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9일 화요일

치아교정은 스무살 이후에.

선배언니가 치아교정을 시작했다. 서른살이 넘어서 교정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당연하지만, 치아에 부정교합이 있었기 때문이다. 울 선배언니의 경우는 아랫턱이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서 윗니와 잘 맞물리지 않는다고 한다. 음식을 먹거나 무언가 씹을 때 앞니는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대로 두면 앞니가 점점 약해질 거라고 한다. 정면에서 보면 부정교합인지 모르는데 옆에서 보니 정말 그렇더라.

이 언니는 굉장히 동안인데 어리게 보인 이유가 바로 아랫턱이 안쪽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치과의사가 말하기를, 윗니를 집어넣고 아랫니를 올리는 치아교정은 요즘 유행하는 양악수술을 거꾸로 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치아교정을 하고 나면 전보다 나이가 들어보이는 얼굴이 될 거라고, 미리부터 걱정을 하더란다. 언니는 어려 보이는 얼굴 대신 건강한 치아를 택했다. 그럼요, 잘 먹고 잘 사는 게 좋지요.

얼마 전 만났을 때 언니가 교정기를 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어 보이는데, 어쩐지 이질감이 들었다. 교정기가 낯설기 때문일까? 그보다는, 교정기를 낀 사람이 그렇게 환하게 이를 드러내는 모습이 낯설었던 것이다.

보통 치아교정은 십대에 많이 하는데, 십대에 치아교정술을 받은 친구들은 어쩔 수 없이 티가 나더라. 교정술이 티나는 게 아니라 표정에서,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지 못하기 때문에 티가 난다. 한참 민감한 때의 습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교정이 끝나고 고르고 반듯한 치아를 가지게 되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수줍게 입을 가리고 웃거나 어색하게 입꼬리만 살짝 올리고 치아가 드러나지 않게 웃고 만다.

그런 친구들이 어릴 때의 사진을 보면 더욱 안타까워진다. 십대가 되기 전에는 분명 귀여운 덧니를 싹 드러내며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소녀였는데, 고통스러운 교정의 시기를 거치고 난 뒤에는 웃음을 숨기는 아가씨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밝은 웃음 대신 (감춰진) 예쁜 치아를 가지게 된다면 공평한 거래인 걸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니의 웃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치아교정은 십대에 하는 것보다 나이를 먹고 나서 하는 편이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을 밝히자, 언니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실 나도 고등학교 때 잠깐 교정기 꼈었는데, 그게 너무 부끄럽고 불편하고 싫어서 얼마 안 가서 빼버렸었어. 너무 신경이 쓰여서 친구도 없어질 것 같고 공부도 못 할 것 같아서."

"반항정신이 언니를 구했네요."

"아무래도 나이 먹고 하니까 시간은 좀 더 걸릴 거래. 어릴 때 했으면 이 년만에 할 거 지금은 삼 년 걸리겠지만, 그러면 삼 년 하지 뭐."

"고딩 때 이 년은 어마어마 긴 시간이지만, 지금 삼 년은 금방 지나가잖아요."

"그리고 나이 먹고 하니까 좋은 점이 또 뭐냐면, 치과 재료나 교정기술이 그 동안 쭉 발전을 해왔기 때문에, 의사 말이 어렸을 때랑 비교도 안 되게 편할 거라더라. 확실히 그때는 불편해 죽을 거 같았는데 지금은 괜찮아."

"좋다. 나이 먹은 거 억울하지 않아."

스스로 결정한 일이기 때문에 만족하고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치아교정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닐 것이다 . 자녀를 위해서 어떤 선택을 대신하는 것은 부모의 중요한 역할이겠지만, 적어도 신체에 어떤 변형을 가하는 일이라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나이에 시작하는 편이 낫겠다. 만약 내가 부모가 된다면 결정을 보류할 줄 아는 인내심을 가지고 싶다.



 
 
+
(본문 게시 후 추가.)


포경수술도 후회하는 남자가 많은 것 같다. 포피를 제거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수술인지 여부의 문제는 뒤로 하고서라도, 굉장히 민감한 문제인데 아들이 스스로 결정하게 내버려두면 좋을 것을.


교정의 효율성에 대해서는 당연히 의사들이 말하는 대로, 어릴 수록 좋겠지요. 하지만 저는 응급수술이 아닌 이상 효율성보다 우선해서 고려할 가치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미성년이라고 할지라도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었다면 납득할만한 일이겠지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문제가 첨예한 갈등의 원인이 되는 예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댓글 3개:

  1.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답글삭제
  2. 내 부모님도 이렇게 생각하셨으면 제 약간의 피부도 살아남았을 텐데... 아침부터 슬퍼지는군요.

    답글삭제