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그너는 예수가 유대인이 아니라 그리스인이었다고 주장했을 정도의 꼴통 반유대주의자였는데, 그의 작품은 어쩌면 이렇게 혁신적인지! 꽤 많은 경우에 예술가의 꼴통짓과 예술적 성취에는 별 연관이 없는 것 같다.
김원철 '꼴통'이라기보다는 '기회주의자'였다고 봅니다. 반유대주의를 이용해 먹었을 뿐이라는 얘기죠.
바그네리안 김원철의 음악 이야기: 바그너 색깔론 ― 이택광 떡밥
이택광의 글에서 인용 "정치를 떠난 예술은 존재할 수가 없다. 모든 예술행위는 정치적이다. 심지어 순수예술조차도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바그너의 예술은 그의 반유태주의와 무관할 수가 없다. 마치 친일문학이 그러하듯.
문제는 바그너를 이스라엘에서 연주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그너의 음악에 스며 있는 그 정치성에 대한 고찰이다. 그리고 바그너에게 책임을 묻는 그 행위를 확대해서 이스라엘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거론하는 지점까지 나아가야한다. 말하자면 나치에게 책임을 묻는 행위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행하는 만행에 대한 책임을 묻는 행위와 함께 이루어져야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책임을 묻는다'는 윤리적 행위를 가능하게 만드는 정당성이다."
2.
드뷔시의 <대낮에도 꿈을 꾼다>는 내가 처음으로 샀던 클래식 음반이다. 커버가 연한 하늘색에 재미있는 일러스트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당시 유행했던 브릿팝인 줄 알고 덥썩 집었다. 클래식 음반은 노란 딱지에 검정색 명조체로 작품명과 지휘자의 이름이 새겨진 딱딱한 디자인일 거라는 편견에 속았던 게다. 그때 드뷔시를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한참 잠이 많을 때였으니 아마 꿈이나 꿨겠지.
얼마전 경기필 연주로 드뷔시의 <바다>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함께 갔던 영진쌤이 어떠냐고 물으시길래 그림 같다고 답했는데, 실제로 이 작품이 우끼요에 파도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바그너의 라이트모티프가 미술에서 아이코놀로지와 같이 해석되는 것이라면, 소리가 그림을 그려서 모티프가 일종의 영역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바그너와 드뷔시의 거리가 별로 멀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원철님께 여쭤보니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드뷔시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바그너의 음악은 여명으로 오해받은 황혼이다." 아따~ 패기 돋네, 너님이 짱 드셈.
모던한-_-; 아티스트 드뷔시에 대해서는 원철님의 글 참고.
http://wagnerianwk.blogspot.kr/2009/07/현대음악의-모더니티-아래-글에-이어.html
김원철 드뷔시가 발전론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있다는 결정적인 차이를 빼고 나면, 바그너와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습니다. 옛날에 서양음악사였던가, 조교를 했었는데, 교수님이 저한테 '곡 제목 맞히기 듣기 평가' 문제를 내라고 하시더라고요. 드뷔시 《목신의 오후 전주곡》 중에서 중간에 나름 멋있는(?) 대목을 따다가 학생들한테 들려 줬더니 《트리스탄과 이졸데》 1막 전주곡이라고 써낸 사람이 제법 많았죠. (사실은 그걸 노렸… ^^)
3.
지금 발키리가 날아 오르는데 아름다운 움직임과 속도감이 너무 강렬하고 생생해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아.
김원철 역사상 가장 위대한 브륀힐데의 섹시한 자태를 감상하시겠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bRj9f3PCe0M
제가 아는 어떤 분이 평하시기를, 조운 서덜랜드와 함께 오페라계의 양대 마징가(…)
4.
그림 같은 음악을 만들어낸 바그너와 드뷔시를 언급하면서, 또한 음악적인 그림을 그렸던 화가 클레의 회색 점과 카오스를 인용하는, 들뢰즈&가타리 커플을 생각하니 애증이 돋는다.
바그너식 모티프에 대해 들뢰즈&가타리가 쓴 내용 인용 "작품이 전개됨에 따라 다수의 모티프들과 연관성을 갖게 되면 각각의 모티프는 자신에게 고유한 판을 획득하며, 드라마의 줄거리, 충동이나 상황으로부터의 자율성도 커져간다. 또 인물이나 풍경으로부터도 점점 더 독립하게 되어 자체적으로 선율적 풍경이나 리듬적 인물이 되며, 모티프는 상호간의 내적관계를 끊임없이 풍요롭게 한다."
반복되는 선율은 변화를 위한 것, 생명력을 드러내는 소리들, 리토르넬로.
5.
미술에 대한 비유는 대충 알겠다. 음악에 대한 비유도 공부해보니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생물학은........ 생물학은........ ㅠㅠ
웍스킬과 로렌초라는 이름을 가진 생물학자들이 대체 무슨 짓을 했던 것인가 원망스러울 따름입니다.
----- <천 개의 고원> 11번째 고원인 리토르넬로에 대해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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