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2일 금요일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매저키스트를 위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합의된 관계에서 채찍질을 하든 똥을 싸든 알아서 할 일이지만 예수님을 가지고 그러면 곤란하다. 게다가 성서에 기반한 내용에도 오류가 많다고 하니 링크글을 참고.

----- 김유정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 대하여>

사순시기에 자주 상영되는 영화입니다만, 극히 유의할 점이 많은 영화입니다.

우선, 이 영화를 제작한 멜 깁슨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반대하여 가톨릭 교회로부터 파문 당한 "르페브르(Lefebvre) 주교"가 이끄는 단체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르페브르 주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의 주된 결정 사항 중 하나인, 모국어로 미사를 드리는 것을 반대하여 라틴어로만 미사를 봉헌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가톨릭 교회가 유대인들과 화해하려는 노력을 반대했습니다.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철저히 이러한 '극보수주의적'인 관점 하에서 제작된 영화입니다.

... 이 영화는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19세 이하 상영금지 조처가 내려졌는데, 지나치게 폭력적이면서, 반유대주의(anti-semitism)의 요소 때문에 그러했습니다.

1. 예수님께서는 상상할 수 없으리만치의 폭력 속에 돌아가셨고, 날카로운 금속들이 달린 모진 채찍질이 십자가에서의 죽음을 재촉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의 의미보다는 단지 그 처참함에만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수난의 의미로 그리는 것은 단 하나, '악에 대한 승리'입니다.

예수님의 수난의 의미는 신학 역사상 주된 논쟁 중 하나였는데, 대략 네 가지로 요약이 되고, '악에 대한 승리'는 그 중 한 가지 관점입니다.

그런데 이 관점만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영화는 '예수님 vs 악마'의 대결이라는 이원론dualism의 구도로 흐르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교리는 세상을 '선과 악의 전투'로 바라보는 이원론이 아닙니다.

2. 영화에서 유대 지도자들은 일방적으로 악의 무리로 묘사되고 있고, 빌라도는 어쩔 수 없이 (필사적으로 막으려 했으나) 사형언도를 내리는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더군다나, 빌라도의 아내는 지나치게 미화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반-유대주의의 요소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대의 정치지도자들과 종교지도자들, 그리고 이에 동조하는 군중들에 의해 돌아가신 것으로 이해해야지, 특정한 민족인 '유대인들'이 그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됩니다.

(예수님, 성모님, 요셉, 사도들, 모두 유대인들이었습니다.)

빌라도 역시 자신의 안위와 이득을 위해 사형 언도를 내린 것이지, 의인을 구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다가 마지못해 허락한 것이 아닙니다.

3. 성서적 고증이 전혀 되어 있지 않습니다.

1)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일곱 말씀을 다 하시고 돌아가십니다.

십자가의 일곱 말씀은, 각 복음의 신학적 특색들이 반영되고 있기에, 각 복음의 관점에서 묵상해야지, 한꺼번에 순서적으로 이해하려 할 때에는 말씀들끼리의 충돌이 일어납니다.

가령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마태, 마르)하고 외치신 후에, 다시 "아버지께 제 영혼을 맡기나이다." (루카) 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뒤의 말씀 안에서 앞의 말씀은 무효가 되어 버립니다.

2) 간음하다 들킨 여인이 돌에 맞아 죽을 상황에서 예수님께서 구해 주시는데, 이 여인을 막달라 마리아라고 영화는 그리고 있습니다.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3) 성모님 역시 지나치게 초월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매맞고 계신데 성모님이 나타나셔서 두 분이 눈이 마주치자, 예수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매를 맞기 위해 일어나십니다.

결국 성모님이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 위해 더 맞으시라'고 하셨다는 뜻인데, 성경에 있지 않은 자의적인 해석입니다.

예수님께서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고 외치시며 돌아가셨습니다.

성모님께는 같은 고통과 갈등이 없으셨을까요?

성모님은 그처럼 의연하게 아들의 고통을 보고 계셨을까요?

예수님이든, 성모님이든 수난의 길에서 너무 초월적인 분으로 그릴 때, 오히려 수난의 의미가 더 차갑게 전달됩니다.

*

예수님의 일생을 영상으로 전달한 영화 중 가장 잘된 작품은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나자렛 예수'라 생각합니다.

종교심으로 포장된 가학성을 추구하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가톨릭 교회로부터 파문 당한 '르베브르'의 잘못된 신학적 관점을 전달하는 충실한 매개가 되고 있으므로, 더 이상 상영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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