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제: 합의된 관계에 변태는 없다.
정황: 아가씨가 모든 상황을 공개해 버린 이유는 고선생을 엿먹이기 위함이 분명한데, 아가씨 글을 보니 미리부터 이 새끼 묻어주마 작정하고 접근한 마타하리는 아닌 듯 하고, 고선생의 해명을 보아도 처음에는 일종의 교감이 있었을 것이다. 성적 자극에 대한 반응은 굉장히 보편적인 것인데도 그것이 공감대의 형성 과정이라 착각했을 가능성도 높겠지.
하지만 고선생이 아가씨에게 바라는 것과 아가씨가 고선생에게 바라는 것이 일치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드러난 정황으로 짐작해 보자면 아가씨가 고선생에게 기대했던 것은 권위를 가진 사람의 인정이나 격려, 지지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전통적인 스승이나 전형적인 멘토 역할을 바랐던 것인지도 모르겠고, 여튼 고선생에 대한 기대가 배반당했기 때문에 '인권운동가란 놈이 어쩜 이럴 수 있니' 공개해버린 거지.
두 사람이 금전적인 또는 사회적인 계약으로 묶여있던 것도 아닐 테고 유사연애 관계에서 자신의 일방적인 성적 지배가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기대했던 고선생이 순진하다는 생각도 든다. DS 관계만이 아니라 모든 연애에 통용되는 간보기 팁을 하나 드리자면, 나의 욕망을 슬쩍 들이밀어 보았을 때 상대방이 나를 싫어하지 않을 거라는 기대를 완전히 제거한 채 관찰한 결과만이 정확합니다. 내가 바라는 것을 상대방도 바랄 것이라고 착각하고 접근하면 그게 뭐든 성추행이 되는 겁니다.
결론: 자기의 욕망을 채우고 싶을 때는 상대의 욕망을 채워줘야 하는데 등가교환의 법칙을 위배한 고선생 쪽의 잘못. 그러나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격하게 까이고 있으니 굳이 나까지 나서 욕하지는 않겠습니다.
관련기사: “발가락에 키스하고 싶다” 고은태 교수 성희롱 파문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79040.html
음모: 이 모든 일은 다 북한의 소행입니다.
사족: 오른쪽 발 세번째 발가락에 키스하고 싶다는 문장은 일반적인 연애관계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듯.
자, 세번째 발가락은 무엇입니까?
잘 읽었습니다. 커밍아웃한 변태(…)이신 딴지일보 '필독'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트위터 페이지에 가보니 별다른 말씀이 없으신 듯요. ^^
답글삭제붙임: 언냐가 이쁘네요. 잇힝~
사실 이 글을 굳이 쓴 이유는 '세번째 발가락'이란 표현 때문이었어요. 중지는 엄지부터 세나 새끼부터 세나 발가락이 다섯개일 경우 세번째로 혼동이 없지만, 만약 발가락이 여섯개라면 엄지부터 세번째인가, 새끼부터 세번째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삭제필독님은 전문 SMer로서 논평을 하셨죠. ㅋ
http://www.ddanzi.com/index.php?document_srl=1037969&mid=ddanziNews
컥, 이제 보니 발가락이 6개네요! 신기해서 제 발가락이 몇 개인가 세어 봤...OTL
답글삭제필독님 글 잘 봤습니다. 레디앙에서 이 글 깐(…) 글도 읽었는데, 그쪽 말이 더 맞는 듯하면서도 '나님이 진짜임' 하는 태도가 꼭 오덕들 싸우는 것 같아서 웃기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
게시판 싸움은 진흙탕이 되어야 제대로 병맛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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