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8일 월요일

일주일의 메모.

1. 이ㅇㅇ선생님이 나온 꿈.
꿈에서 말했다. 어차피 죽잖아요. 그러니 앓다 죽을 걱정은 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너무 아프지 않길. 견딜 수 있는 만큼만. 지켜주세요.

2. 김ㅇㅇ오빠에게 바람.
휴가도 많이 가고 허파에 바람 들어 바보 짓도 좀 하고 그래도 괜찮아. 누구도 오빠의 행복을 책임지지 않으니까. ... 물론 나는 오빠가 안 놀고 열심히 공부하고 생각해서 법체계에 대한 사회계약 통설을 까줬으면 좋겠지만, 이건 내 바람이고.

3. 무례한 자에게 고함.
곤경에 처한 사람에게 위로나 충고를 하고 싶다면 진심으로 위로나 충고를 하면 됩니다. 그리고 자기가 생각해낸 위로나 충고가 너무나 훌륭하기 때문에 굳이 남들에게 전시하고 싶다면 공개하는 글을 하나 쓰면 됩니다. - 글의 목적을 혼동하면 무례해집니다.

4. 버럭.
보지가 그려진 팬티를 벗어 던지고 싶다. 진실이 아닌 것들이 지긋지긋하다. 자지 같이 무거운 걸 달고 사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겠지. 그딴 거 벗어버리면 좋겠어요. 지겨워.

5. 회상.
세상을 떠난 분의 핸드백을 물려 받았다. 닳아서 반들반들해진 가죽울 손으로 쓰다듬으며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오랜 투병기간을 거쳤지만 끝까지 우아하고 꼿꼿했다. 그 마른 몸이 침대를 떠난 뒤에 빈 침대를 둘러싸고 있던 적막한 공기가 생각났다. 확실히 이 세상은 그녀가 떠나고 나서 조금 더 나빠졌다.

6. 어쩐지 섹슈얼한 꿈.
내 품에 안겨 자던 강아지가 고양이가 되었고 다시 코알라가 되었다. 강아지는 단단하고 고양이는 유연하고 코알라는 말랑말랑했다. 코알라가 시츄 크기니 너무 작아서 왜 이렇게 작냐고 물었다. 코알라는 더 작아질 수도 있다며 주먹만한 크기가 되었다. 부드러운 월요일의 꿈.

7. 초대권을 얻기 위한, 회상.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 옆에 공원이 하나 있었는데 육교를 가로질러 건너가면 산으로 바로 올라갈 수 있었어요. 동네 뒷산 등산로에 있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요. 봄이 되면 산에 진달래며 철쭉, 개나리 같은 꽃이 피고 노오란 산수유도 꽃을 보여주는데 거기에 연분홍 벚꽃까지 화사하게 피어올라 버리면 산등성이가 한 폭의 그림이 되어버리지요. 십오년 전 이맘때 쯤, 그 아름다운 봄 산의 유혹을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야간자율학습시간에 선생님 몰래 친구들과 함께 교실을 빠져나갔던 기억이 납니다. 봄이라도 밤이 되면 날이 쌀쌀해지니까 매점에서 따듯한 베지밀 한 병 씩 사들고선 교복 주머니에 품어 넣고 소풍을 갔었지요.

8. 인간의 조건.
지구 상의 수많은 생명 중에 신발끈을 묶는 생물은 인간 밖에 없어. - 동생의 말

댓글 1개:

  1. 에클라이크샤 (@TdtalEclipse)
    시계라는 이름의 시간속에 살아가는 생물도 인간밖엔 없쬬. ㅡㅡ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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