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9일 월요일
아이와 개.
나는 애를 좋아하고 개도 좋아한다. 보통은 처음 보는 아이나 처음 보는 개와도 금방 친해진다. 굳이 비결을 찾자면 굳이 상대와 친해지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적의가 없음을 알려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데면데면하다가 친밀감을 표현하기 까지 성인들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아이나 개와 쉽게 친해진다는 것은 역시 내가 가진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성인과 친밀감을 느끼기는 그렇게나 힘이 드는데 어째서 어린이와 개와는 가능한 걸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 상대가 나를 싫어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공포심을 크게 느끼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 걱정하지 않는다는 말은 입장을 바꾸어 보자면 나 역시 상대방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이들은 크든 작든 뚱뚱하든 말랐든 코를 흘리든 기침을 하든... 모두 예쁘고 귀엽다. 그리고 개들은 종에 따라 생김새는 천차만별이고 성격도 다르지만 모두 다 충직하고 믿을만하다. 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내가 성인이기 때문에 아이를 보호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고, 개와 함께 있을 때는 내가 인간이기 때문에 개에게 보호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나 개와 함께 있을 때는 헛된 감정의 소모를 할 필요가 없다. 웃으면 웃고 울부짖을 때는 울고 소리칠 때는 소리를 지르며 그저 함께 있으면 만족스러운 것이다. 다른 성인들이 나를, 내가 아이나 개를 대할 때 처럼 대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다른 성인들을 만날 때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우리는 모두 너무 자랐고 너무 딱딱해졌으며 너무 재미없게 되어버렸다.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