨 따듯해서 다행이다. 그러고 보니 올 겨울에는 한 번도 안 아팠네.
일시적인 현상에는 커피가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안 마시는 게 낫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에스프레소 트리플샷으로 쭉쭉 빨아 넣는다. 카페인도 약물이라 체내에 들어가면 약리작용을 한다. 약 없을 때는 카페인이라도... 그리고 술 담배도 금기이긴 한데 나는 기회 되면 한다. 보통 이럴 때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심하게 느껴서 뭔가 풀어내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처방받은 약은 술을 조금 먹더라도 괜찮다고 하는데 보통은 약 없을 때 술 먹는다. 오늘은 술잔을 들 기운도 없어서 패스.
의사에게 편두통의 원인이 뭔지 물어봐도 딱 부러진 대답을 들어본 적이 없다. 젊은 처자에게 흔하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에스트로겐의 변화 때문이라고 한다. 육신이 호르몬의 지배를 받으니 그 안에 담겨 있는 영혼도 노예 상태, 영혼이 존재하긴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고. 어쨌든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편두통에도 도움이 된다. 머리 아플 일은 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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