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2일 화요일

즐거운 체육관.

운동을 시작한지 한 달 정도 되었다. 요즘은 일주일에 3~4회 정도 체육관에 가서 가벼운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을 하고 있다. 내 체형은 근육량이 평균 이상이며 지방량도 평균 이상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트레이너 선생님이 어떻게 하면 예쁜 바디쉐이프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힘이 세지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돌가수 데뷔할 것도 아니고 바디쉐이프 됐구요 그냥 근육양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왜요? 그럼 무거운 것도 번쩍번쩍 들 수 있잖아요.

하지만 근육 만들기도 부수적인 목적에 불과하다. 운동의 대원칙은 운동하는 시간이 즐거워야 한다는 것, 즐겁지 않다면 하지 않겠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 관절을 유연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운동을 한다니 정말 바보 같다. 지금, 여기에서 즐겁지 않다면 그 일을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나는 동생과 함께 운동을 한다. 우리 남매는 신이 나서 헐떡거리며 함께 달리고 이야기를 나누고 낄낄 웃는다.

댄스 실력은 나날이 향상되어 이제 개다리춤을 추면서 태연자악하게 표정연기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개다리춤은 두 다리의 리드미컬한 움직임에서 시작해 두 팔을 유연하게 휘적이며 손바닥으로 자기의 이마빡을 찰지게 두드리는 동시에 이루어지는 표정연기로 완성된다. 한 달 동안 꾸준히 수련한 결과 이제 어느 정도 개다리춤의 묘를 깨달은 것 같다. (개다리춤에 관한 내용은 이전 글을 보시오. http://treeart.egloos.com/4778944)


 

또한 우리가 즐길 수 있는 댄스의 종목도 늘어나고 있다. 스쿼트(앉았다 일어나기)를 한 세트씩 하고 나서는 꼭 양쪽 다리를 번갈아서 쭉쭉 뻗어주는 러시아 민속춤을 춘다. 스쿼트를 할 때는 꽤나 힘들지만 춤을 출 때는 별로 힘들지 않다. 비슷한 동작인데도 운동은 힘들고 춤은 그리 힘들지 않다니 참 신기한 일이다. 파트너와 마주보고서 박자에 맞추어 고개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돌려주는 것이 포인트. 가끔 음악이 아쉽다.


 
 
체육관의 철봉에는 초록색 고무 밴드가 몇 개 걸려 있다. 밴드의 폭이 한 뼘 정도 되는데 굉장히 질기다. 이 밴드를 사용해서 뭔가를 하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동생이 고무밴드를 잡아당겼다 놓으며 물었다.

- 이걸로 무슨 운동을 하지?

나는 초록색 고무밴드를 이마에 묶고 또 다른 운동법을 보여주었다.

- 탈핵! 탈토건! 미래는 녹색이다!

사실 머리띠를 두르는 운동을 해본 적은 없으므로 적절한 사용인지 알 도리가 없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건 역시 즐거운 일이다. 게다가 고무밴드 폭이 넓어서 꽤나 유용할 것 같다.

이렇게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으나 체중은 전혀 감소하지 않고 있다. 무슨 운동을 해야 체중이 줄어드는지 모르겠다. 이 운동은 어디에 좋고 또 어디에 좋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본초강목을 읽는 것처럼 멍해지기 때문에 트레이너의 조언을 기억하지도 못한다. 딱히 체중감량이 목적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조금 아쉽기도 하다. 어쨌든 체육관에 가는 일은 여전히 신나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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