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광부의 일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작가가 하는 일은 쓸만한 원석을 캐내오는 것이다. 운이 좋다면 노천광에서 지천에 널린 원석을 주워담을 수도 있겠지만 대개는 광맥을 찾아 굴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깊은 곳으로 파고들 수록 더 나은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캐낸 원석을 가공하는 일은 편집자의 몫이다. 편집자는 적당히 다듬어진 돌을 세공하고 고리에 걸어 아름다운 모양새를 갖춰준다. 시장에 내보내기 위해서는 디자이너가 만들어준 딱 맞는 상자도 필요하다. 그것을 진열대에 올려주는 일을 하는 사람 역시 출판사에서 일하는 전문가 중 하나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온다. 드디어 독자를 만난다.
활자를 만지다 보면 가끔은 내가 대체 뭘 하고 있는지, 무엇을 찾으려고 하는지 몰라 헤맬 때가 있다. 깊고 어두운 곳에서 풍부한 광맥을 만나고도 알아채지 못한 채 지나칠 때도 있다. 무엇이든 반짝이는 것이 보이면 금덩이가 아닌가 싶어 우르르 달려가는 한편으로 노다지를 기대하는 마음을 경계하기 위해 애를 쓰기도 한다. 갓 캐낸 흙투성이 돌덩이를 앞에 두고 이제 어쩌나 막막할 때도 있다. 간신히 캐낸 것이 내가 들어올리기엔 너무 무거워 그 자리에 내버려두고 돌아서는 때도 있다.
하지만 그 돌은 원래 거기에 있었던 것이고 내가 아니라면 누군가가 짊어지고 가겠지 생각하면 안도할 수 있다. 어쨌든 세상에는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 않은가? 내가 쓴 것이든 남이 쓴 것이든 돌덩어리에 가치를 부여하는 일은 결국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돌을 캐는 일, 그 과정에서 무언가 가치 있는 것을 구할 수 있다면 좋겠다. 보석 같이 값비싸고 단단한 것이 아닐지라도 좋다. 석탄이나 철광석처럼 무엇이든 쓸모 있는 것을 캐내는 글쓰기를 하고 싶다.
+ 아무리 잉여로운 작가라고 할지라도, 세상에 이 정도의 기여는 하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여 자기위안에 가까운 말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광부의 일을 경험해본 적도 없어서 이 비유가 적절한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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