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7일 수요일

광부 같은 글쓰기.

글쓰기는 광부의 일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작가가 하는 일은 쓸만한 원석을 캐내오는 것이다. 운이 좋다면 노천광에서 지천에 널린 원석을 주워담을 수도 있겠지만 대개는 광맥을 찾아 굴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깊은 곳으로 파고들 수록 더 나은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캐낸 원석을 가공하는 일은 편집자의 몫이다. 편집자는 적당히 다듬어진 돌을 세공하고 고리에 걸어 아름다운 모양새를 갖춰준다. 시장에 내보내기 위해서는 디자이너가 만들어준 딱 맞는 상자도 필요하다. 그것을 진열대에 올려주는 일을 하는 사람 역시 출판사에서 일하는 전문가 중 하나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온다. 드디어 독자를 만난다.

활자를 만지다 보면 가끔은 내가 대체 뭘 하고 있는지, 무엇을 찾으려고 하는지 몰라 헤맬 때가 있다. 깊고 어두운 곳에서 풍부한 광맥을 만나고도 알아채지 못한 채 지나칠 때도 있다. 무엇이든 반짝이는 것이 보이면 금덩이가 아닌가 싶어 우르르 달려가는 한편으로 노다지를 기대하는 마음을 경계하기 위해 애를 쓰기도 한다. 갓 캐낸 흙투성이 돌덩이를 앞에 두고 이제 어쩌나 막막할 때도 있다. 간신히 캐낸 것이 내가 들어올리기엔 너무 무거워 그 자리에 내버려두고 돌아서는 때도 있다.

하지만 그 돌은 원래 거기에 있었던 것이고 내가 아니라면 누군가가 짊어지고 가겠지 생각하면 안도할 수 있다. 어쨌든 세상에는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 않은가? 내가 쓴 것이든 남이 쓴 것이든 돌덩어리에 가치를 부여하는 일은 결국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돌을 캐는 일, 그 과정에서 무언가 가치 있는 것을 구할 수 있다면 좋겠다. 보석 같이 값비싸고 단단한 것이 아닐지라도 좋다. 석탄이나 철광석처럼 무엇이든 쓸모 있는 것을 캐내는 글쓰기를 하고 싶다.

+ 아무리 잉여로운 작가라고 할지라도, 세상에 이 정도의 기여는 하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여 자기위안에 가까운 말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광부의 일을 경험해본 적도 없어서 이 비유가 적절한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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